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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여름날의 소상(15)



여인의 눈꼬리가 약간 올라갔었으나 이내 내려앉았다.

 

여인은 민기의 생각에 동의하지는 않았으나 그렇다고 경멸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쪽이 제 생각을 힐난하시는 것 같아 말하기가 겁이 나네요.”

 

“아니에요. 전연 힐난한 것 아니에요. 겁쟁이이시다.”

 

여인은 환하게 미소를 지었는데 그 미소에는 민기를 편하게 해주려는 배려가 담겨있었다.


“멍청이에 겁쟁이라…. 오늘 남자로서는 좋지 않은 명칭을 다 듣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어머, 겁이 난다고는 그쪽이 먼저 말한 것인데. 듣기 거북했었나보네요.”

 

“아니에요. 

듣기 거북하지는 않았고 그저 그렇다는 것이지요. 

그럼 겁쟁이가 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사마귀 사랑에 대한 제 생각을 말씀드려야겠네요. 

이것도 어디까지나 남자의 입장에서의 생각이라는 것을 전제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네, 알겠어요.”

 

“한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의 사랑이 목숨을 바칠 정도의 사랑이라면 그 사랑은 절대적인 사랑이라고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남자의 그런 절대적인 사랑을 이용할 대로 이용한 후 돌연 이별로 그 댓가를 치룬다면 그런 사랑은 파멸적인 사랑인 것이겠지요.”

 

“그 생각에도 동의할 수 없겠는데요.

그것은 여자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입니다.”

 

여인은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는 듯이 민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곧바로 이의를 제기했다.

 

“네, 그렇겠지요. 여자의 입장에서도 목숨을 바쳐 사랑을 했는데 그 댓가가 이별이었다면 그 좌절감은 이루 말할 수 없겠지요.”

 

“당연하지요.”

 

“어쨌든 남자나 여자나 사랑을 했다가 상대로부터 이별을 당하게 되면 배신에 치를 떨게 되겠지요. 

그리고 배신을 당하게 되면 처음에는 그 배신에 분노하고 증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분노와 증오는 좌절로 바뀌게 되고, 좌절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치지만 쉽게 벗어나지 못하여 방황하게 되지요. 

어떤 사람은 방황을 끝내고 새로운 사랑을 찾겠지만 어떤 사람은 방황을 끝내지 못하고 삶을 포기하기도 하지요. 

그렇게 배신을 당하는 사람은 삶에 치유하루 수 없는 생채기를 입을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여인은 민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이며 읊조리듯 짧게 말했다.

 

“그렇지요. 맞는 말씀이에요.”

 

두 사람 사이에 다시 칠흑 같은 침묵이 길게 깔렸다.

 

한줄기 바람이 지나갔다.

 

아까보다는 조금 더 센 바람이었다.

 

바람에 대숲이 울었다.

 

민기는 대숲 울음만큼이나 서글픈 추억 속으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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