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 산재해있는 잡동사니는 결국 자신의 마인드와 영혼의 문제와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집 안이 어수선한 잡동사니들로 가득 차 있다는 건, 그 자신도
비슷한 종류의 잡스러운 에너지에 사로잡혀 있다는 말이 된다.
무엇이든 간직하고 소유하려드는 세상에, 과감하게 버릴 것을 강조하는 저자의 시각은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함부로 버리는 일이란 죄악이라고 여기는 우리 부모님 세대쯤 되는 분들의
집을 방문하곤 할때면 늘 느끼는 것이, 무언가가 굉장히 많다는 것이었다.
온갖 종류의 자잘한 장식품들, 오래된 전자제품, 더 이상 듣지않는 레코드판, 입지않는 옷들....
집 안에 가득 싸인 물건들은 확실히 집 주인의 사고방식을 반영하는 것 같다.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심리 중 하나가 언젠가 쓰일지 모른다는 강박관념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 '언젠가'는 좀처럼 오지 않는 경우가 많고 대부분의 경우 그렇게 대기중인 물건들이
내뿜는 안좋은 에너지 때문에 오히려 우울해지거나 게을러질 가능성이 더 많을 뿐이다.
내 자신이 물건들 속에 포위되버린다고 해야할까.
더 이상 관계의 주도권은 내가 갖지 못하고 그 물건들이 갖게 된다.--;
처음엔 이 책이 단순히, 집안의 잡동사니들을 어떻게 처리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알려주는 책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는 잡동사니 청소를 버림의 문제로 보며,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보내주는 삶의 문제로까지 확대한다.
무언가를 수집하는 것은 자기의 한계를 설정하는 일이며,잡동사니들을 놓아주면서
자신의 삶의 목적을 좀 더 분명히 할 수 있다고 한다.
잡동사니는 집 안 뿐 아니라, 내 몸 속에, 내 인간관계에, 내 생각 속에 늘 존재하며,
나를 무의식적으로 짓누르는 모든 것을 의미한다.
이런 잡동사니들로부터 조금씩 해방되면서, 좀 더 가벼워지고 투명해지는
내 존재감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잡동사니들이 뿜어내는 기운들로부터 벗어나 언제든, 어디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을것만 같은
그런 신선하고 상쾌한 에너지를 만날 수 있을 것도 같다.
한 가지 인상적인 부분은, 돈에 관련한 저자의 시각이었는데, 돈이란 경험을 사기 위해
존재하는 무엇이라는 것이다. 돈의 기능은 소유에 있지 있고 쓰임에 있다. 생의 종착역에
이르렀을때 은행 통장에 한 푼의 잔고도 남아 있지 않다면, 우리는 뒤를 돌아보며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감사합니다. 제게 이렇게 많은 경험을 주신것에 대해".
최근 이사를 가기위해 이런 저런 물건들을 처분하고, 애정을 주었던 많은 책들마저도
처분하는 중인데, 이 책을 읽고 나니 물건들을 처분중인 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