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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3 : 실크로드의 오아시스 ...
  • 유홍준
  • 22,500원 (10%1,250)
  • 2020-06-15
  • : 2,235
1. 2019년 4월 30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1,2 출간기념 강연회에 다녀왔다. 강연 후 책을 읽어보고 싶었고 책에 나오는 곳에 가보고 싶었다. 중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잘 몰라 강연 내용을 놓치는 것이 많아서 아쉬웠다. 인상적인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두었는데 그때 찍었던 사진이 바로 이 책의 표지사진이었다. 그랬으니 3권을 어찌 안읽을 수 있겠는가.

2. 책은 쉽게 읽을 수 있었다. 마치 유홍준 교수와 함께 패키지 여행을 하는 것 같았다. 우리가 방문하는 장소마다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답사 포인트를 콕 찝어주었다. 작가는 서문에 답사 횟수가 충분치 않아 기행문 형식으로 쓸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간 유지해온 세가지 기조를 지켰다고 했다. 첫째, 유적과 유물에 대한 정보 전달을 '정확하게', 둘째, 유물과 유적을 실감 나게 묘사해 '재미있게', 셋째, 대상을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일깨워 '유익하게'. 이 세가지 기조는 책에 충실하게 반영되었다. 지도와 사진자료가 곳곳에 실려 있어 책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중앙아시아와 실크로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볼 만하다. 다만, 14세기 이후 이슬람 문화권이 되어 이슬람 문화유적도 많을 것 같은데 저자의 전공이 아닌지라 많이 다루지 않았다. 유적이 많이 반출되고 개발되지 않아 가볼 수 없거나 볼만한 것이 없는 지역이 많았다. 사막길을 그렇게 달렸건만 패키지 여행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 '찍고 이동'은 아쉬웠다.

3. 본문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은 다음과 같다.

그러다가 기원전 2세기, 실크로드가 열리면서 이 조용한 오아시스 왕국들의 평화로운 삶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 비단과 옥을 매개로 한 카라반들의 발길이 바빠지고 동서교역의 이권을 차지하기 위해 흉노, 돌궐을 비롯한 유목민족의 제국과 한나라, 당나라 등 역대 중원의 제국들이 격렬하게 다투면서 그 틈바구니의 오아시스 왕국들은 온갖 고통을 겪게 되었다.
상인들이 개척해놓은 그 길을 따라 불교가 중극으로 들어왔다. 불교를 전파하러 가는 서역승과 불법을 구하러 중국에서 천축으로 가는 입축승의 발길이 이어졌다. 결국 죽음의 사막을 뚫은 것은 돈과 신앙이었다. (p10, 서문)

그러나 막상 투르판에 와보니 그것은 지나가는 자들의 이야기일 뿐 오아시스 도시에 뿌리내리고 오순도순 살아갔던 서역인들의 숨결과 체취가 살갑게 다가왔다. 그네들이 시련의 역사 속에 남긴 유적에는 아픔과 슬픔, 그리고 애잔한 소망이 서려 있었다. 그것은 오아시스 도시의 숙명같은 것이었다.
그때 나는 실크로드란 길로 나 있는 선이 아니라 오아시스 도시에서 도시로 이어가는 점의 연결이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p56)

특히 베제클리크석굴 벽화는 독일 탐험가들이 먼저 떼어간 것들이 제2차 세계대전 때 폭격을 맞아 완전히 사라졌기 때문에 더욱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이에 반해 우리 박물관은 한국전쟁 때 그 무거운 벽화 파편들을 부산까지 피난시키며 온전히 보존해오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실크로드 답사자는 모름지기 답사를 떠나기 전에, 아니면 답사 후에라도 반드시 국립중앙박물관 세계문화관의 중앙아시아 전시실을 다녀가볼 일이다. (p145)

(독일 탐험가들의 벽화 탈취기는 어이가 없다. 바위 벽을 떼어갈 생각을 했다니 욕심이 지나쳐 미쳤다는 생각이 든다. 탐험가인가 도둑놈인가. 그렇게 훔쳐간 벽화를 박물관 벽에 시멘트로 붙여 놓아 옮길 수도 없어 전쟁 때 모조리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니 화가 날 노릇이다.)

특굴로 지정된 것을 보려면 석굴 하나에 1인당 200~300위안을 따로 내야 한다. 양질의 높은 서비스를 받으려면 그만큼 돈을 더 내라는 지독한 자본주의로 생각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석굴 관리 차원에서 그 비싼 돈을 내고도 꼭 보고 싶은 사람만 보라는 것일 수도 있다. 관람불가라고 아예 막아놓는 것보다 훨씬 합리적이다. (p199)

(터키의 카파도키아에는 괴레메 야외박물관이 있다. 10~12세기 기독교인들이 살았던 동굴교회로 내부가 프레스코화로 꾸며져 있는데 30개의 교회가 관광객에게 개방되어 있다. 그 중 프레스코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어둠의 성당은 추가 입장료를 내야한다. 여행자들의 주머니를 털기 위한 장삿속이라고 생각했는데 문화재 관리와 보호 차원에서 나쁘게 볼 것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참으로 묘한 것은 실크로드나 티베트나 차마고도나 내가 노년의 답사코스라며 꼽은 곳들은 문명의 간섭적게 받았고 정확히 말해서 모두 삶을 영위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자연조건을 지녔다 할 수 있는데 그것을 극복하며 살아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티베트인은 신앙의 힘으로 버티는 느낌이다. 오체투지의 인내 속에서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 이에 반해 실크로드 오아시스 도시 사람들은 춤과 음악으로 인생을 위로한다. 그런가 하면 차마고도 사람들은 종교고 가무고 생각하지 않는다. 주어진 생존의 시간에 충실하게 시기를 놓치지 않고 일하며 살아갈 뿐이다. 어느 것이 더 낫고 부족하고가 없다. 그것은 선택이 아니라 자연조건에 맞추어 사는 인생이다. 그리고 우리 같은 현대 도시인들은 이 세가지에다 문명이란 것이 복잡하게 뒤엉킨 삶을 영위할 뿐이다. (p388)

4. 이 책을 읽은 사람은 꼭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서역6강은 투르판의 차사국(훗날 고창국), 카리샤르의 언기국, 쿠차의 구자국, 카슈가르의 소륵국, 호탄의 우전국, 누란의 누란국(훗날 선선국)이고, 안서사진은 카리샤르의 언기국, 쿠차의 구자국, 카슈가르의 소륵국, 호탄의 우전국이다. 서역6강은 역사적 개념이지만 안서사진은 역사적 사실인데 이를 모르면 곤란하다고 하니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다.

5. 이 책에서 소개하는 5개의 지역(답사순으로 누란, 투르판, 쿠차, 타클라마칸사막, 호탄, 카슈가르)은 좁은 의미의 실크로드이자 실크로드를 동부, 중부, 서부로 나눌 때 중부에 해당한다. 동부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중국편 1,2권에 소개되어 있다. 카슈가르에서 파미르고원을 넘어 시리아까지 이르는 약 2,400킬로미터의 서부 실크로드에는 어떤 유적과 이야기가 있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이 구간은 이슬람 문화권이고 저자도 다음 답사지로 옛 장안으로 간다고 한다. 서부 실크로드는 누구와 함께 떠나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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