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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일로 건너가는 법
  • 김민철
  • 15,120원 (10%840)
  • 2022-09-28
  • : 3,925
작년 초는 유독 팀장 자리 면접 제안이 많이 들어왔던 해다.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저는 그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라며 웃으며 고사 했고, 그 다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어리둥절했으며, 그 다음에는 진지하게 수긍했다.



아, 이렇다 할 업적을 쌓지도 못했고, 책임으로부터 도망가는 데 급급했고, 자격이나 추천 같은 걸 받지 못했어도 '팀장'을 달 수밖에 없는 시기가 오고 마는구나. '짬'이라고 부르는 알량한 경력과 '연륜'이란 단어로 포장되는 나이만으로도. 그래서 팀장이 되어보기로 했다. 이제 팀원을 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 해보고 못 하겠으면 또 도망가보자.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그리고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다. 샤오미가 대륙의 실수라면, 나는 나를 뽑은 이 회사 이사님의 실수인데, 샤오미가 지금까지 꽤 선전해온 것처럼 나도 어떻게 얼렁뚱땅 팀장 노릇을 하면서 꽤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처럼, 팀장이라는 자리는 나를 단단하게 단련시켰다. 그 자리에 맞는 생각을 하고, 어른스럽게 행동하도록.



사람을 대하는 게 어려워 힘들고, 잘 하고 있는지 누가 얘기해주는 게 아니라 불안하고, A와 B가 있으면 A가 최선이다!! 외쳐야 하는 결정의 상황이 부담스럽고... 그래서 때려치우고 싶다는 마음은 늘 목구멍까지 찰랑거리지만 그래도 팀장이라는 자리가 내게 자신감을 주고,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지만 마음 한켠엔 늘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가 스멀대고 있었다. 팀장으로서 나는 잘 하고 있나, 팀원들에게 어떤 비전을 보여줘야 하는가, 내가 팀원들보다 우수해야 하는가, 내 아이디어가 너무 올드하지 않은가, 나는 물고기 잡는 법을 너무 세세하게 가르쳐주고 있진 않은가, 팀원들을 어떻게 대하는 게 좋은가, 나는 팀원들에게 너무 권위 없는 팀장은 아닌가, 팀원들이 내게서 조금이라도 배울 점이 있는가 등등... 그래서 김민철 작가의 책 <내 일로 건너가는 법>을 읽으며 많은 부분에서 안심이 되고, 공감이 되고, 공부가 되고, 위로가 되었다.

TBWA 코리아의 카피라이터로 18년이나 일해 온 작가는 어느 날 팀장을 맡게 된 과정과 그 속에서 배운 것들을 이 책으로 엮어냈다. 한때 나 역시 카피라이터 일을 했던 터라 이 회사가 광고업계에서 가진 입지를 알고 있기에 책을 읽으면서 김민철 작가가 대단해 보이는 한편 부러움을 멈출 수 없었다. 게다가 박웅현 CD가 팀장님이었다니! 책 곳곳에 박웅현 CD의 멋진 면모를 볼 수 있어 좋았다. 무엇보다 사수의 좋은 면들을 내면화해 자신만의 팀장노릇으로 멋지게 풀어내고 있는 김민철 작가야 말로 참 괜찮은 팀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서 내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대목이 있다면, 팀원들은 팀에서, 팀장에게서 어떤 느낌을 받아야 하는가 하는 부분이다.

한때 속 썩이던 20대 후반의 팀원(지금은 나갔지만)과 독대를 할 때면 샐쭉한 표정을 보면서 나는 속으로 이렇게 생각하곤 했다. '에효. 나도 저때 저랬지. 그래도 구구절절한 잔소리는 속으로 접어둬야지. 이 친구도 팀장을 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오니까. ㅎㅎㅎㅎ ㅎㅎㅎㅎ ㅎㅎㅎㅎ.' 이 말은 늙은 아줌마 팀장의 소심한 저주(?)같지만 조금의 거짓도 섞이지 않은, 진실로 진실이다!

누구에게나 팀장이 될 수밖에 없는 때가 온다. 그러면 이 책이 상당히 유용할 것이다. 어떤 마음가짐으로 팀장직에 임해야 할지 스스로 결정해야 할 때, 어떤 방식으로 팀원과의 관계를 형성해야 할지 아리송할 때, 지금 내가 잘 하고 있는지 알고 싶을 때,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인정 받고 있는 팀장의 가이드라인이 궁금할 때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가벼운 위트와 친근한 말투, 단정한 겸손 그리고 알맹이 있는 문장. 몽글몽글 피어나던 안개가 걷히고 조금은 가볍고 친근하게 팀장 노릇을 할 용기가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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