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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현님의 서재
  • 마담 보바리
  • 귀스타브 플로베르
  • 10,800원 (10%600)
  • 2000-02-25
  • : 11,755
치밀한심리 묘사는 내용과 형식의 아교 중 하나


올해 봄부터 계속 붙잡고 있었지만 가을에 접어들어서야 모두 읽었다.

형식과 내용을 일체시켜 써나가기 위해 4년의 집필 동안 엄청난 노고를 쏟아 부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러나 작가가 집필하던 시대에는 외설적인 장면이나 묘사가 파격적이었을 지 몰라도 지금 시점에서는 지루하거나 절정 장면은 생략되어 있다. 반대로 배경 묘사나 사물 묘사는 너무 상세하게 묘사가 되어 있어, 읽는 데 몰입감을 떨어뜨리고 늘어진다.

세밀하게 되어있지만 늘어지는 외적묘사와는 다르게, 세밀한 심리묘사는 지루하지 않고 한 부분(보바리의 심정이 로돌프의와의 관계에서 서너번에 걸쳐 전복되는)을 제외하면 감탄을 자아낼 수 밖에 없었다. 시대상이 담긴 그의 진한 묘사가 때로는 불편하기도 했지만 또 어느 부분에서는 너무나 적확한 것만 같아서 공감을 샀다. 또한 파멸로 내딛는 3부에서는 전개 속도가 탄력을 받고, 주인공 중심적으로 다뤄져서 이야기나 심리의 서술이 소설의 끝을 향해서 곤두박질 친다.
플로베르는 보바리의 연정 사이사이에 주변 인물들의 모순된 행동과 심리를 배치함로써 이야기의 외연을 확장해주고, 심지어 어느 대목에서는 개인의 심리와 그와는 상관 없이 돌아가는 사회 시스템을 배치함으로써 부조리와 같은 블랙코미디의 뉘앙스를 보여주기도 한다.

나는 이 책을 읽기까지 플로베르가 낭만주의와 욕정만을 비판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무지에서 비롯한 과도한 자연주의, 물질 만능주의 또한 비판하고 있다. 그 예로 뒷부분에서 신부와 약제사의 말다툼, 그리고 그들의 타협과 기만으로 이어지는 대목은 인간 그 자체의 허위의식을 폭로하고 있다.



하지만 연정을 묘사하는 부분이나 주변 환경을 묘사하는 부분은 너무나 따분하고 과잉된 묘사가 즐비했던 것만 같다. 그건 이 소설이 쓰인 시대 탓이겠다. 하지만 현대 독자들에게는 그런 점을 감안하고 읽더라도 신통하지는 않을 거라 생각된다. 그럼에도 그의 치밀한 구성과 심리 묘사는 내용과 형식의 결합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는 듯 하다.
`그러면 부르지니엥 씨가 방안에서 성수를 뿌렸고 오메도 질세라 클로르 수를 마룻바닥에 조금 뿌렸다.`
...샤를르(죽은 보바리의 남편)는 잠을 이루지 못한 채 여전히 그녀를 생각하고 있었다.
로돌프(첫번 째 연인)는 기분 전환을 위해서 온종일 숲속을 헤매다닌 뒤 자기 집에서 편안히 자고 있었다. 저 멀리 레옹(두 번째 연인)도 역시 자고 있었다.
이 시각에 자지 않고 있는 사람이 하나 더 있었다.
전나무 숲속의 무덤가에 한 아이(약제사의 조수)가 무릎을 꿇고서 울고 있었다. 흐느낌으로 찢어질 듯한 그의 가슴은 달빛보다도 더 부드럽고 칠흑 같은 밤보다도 더 헤아릴 길 없는 엄청난 회한에 짓눌려 어둠 속에 헐떡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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