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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의 이해
  • 오정희
  • 5,400원 (10%300)
  • 1996-06-28
  • : 601

오정희의 소설 '새'에는 새와 닮은 모습을 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첫번째로 이씨 아저씨의 '새'와 아빠의 '그 여자'가 닮아 있다. 이씨 아저씨는 새를 새장 안에 가둬 두고 자신의 '부인'이라고 말한다. 새의 부리에 입을 맞추며 '이게 사랑이야'라고 이야기하기도 한다. 아빠는 그 여자를 집 안에 가둬 둔다. 아빠는 그 여자에게 돈을 많이 벌어 언젠가는 호강시켜주겠다고 말하며, 그녀를 위해 모든 것을 다 털었으므로 절대 도망가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새장 안의 새는 거울을 본다. (이씨 아저씨는 새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다른 새로 알고 외로워하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확실한 것은 모른다) 그 여자 또한 아빠가 사준 거울을 매일 들여다본다. 새장 속의 새는 도망치지 않지만, 그 여자는 곧 아빠로부터 도망친다.

두번째로 우미와 우일이, 그 중에서도 특히 우일이다.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데다가 마지막에는 머리를 다쳐 하루하루 가벼워져가는 우일이는 '새'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이식받은 인물이다. 어릴 적 아빠가 창밖으로 자신을 던졌을 때 자신이 날았던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하며, 갈수록 말라가는 탓에 우미가 '우일이는 아마 새처럼 뼛속을 비워서 가벼워 진 후 날아가려고 하는 것 같다'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애는 아마 날기 위해 가벼워지려 하는지도 모른다. 새는 뼛속까지 비어 있기 때문에 날 수 있는 것이다.81p)

이 소설에서 또한 중요한 것은 주인공인 '우미'의 역할이다. 우미는 11살이지만 집에서 온갖 역할을 떠맡는다. '나는 누나지만, 엄마이고 선생님이기도 하고 그래서 그애를 책임져야 하는 것이다(66p)'는 부분에서 나와 있듯이, 우미는 우일이에게 밥을 해먹이기도 하고 숙제를 하지 않으면 혼을 내기도 한다. 한 가지 의문스러운 점은, 우미우일 남매의 아빠가 술에 취한 채 돌아와 잠든 우미의 젖가슴이며 엉덩이를 더듬는데, (물론 '그 여자'를 잃은 외로움 때문이기는 하지만) 이 때는 '그 여자' 혹은 '아내'(이자 우미우일 남매의 엄마)의 자리를 대신한다.

얼핏 복잡해보이는 이 소설은 오정희 씨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의 생활을 직접 보고 쓴 것이라 한다. 그래서인지 결말은 우미가 철길을 따라 집을 떠나고(떠나는 것으로 보여지고), 엄마가 부르는 듯한 환청을 듣는 것으로 끝난다. (이 세상에 한번 생겨난 것은 없어지는 법이 아니라고, 먼 옛날의 별빛을 이제사 우리가 보는 것처럼 모든 있었던 것, 지나간 자취는 아주 훗날에라도 그것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나타난다고 연숙 아줌마는 말했었다. 153p) 작가는 우미에게 엄마를 다시 돌려줄 수는 없었기에, 그리웠던 엄마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으로 대신 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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