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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의 소상(18)



“무슨 생각을 그리 깊게 하세요?”

 

여인이 아픈 추억의 시간에 잠겨 있던 민기의 상념을 깨뜨렸다.

 

“그런 느낌 받지 않았어요?”

 

 

밑도 끝도 없는 물음이었다.“무슨 느낌이요?”

 

“우리가 이 섬의 주인공이라는 느낌.”

 

“글쎄요…. 전 무슨 말인지 도통 모르겠습니다.”

 

민기는 그여인 말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렇잖아요.

이 섬과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미지의 곳에서 살던 물새가 어느 날 홀연히 섬으로 찾아든 것처럼 동행인도 없이 홀로 섬으로 스며든 한 남자와 한 여인인 그대와 저. 어떤 사연이 있든지 간에 미지의 곳에 사는 미지의 남녀가 이 섬에 들어왔다는 그 사실만으로도 섬사람들에게 있어서는 호기심의 대상일 수밖에 없을 거예요.

저는 섬사람들의 그런 호기심을 강하게 느꼈거든요.”

 

여인은 묘한 표정을 지었다.


 

섬사람들은 풀꽃같은 여인의 출현에 충분히 관심을 가지고 여인에게서 신비스러운 전설을 보듬고 있는 인어를 연상하거나 아니면 비련의 주인공을 상상하며 각기 망상을 즐기고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여인은 그런 섬사람들의 관심을 즐기고 있을지 모르지만 민기는 그 관심이 오히려 불편하여 거부하고 있었다.

 

“그럴 수 있겠지요.

그러나 전 상관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에 신경을 쓸 정도로 제가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그런데 그쪽은 이 보길도에 왜 왔어요?”

 

민기의 말에 여인의 표정이 일순 경직되었는데 그 표정은 민기의 돌발적인 질문에 당황하고 있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민기로서는 그 질문이 결코 무의식적인 질문이 아니었다.

 

민기는 보길도에 도착하여 여인을 먼발치에서 처음 보던 그 순간에 무엇인가 단단한 물질에 한 방 얻어맞은 것만 같은 충격을 받았고 동시에 왠지 모르게 고독하고 가냘파 보이는 여인의 모습에서 ‘저 여인은 왜 혼자 이 보길도에 왔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고 그 의문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푸훗!”

 

일순 경직되었던 여인의 표정이 풀리는 동시에 입에서는 짧은 웃음이 토해졌다.

 

“좀 우스운 것 같네요.

그쪽도 혼자 왔으면서.

그러면 그쪽이 먼저 어째서 혼자 이곳에 오게 되었나를 말하고 나서 그다음에 저에게 질문을 하는 것이 순서일 것 같은데요.

그러니 순서가 바뀐 것 같네요.”

 

여인의 시선은 고추잠자리와 사마귀가 앉아 있던 난간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고추잠자리는 어디론가 날아갔고 사마귀만이 남아 온몸으로 여름 햇살을 받고 있었다.

 

다시 침묵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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