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을 멀리하게 되었던 건, 나의 열등감, 자괴감, 그리고 퍼거슨옹 때문이었다.]
유튜브의 물결이 거세다 못해 휩쓸려 갈 지경이다.
앨빈 토플러가 주창한 제 3의 물결로도 설명이 부족한 세계가 된 것 같다.
제 3의 물결에서 파생된 스핀 오프인 줄 알았다가 사실은 그것이 메인 스트림이었다는 것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중인 것 같다. 엄청난 에너지로 세상을 휩쓸고 있는 이 채널을 왜 나는 그동안 무시하고 있었을까?
내가 유튜브를 알게된 시기는, 페이스북이 한참 활발할 때 반짝 관심을 가지고 그 세계를 경험했으나, 만만치 않은 부작용을 겪게 되고(자존감 저하, 허무함 상승, 현실과 동떨어진 유저들의 화려한 세계, 비슷비슷한 자랑 컨텐츠로 인한 피로도 상승, 입을 잘못 놀린 유명인, 주변인들의 몰락 등) 무엇보다 퍼거슨옹의 'SNS는 시간 낭비다'라는 지극히 컨벤셔널한 코멘트에 그는 단지 축구감독으로써의 명망만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망각한 채, '그래! SNS는 인생에 도움이 안돼!'라는 열등감과 근시안적 시야로 페이스북 및 카카오스토리는 중단하고,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는 아예 가입도 안하고 현실을 살겠다며 트렌드를 무시하고 살던 시기였다.
그리고 이런 미쳐 돌아가는 세상(그때는 진짜 그렇게 생각했다)에서 나는 현실을 살겠다며, sns에 대한 반작용으로 더 철학적인 책을 찾아서 읽고, 인문학 책을 찾아서 읽고, 역시 세상을 사는 지혜는 '올바른 정신과 마음(?)'에 있으며, 배워야 할 것은 모두 책에 있다고 자위하던 나날을 살았다. 막 뜨고 있던 유튜브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그냥 쓰잘데 없는 B급 컨텐츠', '동영상 찍기 좋아하는 사람들이 개인적인 비디오 컨텐츠를 업로드 하는 곳', '덕후들의 덕질 놀이터'라는 아주 잘못된 이해를 하고 있었다.
[내가 분위기 파악을 못하는 사이,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었다.]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던 유튜브를 시작하게 된 것은 거시적인 안목이 생겨서도 아니요, 엄청난 인사이트가 생겨서도 아니요, 시류를 파악한 엄청난 '촉' 때문도 아니었다. 계기는 내가 좋아하는 영화배우 #티모시샬라메 의 #콜미바이유어네임 프로모션 투어 내용, 인터뷰 등을 보기 위한 지극히 단순한 소위 '덕질'을 위한 것이었다. 그렇게 발을 담그게 된 유튜브는 그동안의 나의 잘못된 생각을 철저히 깨부수기라도 하듯이 엄청난 컨텐츠들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편차는 심하지만, 내가 알고 싶어하고 보고 싶어하는, 엔터테인먼트 적으로나, 교육적으로나 다양한 컨텐츠를 제공하고 있음을 확인하고 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유튜브를 소비만 하고 있던 사이, 이미 생산자의 삶을 시작한 사람들이 있었다.]
아차하면 중독 될 정도의 다양하고 재미있는 유뷰트의 컨텐츠들 때문에 유튜브 시청 시간을 어떻게 줄여야 하나라는 고민을 하고 있을 때쯤, 다양한 매체에서 유튜브 유명 크리에이터들의 이름이 노출되기 시작했고, 몇몇 유명 유튜버들은 TV라는 메인 매체로까지 진출하는 기염을 토하며, 심상치 않은 미디어 환경의 변화를 암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유튜브 동영상은 모두 개인이 만드는 동영상'이라는 선입견을 또다시 깨부수듯이 'MCN(multi channel network)'라는 생소한 용어들이 간간히 들리기 시작하면서 디지털 컨텐츠 생태계가 뭔가 또다른 형태로 진화되고 있구나 하는 추정만 했을 뿐, 자세한 내용은 알 수가 없었다.
