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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의 소상(23)




여인은 민기의 오른쪽 두어 걸음 뒤에 여인이 서 있었다.

 

민기와 여인의 시선이 마주쳤다.

 

“보길도….”

 

“……”

 

“어떻게 여길…”

 

“……”

 

여인은 짧게 물었고 민기는 그 물음에 아무런 대답을 못하였다.

 

잠시, 아주 잠깐 동안의 침묵이 흘렀다.

 

“저 신부가 그 세연정….”

 

여인은 턱으로 그녀를 가리켰다.

 

민기는 대답 대신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그쪽은 어떻게….”

 

여인은 대답 대신 고개를 숙이고 자신의 발끝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었다.

 

“저 신랑이 바로 세연정 같은 한옥에서 살고 싶다는 여자와 결혼하겠다고 한 남자예요.

얼마 전까지 내 남자였던 사람.

참으로 아이러니하네요.”

 

주례가 주례사를 마친 결혼식장 안에서는 남녀 혼성의 축가가 아카펠라로 울려 퍼지고 있었다.

 

민기와 여인은 웃지도 그렇다고 울지도 않는 묘한 표정으로 서로를 쳐다보고 있었다.

 

민기는 알 수 없이 착잡했고 그것은 여인도 그랬다.

 

무슨 말이라도 건네야 하는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하지만 때로는 침묵이 최고의 소통이고 마음거래일 때도 있는 것이다.

 

지금이 그랬다.

 

- 그럼 오늘 결혼식의 피날레인 신랑 신부의 행진이 있겠습니다.

하객들께서는 힘찬 박수로 축하해 주시기 바랍니다. -

 

사회자의 신랑 신부의 행진이 있겠다는 말에 민기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다시 결혼식장을 향해 돌렸다.

 

팔짱을 낀 신랑과 그녀가 웨딩마치에 맞춰 발걸음을 떼고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며 하객들에게 미소를 던지는 두 사람은 조금씩 민기와 여인 앞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그녀는 아직 민기의 존재를 발견하지 못했는지 행복한 신부의 표정을 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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