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하나님은 어디에 계셨는가? - 박영식 저/ 새물결플러스
작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그 일에 대해 좀 더 많이 알아야겠기에, 더 슬퍼할 시간이 필요했기에 많은 책을 샀고, 관련 글을 읽고, 사진을, 사람들의 모습을 보려 했다. 나는 그날 하나님은 어디에 계셨는지, 왜 번쩍 그 배를 들어 올리시지 않았는지, 왜 아직도 그 사건을 해결해 주시지 않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이 책은 그런 내게 하나님의 마음을 이해하게 해줬다. 아직도 의문이 남아있지만 그럼에도 하나님을 소망하게 해주었다.
저자는 ‘고난’에 대한 저서를 두 번 썼다. 처음에는 학술서 같은 책이었다면 이번에는 본인의 목소리를 담으려고 노력했다. 여러 작가들의 책을 읽으며 세상의 부조리함을 살펴보았다. 그러다 어머님의 죽음을 바라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되새겼다. 세월호 참사를 보면서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고, 그분의 고난과 죽음을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책은 세월호 이후의 신앙에 대해, 신학에 대해 말한다. 질문과 답변의 형식으로 ‘신정론’과 예정론, 하나님의 전능과 하나님의 약함, 고통과 고난의 의미, 하나님의 자유 등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하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이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전개되고 있어 이해에 도움을 준다.
신학을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는 평신도인 내게 주석이 많은 이 책이 쉽게만 느껴지진 않았지만, 책을 읽으며 고통에 함께 아파하시고, 스스로 사랑이신 하나님을 다시금 만날 수 있어 좋았다. 특히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하나님의 약함에 대해 이야기한 부분에서 하나님은 본능이신 사랑을 보여 주시기 위해 창조도, 우리를 향한 역사도 행하신 분, 그리고 행하시는 분이시라는 걸 알았다. 전능하시지만 우리를 사랑하시기 위해 스스로 피조물의 형상을 하신 분, 기꺼이 약해지신 분이시라는 것도. 고난에 동참하시고, 새롭게 변화시키는 소망 가득한 하나님이시라는 사실 또한 알게 되었다. 자유의지를 주장하며 제멋대로였던 그저 피조물에 불과한 나는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내가 가장 집중해서 본 부분이다. 하나님에 대한 여러 의문들, ‘하나님은 왜 침묵하시는지, 악인은 왜 형통한지, 하나님이 전능하신지, 하나님의 뜻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난이 묻고 신앙이 답하다’라는 제목으로 소개하고 있다. 하나의 챕터이지만 앞에 나온 본문의 핵심을 짚어주는 부분이므로 꼭 읽어보길 권한다.
책을 읽은 후 저자의 ‘여는 말’과 ‘맺음말’을 다시 읽어 보았다. 그 중 두 구절이 마음에 와 닿았다.
우리는 더 이상 하나님의 뜻을 내세워 자신이 져야 할 책임을 회피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하나님은 인간에게 책임을 물으시는 분이시다. 참 신앙은 하나님 앞에 인간을 세움으로써 인간을 보다 책임 있는 존재로 만든다.
그 누구도 타인의 고통을 대신할 수는 없지만, 고통을 서로 나눌 때, 우리는 적어도 홀로 버려진 고통에서 만큼은 해방될 수 있다. 자기 자신의 고통에만 집착하면 탈출구를 발견할 수 없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며 그들과 연대할 때, 우리는 고통 중에도 숨 쉴 수 있는 힘을 얻게 될 것이다.
책임 있는 신앙, 그리고 고통을 서로 나누고 연대하는 데서 오는 해방을 하나님과 함께 누리고 싶다. 아직도 주저하고 있는 내게 하나님은 또다시 괜찮다 하시는 것 같다. 그분의 사랑이, 그 기다림이, 한없는 그 사랑이 절절히 느껴진다. 그리고 이제야 알게되었다. 그날 하나님은 거기에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