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신의 순서를 가리는데 가장 먼저 달려간것은 소라고 한다. 그런데 소 등에 올라타서 공짜로 달려가던 쥐가 결승점 앞에서 얼른 뛰어내려서 소보다 먼저 도착한 것으로 인정~ 되어서
그렇게 12지신 중 가장 앞에 오는 동물이 되었다는 전설~
세상에는 소 등에 엎혀가는 쥐나 코끼리 등에 엎혀서 멀리까지 갈 수 있었던 개미처럼 인생을 날로 먹는 것들도 많이 있는 모양이다.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된다지만 제이곱스라는 이름의 한 미국인 덕분에 나도 인생에 있어서 날로 먹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일단 이 저자가 브리태니커에 도전하게된 계기를 살펴보면.. 어찌나 나나 신랑이나 그렇고 그런 내 친구들이나 우리 아파트 같은 라인에 살고 있는 이 모든 분들과 흡사한 인생을 살고 있는지.. 놀랍기 그지없다.
학교 때는 사상가의 이름과 사상들을 연결지어서 열변을 토할 수 있었고
문학사조에 맞춰서 작품들과 주인공의 삶을 우리네 시대상에 맞춰서 재해석할 수 있었다.
졸업을 하고 생활 전선에 뛰어 들어서, 아이들을 키우면서, 그렇게 기성세대가 되면서
누가 누구와 스캔들이 났는지, 돌아오는 봄에는 어떤 컬러가 유행을 하게 될지, 주말을 잘 보냈다고 소문날만한 놀이거리는 무엇인지, 이번 생신에는 어떤 맛집에 가면 좋을지
이런 것들로 내 지식은 포멧 당하고 말았다.
저자가 나보다 나은 구석이 있다면 이런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스스로를 개혁하려는 마음을 먹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충분히 같은 계기로 나도 브리태니커에 도전해 볼 수 있지 않았을까?
불가능하다. 3만3천페이지, 6만 5천개의 항목, 9,500명의 저자, 2만 4천개의 그림으로 이루어진 백과사전을 읽는 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동아백과사전으로 대처하기에는 뭔가 석연치 않은 자존심이 남아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이 순진하면서도 잘난체 하고 싶어하는 미국인이 브리태리커를 통째로 읽고는 자신 만의 재미있는 설명까지 붙여놓은 '한권으로 읽는 브리태니커'를 읽는 것이다.
이 책은 백과사전이라기 보다는 백과 사전을 읽는 한 남자의 여정을 따라가는 기행문이다.
어찌보면 21세기 최고의 오락이라는 훔쳐보기의 묘미까지 숨어있다.
그가 어디까지 읽었는지, 나도 책을 읽으면서 따라갈 수 있다.
그가 어렵게 낚아서, 잘 다듬어서 양념을 하고 어렵고 힘든 조리 과정을 거쳐 뼈를 발라 먹기 좋게 접시에 담아놓은 그 지식들을 나는 날름 집어 먹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저자에게 조금은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지금 내가 느끼는 이 지적 충만감보다 더 많은 충만감을 그가 느꼈을 거라는 사실에 안도하면서
누군가에게도 이 충만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