[최고의 회사 중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구글을 퇴사하고, 30세에 대학 동기인 도티와 샌드박스를 창업해 5년 만에 업계 톱의 자리에 올려놓은 사람의 이야기다.
"나 역시 구글에서 일하는 동안 곧 다가올 세상을 반 발짝 앞서 봐버렸다. 결국 우리는 두 눈으로 목격한 세상의 변화를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오늘도콘텐츠를팝니다 는 시대의 변화를 직감하고, 과감히 미래가 보장된 유명한 글로벌 기업 구글을 퇴사하여 샌드박스라는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시작하여 단기간에 엄청난 결과를 만들어낸 이필성 대표의 책이다.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놀랐던 점은,
- 모두가 선망하는 회사에서 일하는 사람이었다는 것
- 매우 젊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캐치하는 선구안이 있었다는 것
- 미래가 불투명 한데도 '가능성'에 승부를 걸기 위해 과감히 퇴사하고 스타트업을 시작했다는 것
이었다. (이 세가지만 보면, 마치 해외의 유명 성공 기업의 CEO를 보는 느낌이다.)
역시 난 사람은 다른 것인지, 책 전반에 걸친 내용들도 콘텐츠를 다루는 사람, 유튜브를 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시야를 확장할 수 있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다. 더불어, 특정 분야를 떠나서 기본적으로 자신만의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 그리고 유튜브의 대박을 지켜보며 추격을 준비하고 있는 모든 컨텐츠&플랫폼 회사들에게도 상당한 인사이트를 제공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
게다가, 이런 자서전 형태의 책들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겸손한척 하지만 결국은 잘난 척', '내가 열심히 해서', '내가 잘나서', '내가 고생을 엄청나게 해서', '내가 제일 잘 알고' 등의 뉘앙스가 철저하게 배제된, 매우 절제되고 객관적인 톤으로 쓰여진 잘 정제된 한권의 산업 리포트의 느낌이 강한 책이라 끝까지 거부감 없이 잘 읽을 수 있었다.
이 나이에, 이 정도의 인사이트에, 이 정도의 글빨에! '대단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사람인 것 같다.
문득문득 마크 주커버그의 창업 일대기를 그린 영화 #소셜네트워크 를 볼 때의 느낌이라고나 할까?(물론 다행히도 마크 주커버그 같은 막장 행동거지는 없다.)
[그의 말, 말, 말]
- 많은 사람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인정받는 가치를 지닌 콘텐츠가 상업성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돈을 내고 소비할 만한 가치가 있는 콘텐츠로서 자격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니 말이다. 그리고 돈을 내고 소비하는 콘텐츠가 많이 생성되면 결국 콘텐츠 산업은 저변이 확대되고 발전하게 된다.
- 그러다 보니 사람들의 욕구와 필요가 더 명확하게 반영된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공급자 중심의 시대에는 공급자가 사람들의 니즈를 추정해서 콘텐츠를 끼워 맞추는 시장에 가까웠다면 지금은 사람들이 진짜 원하는게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치열하게 한 후 콘텐츠를 제작한다.
- 모두 제각각이고 다양한 욕구와 취향을 지닌 사람들은 어떻게 그걸 참아온 걸까? 그동안의 미디어 환경상 콘텐츠는 과소 공급 상태였고, 사람들은 그 상태를 특별히 거부하지 않았다. 욕구를 누르며 살았거나 욕구가 있다는 것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주어지는 대로 수용한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소비자들 각자가 원하는 다양한 콘텐츠들이 쏟아져나오고 있으며, 우리는 선택만 하면 된다.
- 모바일 사용에 익숙해진 유저들은 어느새 휴대폰 없이는 살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금 우리는 어떤가?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시간이 옆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는 시간보다 훨씬 길다.
