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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을 움직이는 사모펀드 이야기
  • 사친 카주리아
  • 17,820원 (10%990)
  • 2023-09-08
  • : 654
-사모펀드 투자가들은 위기에 빠진 기업을 매수해 빚을 잔뜩 안기고 최대한 비용을 줄인 다음 단기간에 이익을 내고 매각한다.

-이들이 하는 것은 금융공학이다.

-사모펀드는 금융계의 집 장사다. 표적기업의 경영 실적이 개선된다고 해도, 상당한 수익을 올린 후 빨리 엑시트한다는 기본 목적의 부수적 효과일 뿐이다.

-사모펀드는 예측 가능한 정해진 투자 방법을 따른다.

이 말은 내가 쓴 게 아니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모펀드 이야기> 138페이지에서 언급한 사모펀드에 대한 세간의 인식에 대해 옮긴 부분이다. 세간의 인식에는 금융업계 사람들도 포함된다. 평범한 직장인이자 개미 투자자인 나도 비슷한 인식을 갖고 있었다. 대략 이런 식이다. A라는 사모펀드가 물밑에서 야금야금 지분을 늘려가며 어느 날 멀쩡하던 회사를 집어삼킨다. 완전히 삼킨 뒤 회사에서 돈이 되는 부분은 매각하거나 돈이 안 되는 부분은 구조조정을 시작해 사람들이 직장을 잃고 쫓겨나는 장면.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무표정하고 냉정한 얼굴로 바라보는 양복쟁이들. 읽어보니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 같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모펀드 이야기>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다시피 사모펀드가 어떤 사고방식을 갖고 프로젝트에 접근하는지, 어떻게 운영하고 어떻게 수익화를 이뤄내는지 자세히 소개하는 책이다. 사모펀드 회사는 어떤 기업을 표적으로 삼을까. 표적기업을 정할 때 단순히 만만해 보이는 기업을 찾는 게 아니다. 좋은 상품과 네임밸류가 있지만 시대에 뒤쳐지거나 재무상태가 망가진 기업을 찾는다. 이때 인수한 뒤에는 어떻게 회생시킬지, 가치를 올릴 수 있는 시나리오 역시 함께 준비한다. 그후 사모펀드 회사 내부인들의 치열한 질문이 시작된다. 고객의 엄청난 규모의 돈을 굴리는 것이기에, 이런 질문과 회의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가 돈을 잃을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프로젝트의 진행이 지지부진하거나 아예 손해 볼 가능성은 없을까.p.104' 가장 최악의 상황까지도 대답할 수 있어야 한다.

그 다음 표적기업을 어떤 식으로 매수하는 게 비용면에서나 과정면에서 가장 효율적일지 시나리오 몇 가지를 준비한다. 만약 순조롭게 인수하고 구조조정을 거쳐 회사가 업계에서 다시 재기하기 시작하면 사모펀드는 엑시트를 준비한다. 이때 엑시트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는데, 책에서 본 가장 참신한 사례는 회사 내 다른 펀드에 매각하는 것이다. 그러면 회사는 고객으로부터 2+ 20(수수료 +성공수수료)를 받게 되고, 다른 펀드에서도 이 회사 매각이 순조롭다면 같은 수수료를 받을 것이다.

내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 사모펀드의 투자 전문가는 일이 성공하면 개별 인센티브를 받는데, 현금이나 주식 외에도 지분 참여의 형태도로 받는다. 그러니까 일종의 주인의식을 지닐 수밖에 없다. 회사를 망가뜨리는 게 본연의 목적은 아니라는 점을 뒷받침한다.
‘하지만 이들이 느끼는 주인 정신에는 창업자나 기업 소유주가 가지고 있을 원초적인 주인 정식과 미묘하게 다른 점이 있다. 사모펀드의 대가는 전통적인 기업 소유주와 달리 필요하면(특히 매각할 때는) 그 기업에서 한 발 떨어져 문제를 분석할 능력이 있다.p.101’

“혼란은 가장된 수익일 수도 있다.” 사모펀드 대가들의 핵심 신조라고 한다. 투자를 처음 시작할 때 투자선배들에게 듣는 말과 같다. ‘공포에 사라.’ 그렇지만 대부분의 초보투자자들은 공포에 사지 못하고 그저 관망만 한다. 그렇지만 사모펀드 대가들은 시장 혼란과 불확실성이 가득할 때 움직이기 시작한다. 무너진 시장을 적극적으로 뒤져 투자건을 찾아낸다. ‘이들은 정리가 필요한 상황을 좋아한다. 그런 곳에 큰 이익이 숨어있기 때문이다. p.116'

이런 얘기를 들어보면 상당히 사모펀드가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이들은 분명 리스크를 감수하지만, 그것을 감수할만한 충분한 데이터와 창의적인 대안으로 무장하고 있다. 쉽게 벌리는 건은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며, 디벨롭할 수 있는 복잡한 건을 선호한다. 그리고 나침반을 수익화에 맞춰둔다. 푸드, 바이오, 리테일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지만 목표가 수익을 내기 위해서임을 잊지 않는다는 의미다.

<세상을 움직이는 사모펀드 이야기>의 저자 사친 카주리아는 세계 최대 대체자산운용사 중 하나인 아폴로의 전 파트너이며 아킬레스 매니지먼트의 설립자이자 최고 투자 책임자로서 27년 이상의 경력을 지니고 있다. 투자자로서 내부에 깊숙이 관여했던 사람이 쓴 글이라 그런지, 사모펀드의 규율과 시스템에 대한 뜨거운 애정과 존경이 느껴진다.

이 책은 초기 표적기업 선정 단계부터 엑시트에 이르기까지 사모펀드들이 어떤 사고과정을 거치는지 아주 자세히 다룬다. 분야와 케이스도 다양하기 때문에 흥미롭다. 사모펀드가 성공했던 사례뿐만 아니라 실패했던 사례도 다룬다. 만약 M&A나 사모펀드에 관심이 많은 구직자라면 이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공부가 될 것 같다. 또 투자 관련 용어를 아주 자세히 설명해주기 때문에 관련 공부를 한다면 도움이 될 듯 하다. 번역도 매끄러워서 잘 읽힌다. 사모펀드에 대한 인식을 바꿀 수 있었던 흥미로운 책이었던 것 같다.

*서평단에 선정되어 쓴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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