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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솜님의 서재
  • 한강
  • 13,050원 (10%720)
  • 2018-04-25
  • : 194,728
책을 펼치자마자 밑줄을 긋고 싶을 때가 있다. 기대감과 함께 마음을 후비는 문장들을 그냥 지나칠까봐 정성껏 읽게 된다.

이 책도 그렇다. ‘흰‘ 것들에 대한 이야기. 순수함으로 표현되는 ‘흰‘ 것들 중 어떤 것도 영원하지 못하다는 것을 알기에 그 찰나를 사랑하고 애도하는 마음이 참 슬프다..

오늘처럼 화창한 봄날에는 읽지 마세요
하지만 며칠이 지나 다시 목록을 읽으며 생각했다.
어떤 의미가 있을까, 이 단어들을 들여다보는 일에?
활로 칠현을 켜면 슬프거나 기이하거나 새된 소리가 나는 것처럼, 이 단어들로 심장을 문지르면 어떤 문장들이건 흘러나올 것이다. 그 문장들 사이에 흰 거즈를 덮고 숨어도 괜찮은 걸까.
- P10
시간의 감각이 날카로울 때가 있다. 몸이 아플 때 특히 그렇다. 열네 살 무렵 시작된 편두통은 예고 없이 위경련과 함께 찾아와 일상을 정지시킨다. 해오던 일을 모두 멈추고 통증을 견디는 동안, 한 방울씩 떨어져내리는 시간은 면도날을 뭉쳐 만든 구슬들 같다. 손끝이 스치면 피가 흐를 것 같다. 숨을 들이쉬며 한순간씩 더 살아내고있다는 사실이 또렷하게 느껴진다. 일상으로 돌아온 뒤까지도 그감각은 여전히 그 자리에 숨죽여 서서 나를 기다린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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