- 편리함이 주는 효용은 거부할 수 없다. 사람은 누구나 편리함을 추구하는 본성을 지니고 있다. 단지 그동안은 그것을 구현할 수 있는 도구가 적어서 사용하지 못했을 뿐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사람은 게으른 존재라서 조금이라도 편한 걸 찾는 본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류 역사를 보더라도 편한 것이 늘 좋은 것을 앞서왔다.
- 동영상 콘텐츠 시장이 활성화되는 두 번째 이유는 사람들이 여가에 쓰는 시간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 오늘날의 대중들은 여러 명의 등장인물이 가지각색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보다는 나만의 취향과 니즈에 맞는 인물이 한 가지 테마의 콘텐츠를 모노톤의 화면에 담아 보여주는 것을 더 선호한다. 공중파의 주말 예능 프로그램도 여러 명이 한꺼번에 나오는 버라이어티 쇼의 유행은 지나갔다.
- 크리에이터들이 갖고 있는 기획력, 매력, 스토리는 남다르다. 수많은 회사들이 이 지점에서 실패한다. 잘나가는 크리에이터들이 하는 것처럼 비슷하게 따라 하면 성공할 수 있겠다는 착각을 한다. 대중들이 원하는 크리에이티브는 성공한 누군가를 흉내 내서 엇비슷하게 만들어내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개인의 매력과 창의성이 녹아들지 않는 콘텐츠는 진정성과 생명력이 없다. 또한 성실한 태도와 콘텐츠에 대한 자신만의 철학을 갖고 있어야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
- 오늘날 대중은 훨씬 더 많은 사람들과 연결되어 있고 그들과 소통하고자 애쓴다. 인스타그램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이유도 거기에 있다.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다는 행위를 통해 특정 대상과 훨씬 더 가깝게 느끼고 직접적인 소통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 그렇다면 스토리에는 무엇이 담겨야 할까? 늘 궁금증을 자아내고, 즐거움을 주며, 개인적인 매력과 재미 그리고 감동적 요소를 담아낸다면 좋은 콘텐츠로서의 잠재력을 가질 수 있다. 또한 스토리에는 인간의 본성인 '선망의 법칙'도 잘 담아내야 한다.
- 크리에이터에게 콘텐츠 기획력이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라면 두번째는 브랜드로서의 매력을 갖는 것이다.
- "앞으로 돈이 어디로 흐를 것 같나요? 한번 맞춰보세요." 이는 내 인생에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한 질문이었다.
[김미경 강사의 말이 옳았고, 그래서 나도 더욱더 확장된 인사이트를 얻게 되었다.]
얼마 전에 읽은 #김미경의리부트 에서 이런 말이 나온다.
"시야를 넓히고 인사이트를 얻기 위해 젊은이들과 대화하라", "다른 분야의 낯선 사람들을 만나라"
영감, 지혜, 지식 하면 고대 철학자들, 이미 입증된 유명한 대가들, 유명 부자들, 해외 성공 사례, 해외 자기계발서 저자만 떠올렸던 나를 반성한다. 시류를 빨리 파악해야 하고, 콘텐츠도 생산해야 하는 사람인데도, 지극히 개인적인 편향에 갇혀 스스로 눈가리개를 찬 경주마처럼 눈 앞의 것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세상이 급변하는 것만큼, 새로운 시도를 하는 사람들의 인사이트와 경험을 나이, 성별, 국적에 관계없이 끊임없이 보고 벤치마킹하는 360도의 시각을 가져야 할 때인 것 같다.
[사족을 달자면...]
이 책은 누구보다도 '네이버 디지털 콘텐츠 마케팅' 팀이 읽어야 할 책 같다! ㅋㅋㅋㅋ
현재의 네이버애드포스트 정책이나 기타 정책으로는 경쟁력이 없다...
네이버와 블로거의 관계를 아직도 탑다운 방식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은데, 그런 전통적인 방식은 더이상 안 먹힌다는 것... 이 책에서 거의 '디지털콘텐츠101' 수준으로 알려주고 있으니 꼭 읽어봤으면~ 그래서 네이버를 아직 떠나지 않고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는 블로거들을 소중히 생각했으면~ 소 잃고 외양간 고치지 말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