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제목 아래로 양양이라는 지은이를 발견하고 나는 기뻤다.
잊고있던 지난 날의 추억을 발견한 아련한 마음이 들었다고 하면 과장일까.
나의 스무살, 봄날 같았던 그 때,
내 마음속을 휘저었던 친구가 한 번 들어보라고 추천해 준 노래가
바로 양양이 노래한 '이 정도' 였다.
그 친구와 더 큰 관계로 발전하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와 양양이라는 가수는 내 마음속에 남아서
간간이 새로운 소식을 들으면 괜시리 반갑고 노래도 찾아서 들었다.
바로 그 양양이 쓴 에세이. 쓸쓸해서 비슷한 사람.
나는 쓸쓸하지 않은데,
하면서도 왠지 나와 너무 비슷할 것만 같아서 책장을 쉽사리 펼치지 못했다.
한번도 만난 적은 없지만 노래를 통해 조금은 친근한 그녀가 쓴 이야기들.
'이거 내 이야긴가?' 할 정도로 소소하지만 그래서 더 공감가는 글.
사진이 아니라 그림이어서 더 아름답고 글과 어울렸던 책 속의 삽화.
한손에 꼭 들어오는 책의 크기와 도톰한 두께까지도 정말로 좋았다.
동명의 EP 앨범을 함께 들으며 공감각적인 따스함을 느낄 수 있었다.
바보같게도 책을 다 읽고서야 알았지만
책의 각 Part가 EP앨범의 노래들로 구성되어 있다.
각 장에 맞춰서 가사를 곱씹으며 앨범을 듣는것도 좋겠다.
기차 여행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많은 이야기가 와 닿았지만
그 중에서도 특히나 기억에 남는 글.
요리생활이라는 제목의 그녀의 첫 시금치 무침에 관한 이야기.
나도 그랬었는데.. 하면서 그녀의 글에 고개를 끄덕끄덕.
참기름의 고소함과 마늘의 알싸함, 시금치의 푸릇푸릇함이 그대로 전해져 왔다.
양양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녀는 이런 사람이구나.
음악가의 삶은 이렇구나. 조심스럽게 엿볼 수 있었다.
나에게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또는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순간들을
노래로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그녀가 정말 부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