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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즈님의 서재

현상학 책들을 한번씩 읽어보는데, 신선하고 세밀한 관점이라는 인상은 크지만, 현상학 특유의 기술방식으로, 읽고난뒤 손사이로 다새고, 손으로 잡아둘 내용은 많지 않았다. 그러니까 현상학 자체도 손으로 꽉잡을 만한 내용을 대기가 쉽지 않고, 그와 동시에 현상학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어디에 유용한가 라는 데에 이르기는 더더욱 어렵다.

후설<현상학의 이념, 엄밀한 학으로서의 철학>, 하이데거<존재와 시간> 그리고 몇년전에 잠깐 훑었던 퐁티<지각의 현상학> 등이 읽는 책이다.
















20세기초 지배적이었던 과학적사고에 대항하여, '사태자체로'에 집중하면서 소외된 의식, 존재,지각의 현상을 기술하는 이들 책들은, 3인칭 객관적 시점이 주된 과학적사고에 대비되게1인칭 시점을 주로하여 접근한다. 

진리여부를 3인칭으로 판단하며 논리를 전개하고 논의를 진전시키는 과학적 태도와는 달리, 1인칭 시점 안에서 현상학,현상 등을 설명해내고 이해시키는데에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그래서 현상학은 주체와 객체 관계가 모호하고, 배려하고 사려해야할 것들로부터, 논의를 해나가야 한다.

이렇게 모호한 안개속을 거니면서, 현상학 논의를 따라가면, 지금 하고 있는 게 무엇인가 라는 생각이 끊이지 않는다. 결국 읽다보면 이 모호함은 현상학에서 필수적인 부분이라는 것을 알게되고, 1인칭이지만 통상적인 1인칭 시점과는 다른 차이점을 인식하게 된다.


1인칭하면 떠올리는 여러 대상들은, 심리철학이나 인지과학과도 겹치는 부분이 많다. 현상학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만한 적당한 책들을 검색하니, 눈에 익은 역자 '박인성'님의 마음학총서가 눈에 띄었다. 전부 관심이 갔지만 그 중 마음을 사로잡은건 역시 심리철학과 인지과학에서 탐구하는 영역에서 현상학적인 접근이 어떤지를 살피는 <현상학적 마음> 이었다. 

맨처음 차례만 보았을 때는 심리철학이나 인지과학이 주고 현상학이 보충하는 그런 느낌이어서, 현상학적 관점이 궁금한 나로서는좋을지 반반의 기대감이었지만, 일단 봐보자 싶어 구입했다.
















처음 서론부터 좋았다. 심리철학과 인지과학을 현상학을 수단으로 입문시켜 주는 느낌으로, 현상학 주요 문헌들을 정리해서 필요한 부분에 필요한 설명을 매우 전문적으로 참조하고 인용한다. 

2장이 인상적이다. 현상학이 다루는 현상을 현상학의 입장과 상식적인 입장으로 오가면서 충실하게 정확하고 도움이 되는 그림을 그려준다.

3장부터는 현상학, 심리철학, 인지과학이 공유하는 대상에 대해서 차근차근 논증하고 설명한다.


그래서 현상학이 주가 되어, 현상학의 모든 정체와 쓸모를 다 밝힌다고는 할 수 없지만, 현상학을 수단으로 심리철학과 인지과학 입문서에 나오는 개념들을 다시 밝히는 역할을 매우 충실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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