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릴 때 참 되고 싶은 게 많았다. 화가도 되고 싶고, 탐정도 되고 싶고, 작가도 되고 싶고, NASA에도 들어가고 싶었다. 엉뚱하게 되고 싶은 게 많았던 시절이었다.
<별빛 전사 소은하> 속 은하는 내가 되고 싶었던 수많은 직종을 초월해 ‘알고 보니 외계인’이었다. 어느 날 손목에 별 무늬가 생기고 손에서 자기장이 발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엄마로부터 원래 외계에서 우주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지구로 왔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우월주의파는 헥시나인을 비롯하여 몇몇 진화한 인류가 우주를 지배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단체래. 코니스와 우월주의파는 점령하고 싶은 행성을 찾은 후에 각 행성에 행성 개조 칩을 뿌리기 시작했대. 그 행성 중 하나가 지구고.
외계의 적이 지구에 침투하는 방식은 더 흥미롭다. 바로 아이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온라인 게임을 통해서다. 은하는 가족과 지구로 파견된 같은 외계 전사들 그리고 절친인 소령, 기범과 함께 적과 싸운다.
나는 한 번도 게임을 심심풀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다. 현실 세계만이 전부가 아니다. 가상 세계 역시 내 인생의 중요한 한 부분이다. 그래서 나는 게임에서도 언제나 매너를 지키고 룰을 따른다. 그 안에서 누구보다 당당하고 진지하게 경쟁한다.
네가 세상의 중심인 줄 알지? 천만에. 너도 누군가에게는 외계인이고, 먼지 같은 존재야. 이 말은 안 하려고 했는데, 너 춤 엄청 구려. 연습 좀 제대로 해.
이 책은 한편의 단편영화 같은 이야기다. 초등학생이 읽는 SF소설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 서평단을 신청했는데 생각보다 흥미롭게 읽었다. 술술 읽히면서도 그 무렵 아이들이 가질만한 고민들이 곳곳에 잘 녹아있다. 친구들 사이에서 놀라운 능력을 발휘하는 존재가 되고 싶은 마음, '알고 보니' 다른 사람과 달리 특별한 존재(외계인)이고 싶은 마음, 강한 척하는 아이들에게 쏘아 붙이고 싶은 마음, 어른들과 동등하게 대우받고 싶은 마음...
나와 완전히 다른 초등학생 시절을 보낼 딸을 나는 평생 완전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세계는 이미 내가 보내온 시대로부터 달라져있다. 어떻게 보면 소은하도 우리 딸도, 수많은 초등학생들도 모두 내게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외계인들이다. 작가의 의도가 어떠하든 나는 <별빛전사 소은하> 속에서 요즘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었다. 아마도 아이들 역시 이 책을 읽으면 자신의 마음을 발견할 수 있겠지? 우리 딸도 소은하처럼 당당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가족과 친구들을 따뜻하게 끌어 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창비 서평단에 참여하여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