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가 나에게 말하는 것들>
최은창 지음
노르웨이숲 펴냄
2024년 12월 20일 발행
*최은창은 베이시스트다. 1975년생, 서울대 사회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다소 늦은 나이에 재즈를 시작하여 20여 년간 연주자의 삶을 살고 있다. 대학 졸업 후 미국 노스텍사스대학교에서 재즈를 전공했고 현재 추계예대 실용음악과 부교수이다.
*이 책은 최은창이 재즈를 대하는 마음과 태도, 그리고 재즈에 대한 질문과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담은 에세이다.
재즈를 대상화하여 객관적으로 설명하는 게 아니라 최은창의 마음과 생각이란 필터를 통해 재즈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어 진솔함이 느껴지고 이해하기 쉽다.
쉽게 읽히지만, 이 책을 읽으면 누구나 재즈의 핵심은 ‘즉흥연주, 스윙 필, 블루스'구나 하는 걸 알게 된다. 이 세 가지를 잘 해내기 위해 고민한 흔적들이 책의 곳곳에서 보이기 때문이다. 또 재즈의 역사에서 의미 있는 주요 음반과 곡, 뮤지션을 소개하고 있어 재즈를 전혀 모르는 이들도 다 읽고 나면 재즈를 대하는 마음과 귀가 달라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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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음악에 대해선 아는 것이 거의 없다고 봐도 되는 무식쟁이라, 뮤지션은 내게 연예인보다 더 신비로운 존재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은 뇌 구조가 다를 거야. 타고난 유전자가 있어야 음악으로 먹고살 수 있지 않을까?'
그런데 이 책을 읽고는 생각이 많이 달라졌다. 뮤지션 최은창은 자신의 재능을 꾸준히 의심하며 하루하루 발걸음을 내딛는 끈기와 노력을 쌓아 지금의 자리에 와 있었다. 특히 재즈의 핵심이라 말하는 ’즉흥연주‘를 정말 즉흥적으로 잘해내기 위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글 곳곳에 묻어나는데, 이는 하나의 일을 오랫동안 계속하면서도 스스로의 가치를 찾지 못하는 많은 이들에게 공감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더불어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힘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영상 중심, 짧은 호흡으로 변화하고 있는 사회 속에서 소리 중심의 긴 호흡을 요하는 재즈가 점점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저자가 느끼는 마음 또한 우리 시대의 많은 이들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밑줄 그은 문장
“고도로 훈련된 즉흥연주는 역시나 고도로 훈련된 청중의 귀를 요구한다. 어쩌면 즉흥연주 중심의 음악이라는 것이 편하게 음악을 감상하면서 정서적인 만족을 느끼고 싶어 하는 청중과는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는 태생적인 한계를 가졌는지도 모른다. 반대로 한 곡의 재즈라 해도 수없이 반복해서 들으며 늘 새로운 것을 발견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나는 구조가 쉬운 음악은 있어도, 쉬운 음악은 없다고 생각한다.”
“블루스를 연주하면 필연적으로 ’나는 누구인가‘ ’나는 세상에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하는 질문에 도달하게 된다.”
“연주자가 되기로 마음먹고 난 뒤에 나의 즉흥연주는 아무리 연습을 거듭해도 쉽게 뛰어넘지 못하는 벽이었다.”
“글로 쓰니 별것 아닌 것으로 보이겠지만, 수없이 많은 곡을 상대로 이 과정을 거치며 몇 년이 흘러갔다. 그 과정에서 곡의 난이도가 올라갔고, 곡이 머릿속에 저장되는 속도가 아주 조금씩 빠랄지기도 했다. 다른 키로 옮기는 겻이 약간 수월해지기도 했다.”
“어떤 작품이 불편하거나 불만족스러울 때면, 그 작품이 부족한 것도 실제의 이유일 수 있지만, 많은 경우에 나의 기대가 만들어낸 실체 없는 대상과의 비교를 통한 비판이란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화도 그렇고 책도 음악도 마찬가진데, 작품은 늘 같은 모양으로 그 자리에 있지만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 무슨 관심사에 정신이 팔려 있는가에 따라 늘 다른 부분이 보이고 들린다.”
“이전의 나는 재능이 부족한 나를 미워했었다. 사람들이 늘 하는 ’먼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식의 말은 조금도 내 마음에 와 닿지 않았다. 내가 원하는 삶은 명확히 다른 세계에 있는데, 내 몸은 엉뚱한 곳에 와 있는 상황이었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가 닿을 수 없는 대상의 뒷모습만 지켜보고 있는 나 자신을 미워하기를 멈추는 데에 20년은 족히 걸렸다.”
주간심송과 노르웨이숲 출판사의 이벤트에 당첨되어 받은 도서를 읽고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