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미안의 네 딸들 읽기시작.
레 마누, 샤르휘나, 에일레스, 미카엘, 케네사..
등장인물들의 이름이 기억난다. 여왕이 다스리는 나라 그래서 끌리듯이 읽었고 등장인물들의 잘생김과 아름다운 그림체에 더욱 매료되어 읽었던 책. 완결이 나오길 기다리며 중고등시절을 보냈던 기억이 첫장을 넘기기가 무섭게 떠올랐다.
레트로판20권! 올해가 가기전에 꼭 다 보리라.
만화방에서 빌려볼 때 캐릭터들이 군데군데 오려져있던 기억마져.. ㅠㅠ. 독서란 참 소중한 추억도 살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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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자신의 운명에 도전하는샤르휘나의 삶처럼 살자는 선언글 박인하1980년대 순정만화는 변화한 여성 세계에 던진 질문이자 명령이었다. 1980년대 여성 서사는 지난 세대의 신파적 정서를 극복하는 개혁 운동이었다. 1980년대 순정만화는 여성 독자들과 함께 세계를 바꾸었다. 변화한 여성 주인공은 자기연민에 빠지지 않고 사랑을 쟁취하는 데 두려움이 없었다. 자기 운명의 주인공을 전면에 세운 신일숙 만화는 여성의 언어로 세계를 바꾸는 거대한 이상의 집합체였다.
대하 서사 로맨스답게 사랑의 관계는 복잡하게 연결된다. 그런데 사랑의 중심에 서있는 레·마누아의 태도는 사뭇 다르다. "사랑도 아르미안의 부흥을 위해 이용할수 있어"가 된다. 사랑, 역사, 운명의 주체로 우뚝 선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남청 주인공인 리할과 케네스는 중심에 서 있는 레 마누아의 원심력을 벗어나지 못한다. 철저하게 냉철한, 자신의 야심과 아르미안의 부흥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라도하는 레 마누의 모습은 남성 주인공의 모습에 가깝고, 숙명적인 사랑에 이끌리는리할은 여성상에 가깝다. 익숙한 젠더 세그먼트를 무력화시킨 뒤 여성들에게 서사를 돌려준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에서 서사의 주인공은 온전히 딸들이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은 두 세계로 구분된다. 하나는 인간 세계이고 하나는 산의세계다. 레 - 마누아가 인간 세계의 주인이라면, 샤르휘나는 신의 세계 주인이 된다.
레 마누아는 페르시아와 그리스의 긴장 국면을 이용해 아르미안을 안정시키려는합리적이고 인간적인 세계의 대변자다. 신의 세계와 교감하는 샤르휘나는 세계를지배하는 12신의 분신인 파멸의 신 에일레스와 동지적 연대에 기반을 둔 운명적사랑을 나누는 전사다. 거대한 이야기는 인간 세계와 신의 세계를 넘나들고, 사랑과 운명을 엮어가며 전개된다. 독자들은 "운명과 싸워 그 운명을 바꿀 수 있는 것은 인간뿐이다" 라는 아르미안의 네 딸들>의 내레이션에 호응했고 "생은 때로는 격한 투쟁이며 또한 때로는 참혹한 전쟁‘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미래는 언제나 예측불허 그리하여 생은 그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외길을 걷는 인간은 미래를 모른다"는 내레이션은 운명을 받아들이라는아포리즘이 아니다. 미래는 예측불허이기 때문에 오늘의 삶을 살자는 혁명의 언어다. 인간의 방식으로 자신의 조국인 아르미안을 작은 속국에서 강대한 국가로 키우려는 레 마누아 욕망이나, 여전사로 신들의 세계를 위적으며 자신의 운명에 도전하는 샤르휘나의 삶처럼 살자는 선언이다. 아르미안의 네 딸들이 보여준 한국만화 역사를 뒤흔든 혁명의 순간들을 실시간으로 바라볼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