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인생 책
루미너스 2020/03/30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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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란
- 박연준
- 13,500원 (10%↓
750) - 2020-03-14
: 3,387
한 장 한 장 아껴가며 읽은 책
예전에 어디서 보고 다이어리에 크게 적은 글귀를 책에서 조우했을 때 쾌감이란...
마치 아는 사람을 만났을 때처럼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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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더 완벽하게 소화하고 싶은 욕심에 서평을 썼다 지우길 반복하다 '내가 전문가도 아니고 그냥 책을 읽고 느낀 점을 솔직하게 써야지' 란 결론에 도달했다.
워낙 좋은 책이라 어떤 수식어도 필요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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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글을 보면 이렇게 솔직해도 될까? 얇은 셀로판테이프처럼 다 비쳐도 괜찮을까? 이런 걱정도 조금 들었지만 이내 이 모든 감정들을 글로 써 내려가는 단단함이 멋지고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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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러운 이야기지만 나는 어쩌면 내 감정에 솔직한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솔직하지 못한 사람이다. 생각보다 주변의 이목도 많이 신경 쓰고 그동안 하고 싶은 일보단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을 하며 살아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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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역시 수동적이라 누군가를 먼저 좋아하기보단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 중에 한 명을 선택하는 식의 연애를 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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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선이란 선은 모조리 밟고 싶은 이상한 상태였는데 결국 책을 읽고 용기를 얻어 (작가님이 부추긴 건 절대 아님ㅋㅋ) 마음을 다 펼쳐 놓았다. 태어나서 처음 해보는 고백이었고 아주 엉망진창이었고 막무가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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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처음 카드 게임을 배울 때처럼 내 패를 바닥에 펼쳐 놓고 상대방에게 "이걸 낼까요? 아님 저걸 낼까요? " 물어보는 식이였다.
결과는 처참한 실패였다.(지극히 당연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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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처음은 자연스럽고, 어설퍼서 예쁘고, 단 한번이라 먹먹하기도 하다. 처음은 자신이 처음인지도 모른 채 지나가버린다. 처음은 가볍게 사라져서는 오래 기억된다. P7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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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픈 내 고백은 고마움으로 마무리 지어졌고 당분간 선이란 선은 다 밟으면서 하고 싶은 거 다 해보라는 허락이 떨어졌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지금의 내 감정을 떠올리며 귀여워할 수 있겠지?
이 모든 소란(騷亂)이 나의 소란(巢卵)이 될 거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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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 동안 책을 읽으면서 많은 공감과 위로 그리고 나만 이런 건 아니라는 안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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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밋밋한 인생에 가끔 미친 일탈도 필요하고 또 한편으론 나 때문에 그 누구도 아프거나 다치진 않았으면 좋겠단 생각을 했다. 이미 상한 감정들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까? ㅤ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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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가락을 나무뿌리처럼 만들어, 아래로 아래로 땅속에 심으세요. 흔들리지 않도록 깊게. p1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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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가끔 내가 나무였으면 하는 상상을 하는데 저 글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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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슬픈 건 조금씩은 아름다운 법이고, 아름다운 건 또 조금씩은 슬픈 법인가보다. P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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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 하나하나가 다 좋아서 전부 줄 치다가는 컬러링 북이 될 거 같아서 자제하느라 애먹었어요! 작가님 해명하세요!!! 아 그리고 표지 정말 최고입니다.
툴루즈 로트렉의 <침대>를 감상하는 연인의 모습을 담은 그림.
처음 보자마자 반해서 잠금화면으로 설정했어요.
조셉 로루쏘의<Lovers and Lautrec>이다.
김민정 편집장님께서 직접 작가님과 연락하여 표지 그림으로 사용됐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 지 더 애착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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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운을 그대로 간직하며 #모월모일 로 넘어가야지
아직도 나는 불완전하지만, 온전한 내가 되길 바라면서... ㅤ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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