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대해서
루미너스 2020/08/09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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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확실한 날들의 철학
- 나탈리 크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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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 - 2016-03-03
: 901
책을 읽기 시작한 것은 한참 전인데 이제서야 서평을 남긴다.
나의 게으름이 주원인이지만 약간의 변명을 하자면 철학 책은 어렵다.
글이 어려운 게 아니라 여러 가지를 곱씹다 보면 소화가 더디다.
여전히 많은 걸 잘 모르겠지만 30대 초반의 내가 느낀 걸 기록해둬야 훗날 길을 잃거나 주저앉아 버리고 싶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불확실하다. 확실한 거라곤 하루가 24시간이고 어쨌거나 내가 이 하루를 운영한다는 것인데, 매일 새로운 변수가 등장하곤 한다. 외부적 요인도 내적인 요인도 모두 말이다.
이런 부류의 책들을 읽으면 알 수 없는 공허함에 사로잡힐까 미리 걱정하곤 한다.
하지만 나탈리 크납의 글들은 나에게 큰 힘과 위로가 되어 주었다.
뻔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써 내려가면 나도 모르게 '네가 해봐라 말이 쉽지' 이런 삐딱한 마음으로 글을 씹어 내려가는데, 저자의 단호하지만 부드럽고 설득력 있는 글에 순한 강아지처럼 '네 맞아요 그럼요' 하며 수긍했다.
프롤로그에 어떤 문장이 기억에 남아 다이어리 첫 장에 적었다.
✑바로 자연만큼 오랫동안, 아주 다양한 모습으로 검증된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자연을 유심히 관찰하면 우리 스스로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좋은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정말 맞는 말이다. 비가 아무리 많이 내려도 결국은 그칠 것이고 미친 듯이 더운 여름날도 언제 그랬는지 기억 안 나는 선선한 가을로 탈바꿈되고 어쩌면 우리의 삶도 이런 게 아닐까?
불가능해 보이지만 결국은 흘러가는…
2016년 여름 처음으로 전원생활을 시작했다. 말이 좋아 전원생활이지 시골 생활이라고 표현하는 게 더 맞는 것 같다. 12년간의 해외 생활 후 돌아온 한국은, 줄곧 도시 생활만 하던 나에게 신선함과 힘듦을 동시에 선물해 주었다. 거절할 수 없는 선물. 내가 좋던 싫던 모두 감수해야 하는 생활이다. 물론 좋은 점이 훨씬 많지만…(웃음^^;)
우여곡절이 많았다. 조만간 다시 유럽으로 이민 갈 생각에 뿌리를 온전히 내리지도 그렇다고 묻은 흙을 탁탁 털어 내지도 못한 채 몇 년이 흘러갔다. 그래서 지금은 어떻게 됐을까? 책의 제목처럼 불확실하다.하지만 지금 당장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한나 아렌트를 좋아하는데 저자가 그녀의 말을 인용해서 반가웠다.
우리와 같은 삶의 상황에 놓인 사람은 오직 우리밖에 없으며, 인생에서 실망스러운 결과를 만나다 해도 그것이 꼭 우리의 잘못 때문에 비롯된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주어진 수단으로 진정 노력하고 있다면(결과와 상관없이) 우리가 늘 잘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문장이 '봐야 한다'라고 닫혀있어서 좋았다. 글을 읽고 쓰는 행위를 사랑한다.
가끔 내 문장은 너무 겸손한 척, 바른척해서 쓰고도 부끄러울 때가 있다.( 주로 그런 문장은 올리진 않지만)
책을 읽다보면 익숙한 독일 소설들도 등장한다. 괜히 내 책장으로 가서 그 책이 어디쯤 꽂혀있는지 확인하게 된다.
단순히 희망만 주는 책은 아니다. 시련과 죽음에 직면했을 때 어떻게 극복하는지 역시 말하고 있다. 무거운 내용이라 서평을 쓰기 힘들었고 고민도 많았다. 읽고 나서 삶에 대해 들여다보는 마음가짐이 절로 들었다. 옆에 두고 계속 읽고 싶은 그런 책이다. 비록 한 권하지만 여러 권의 책을 압축하고 있어서 오래도록 계속 찾아 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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