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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미님의 서재
  • 오늘의 착각
  • 허수경
  • 10,800원 (10%600)
  • 2020-06-09
  • : 803
✑그리고 나는 그 착각을 잠자는 방의 전등에 걸어두었다. P13

허수경 시인의 이름을 읖조리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가라앉는다.
나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지만 그의 글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
작은 것들도 애틋하게 바라보는 시인의 눈을 글을 통해서 느낀다. 

난 쉼보르스카를 좋아한다. 난 허수경을 좋아한다.
좋아하는 것들은 많지만 좋아한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대상은 희소하다.
오늘의 착각. 제목처럼 우린 수많은 착각 속에서 살고 있다.
상대의 진심을 내 방식대로 해석하기도 하고 때론 나의 진심마저도 왜곡된 시선으로 비치기 십상이다. 사실 이젠 무엇이 진짜인지 가짜인지 구별하기도 지친다.
모든 게 다 나의 착각이면 또 어쩔 건가?

가끔 난 내가 드라이플라워 같다는 생각을 하곤 한다. 분명 꽃이지만 꽃이라고 말하긴 왠지 부끄러운...
그 자리에 항상 있지만 언제 바스러져 버릴지 모르는 상태가 마치 나 같아서
드라이플라워를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이 역시 나의 착각이겠지.

영원할 거란 착각을 해왔던 날들이 있었다. 항상 그 자리에 있으니까 당연한 거라고
지금 와서 드는 생각이지만 세상엔 당연한 건 없는 거 같다.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들이 책을 읽으면서 단정하게 정돈된다. 시인의 글엔 그런 힘이 실려있다.

✑물고기 모빌을 침실의 전등 밑에 걸어둔 다른 이유는 아마도 바다 근처에서 태어난 자가 습득한 본능이었는지 모르겠다. 타인의 본능은 모르지만 나는 그랬다.봄을 알려주는 것은 연두의 빛이나 봄꽃이기도 하지만 나에겐 바닷빛이 변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태어난 곳의 봄바다는 봄이 오기 시작하면서 연두를 띤다. P14


✑이곳에 있는데 이곳에 없다는 느낌. 아무것도 구체적으로 잃어버린 것도 아닌데 하나씩 잃어버리고 있다는 느낌. 섬뜩한 것은 이것이 착각이 아니라 정말 그렇다는 데 있다. 언젠가는 너를 잃어버릴 거라는 이 확연한 사실을 착각으로 위장하여 저녁 어둠에 놓아두는 것 . p28

✑착각에 머물다가 홀연히 깨어나는 것은 행운에 속한다, 착각이라는 단어 속에는 광기에 이르는 ‘착란 상태‘에 대한 예감이 들어 있기 때문이다. 착각은 파탄의 입구이다. 착각이라는 느낌이 드는 순간, 인간의 시간은 무작정 헝클어져버린다. 앞의 일에서 착각이 일어났지만 뒤에 올 일이 착각 상태에서 인간을 해방시키지는 않는다. P30

✑태양은 길게 자리를 비웠다가 짧게 돌아와서는 다시 가버리고 그 자리에는 차가운 어둠만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p47

✑믿음이 가져온 착각. 언제나 그랬기에 앞으로도 그럴 거라는 가정이 가져온 착각. P55


✑하긴 착각이 진실의 그림자이기도 하니까.p68


✑모두 알다시피 우리는 두 번의 삶을 살 수 없다. 반복할 수 없으므로 안쓰럽고 그래서 자주 다른 곳을 떠올린다. P84



✑착각의 영상은 유영이다. 부유하는 기억. 그 가운데 착각은 말한다. 나, 여기에 있었다고. 숨 죽이며 그러나 떠돌며 그러나, 내가 있는 곳은 여기,인식론적으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 존재의 가장자리, 기억(혹은 시간의 흐름)이 없으면 아무것도 아닌 나. P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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