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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시작은 추락한 차, 추락해서 완전히 파괴된 차로부터 시작된다.
이 파국의 시작은 어디인가
왜 이 파국으로 이어져야 하는가
그 궁금증으로 소설은 문을 연다.
우선은 가족에 대한 문제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가족이란 규정된 틀은 있지만,
내용은 제각각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현, 정, 진의 자녀로 구성된 다섯 가족은
실상은 대단히 복잡하다.
겉으로는 화목하고 통상적으로 보이지만,
내부에는 많은 갈등 요소와 감정선의 얽힘이 복잡하다.
반강제로 맺어진 가족이라는 울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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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이에 그런 관계가 있다.
돛도 노도 없는 나룻배처럼
물살을 따라 정처없이 흘러가버리는,
쉽게 처음으로 되돌아올 수도,
방향을 자유롭게 바꿀 수도,
한 곳에 오롯이 멈추어 설 수조차 없는 관계
..
결코 쉽게 끊어내거나 벗어날 수 없는,
사람들은 이런 관계를 가족이라 불렀다.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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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배는 왠만한 폭풍으로는 절대 난파되지 않았다.
높고 낮은 시간의 파고를 따라 잠시 출렁일 뿐.
다시금 조용히 앞으로 나아갔다.
-
가족이라는 울타리는 그다지 튼튼하지 못했다.
각자는 각자의 입장과 각자의 문제를 오롯이 안고 버티고 있었다.
현-정-진의 관계와 그리고 닥친 둘의 부재.
-
이제 그 곳에서 편안한거야
나도 곧 집을 떠날거야
조금 더 먼 곳으로 당신들의 흔적이 희미한 곳으로
가고 싶은데 과연 그게 가능할까 싶어.
세상 어디에도 그런 곳은 없다는 걸.
내가 나로 존재하는 한.
영원히 두 사람의 환영 속에서 갇혀 살겠지.
..
그 어떤 곳에도 속하지 못했던 건,
오히려 당신들이 아닌 나였으니까
..
우리는 모두 당신들에게 저마다의 빚이 있잖아.
평생 그 빚을 느끼며 살아갈 수 밖에 없어. p.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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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 추락은 가족의 추락이다.
가족의 울타리는 너무 느슨해서 이 관계들을 지켜주지 못한다.
또 다른 한 축은 잎새-찬희-진의 관계다.
친구들인 그들의 관계 역시 편하지 않다.
서로의 엇갈린 시선들이 중첩되어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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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결코 두 번 경험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죽음이다.
죽음은 모든 생명체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일 테니까.
다만 그 문턱까지 가 본 사람들은 있다.
죽음의 문 앞에서 생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삶의 많은 것들이 변한다.
인생의 우선순위였던 가치들이
먼지 한 톨 보다 가볍다는 사실을 깨닫고
생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진다. p.200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지금까지 자신을 옥죄고 있던 것들이
얼마나 하찮은 것인지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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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서로의 이해관계와 이해득실을 완전히 배제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우니까.
덕분에 사람들은, 종종 자신과 가까이에 있는 것이
유일한 정답이라는 믿는 오류를 범한다.
만약 아니라면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다.
세상의 수많은 인간관계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서로에게 충만했던 감정이 조금씩 작아지다
결국 파편화된 추억의 부스러기로 남아버린다..
하나의 온전했던 둥근 케이크가 작은 조각이 되고
결국 흔적없이 사라지는 것처럼.
부스러기조차 남지 않은 빈 케이크 접시처럼
녀석은 다음 날 흔적없이 사라져버렸다. p.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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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면서 다양한 관계와 서로의 시선들이 교차하면서 중첩되고
엇갈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각자는 각자의 입장과 감정으로 교묘하게 얽혀있다고 생각되었다.
많은 부분에서 관계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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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그렇다 한들, 세월이 인간을 늘 순응하게 만드는 건 아니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낯선 것들이 익숙해지고 선명했던 기억들이 희미해지지만,
삶에서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것들도 분명 존재했다.
시간의 조각칼이 영혼에 각인한 상처같은 것.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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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길을 따라 흘러가는 안온한 하루처럼 보여도,
실상은 모두 가라앉지 않기 위해
치열하게 분투하는 인생들이었다.
결국 인간이란 영원히 시간에 적응할 수 없는 존재이며
평생을 시간에 농락당하는 대상일 뿐이다.
지겹게 한 곳에 못 박혀 있던 시간이
그의 뒷덜미를 낚아채 일주일 후로 성급히 던져놓았다.
하루는 힘겹고 지루하지만,
일주일은 빠르게 질주한다.
한 달은 눈 깜짝할 사이에 통과하고
일 년은 빛의 속도로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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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면
그 관계를 위해 참고 노력하는 쪽이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아. 그게 자신이 아니라면 분명 상대 일텐데. p.196
감사히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