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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linx님의 서재
  • 탄제린
  • 크리스틴 맹건
  • 13,050원 (10%720)
  • 2020-09-03
  • : 494

고통스러웠던 과거를 뒤로하고, 남편과 함께 모로코의 탕헤르로 이주해 온 앨리스

어렸을 적 부모님이 돌아가신 것이 본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는 앨리스는 엄청난 충격에 심신미약 상태가 되고, 그 탓인지 매우 소심하고 유약한 성격으로 성장한다. 유리화병처럼 위태로웠던 앨리스는 대학교 기숙사에서 가난한 집안 출신이지만 장학생으로 입학한 루시를 만나게 되고, 큰 성장 배경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금새 절친이 된다. 하지만 영혼의 단짝 같았던 둘의 사이는 미묘한 작은 사건들을 통해 조금씩 틀어지다가 앨리스의 남자 친구가 된 톰에 의해 긴장이 고조되면서 결국 어떠한 사건을 계기로 파탄을 맞는다.

무너져버린 앨리스는 후견인인 고모에 의해 쫓기듯이 맞선을 보게 되고 또다른 남자인 존과 결혼 후, 너무도 낯선 모로코의 도시 탕헤르로 이주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P64. 여기서 벗어나야 했다. "넌 지금 거짓말을 하고 있어." 내가 문으로 향하며 말했고, 그 말이 내 목을 옥죄었다.

P119. 그녀가 나에게 준 것이 나에게 이로운 것이라기보다 목발처럼 나를 지나치게 의존적으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그런 앨리스를 불쑥 찾아온 대학교 룸메이트이자 단짝이었던 루시

앨리스와 마찬가지로 앨리스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루시.

앨리스를 잊고 새 삶을 살아보려 노력하지만, 그녀가 없는 삶은 더이상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고, 그때 마침 앨리스의 후견인 고모를 마주치게 되면서 앨리스에 대한 소식을 접한다.

과거의 그 아름답고 찬란했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던 루시.

몹시도 어려운 형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진 모든 것을 정리하여 앨리스를 만나기 위해 탕헤르로 향하는데...

P200. 앨리스가 나를 도서관의 어둠 속에서, 나 자신의 마음속에서 끌어내주었고, 대신 나는 그녀가 어둠을 떨쳐내도록, 부모님의 죽음 이후 그녀를 괴롭히던 불안감으로부터 벗어나도록 도와주었다. 그 모든 것이 너무나도 분명했는데 어쩐 일인지 그녀의 시야는 흐릿해져 있었다. 그는 그녀를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앨리스는 알지 못했다. 그녀에게 그 사실을 일깨워줘야 했다. 그리고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P235. 그녀를 증오했다. 앨리스. 나는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감수했다. 그녀를 찾기 위해. 그녀가 망쳐놓은 우리의 삶을 구하기 위해 지구 반대편까지 왔다. 나는 그녀의 나약함을 증오했고, 줏대 없음을 증오했으며, 항상 자신이 내린 결정을 번복하는 것을 증오했다.

 

탕헤르에서 여전히 불행한 앨리스, 그런 앨리스를 찾아온 초대받지 못한 손님 루시, 그리고 앨리스의 피를 빨아먹고 살고 있는 남편 존

문 앞에 손님이 설마 루시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했던 앨리스.

아직 풀지 못했던 과거의 숙제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상황에서 진실을 알고 싶기도 하고, 알고 싶지도 않은 양가 감정을 가지고 혼란을 겪는 앨리스는 느닷없이 들이닥친 루시를 받아들이지도 내치지도 못한 채 어정쩡하게 하루하루를 보내고...

앨리스에게 친구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앨리스를 조롱하는 존은 혹시라도 루시 때문에 그동안의 자신의 평탄한 삶이 흔들릴까봐 촉각을 세우고...

공허한 삶을 살고 있는 앨리스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루시는 불행한 결혼 생활을 하고 있는 앨리스를 구원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라는 생각으로 마지막 계획을 세우는데...

책을 읽는내내 소름이 끼치는 책, 고전 '태양은 가득히'와 영화 '아가씨'의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를 연상케 하는 이야기

개인적으로 '집착'이라는 단어를 굉장히 혐오하는데, 이 소설의 큰 줄기는 바로 이 '집착'이다.

사람이 정신적으로 연약한 상태일 때, 너무 의존적일 때, '집착'이 강한 사람에 의해 어떻게까지 인생이 뒤틀어지는지를 제대로 볼 수 있는 소설이다.

한마디로 #가스라이팅 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상당히 독특하다고 느꼈던 것이, 보통 심리 스릴러의 경우, 강약중강약의 구조나 끝을 향해 서서히 점화하는 스타일(결론에서 대폭발하는 형태)이 주로 쓰이는데, 이 소설의 경우 처음부터 끝까지 미묘하게 신경을 건드리며 계속 불쾌한 감정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가져가게 만드는 구성이다.

마치 못 한개를 가지고 긴 기차의 몸통을 따라 쭉 스크래치를 내면서 귀에 거슬리는 긁히는 소리를 들으며 철길을 2~3시간 걷는 기분.

혹은, 10년 전에 너무 힘들게 경험해서 아직도 내 뇌리에 남아있는, 뙤약볕이 내리쬐는 8월의 스페인의 오스만 거리를 작열하는 태양 아래서 땀을 뻘뻘 흘리며 걷고 있는 기분.

몹시도 불쾌하고, 묘하게 신경을 건드리는 그런 책.

지난할 정도로 세밀하게 묘사된 앨리스와 루시의 교차되는 심리.

그들 각자의 심리를 책이 이끄는대로 따라가다보니 내 목이 조여지는 것 같고, 때로는 토할 것 같은... 너무 지쳐서 후반부에서는 초조해질 정도였다.

그리고 결말은 나의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루시가 집착했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정말 앨리스였을까? 앨리스의 조건이었을까? 아니면 어떻게 해도 피할 수 없었던 '가난'이라는 낙인이었을까?

킬링 타임용으로 추천!

조지 클루니에게 판권이 팔리고, 스칼렛 조한슨이 출연하기로 했다니 기대!

사족인데,

1. 책 표지 너무 찰떡으로 고른듯~!

2. 번역하신 분께 박수를! 책에 달린 주석에 대한 디테일과 정성이~ 칭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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