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야 하는 지에 대해 혼란스러웠다. 섬기라, 복종하라 하시는 하나님이 불편하게 느껴졌고, 더 이상 그 ‘십자가’는 지고 싶지 않다고 여겨졌다. 그러면서 다른 책을 찾고 새로운 문화를 접해가면서 ‘기독교를 반박하는 논리에 무릎을 꿇’었고, ‘화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고 있었다. ‘모래 위에 세운 믿음이 무너져버려’ 방황, 아니 반항을 했다.
고난주간에 만난 이 책은 그런 내가 하나님을 제대로 알고, 만나고 싶게 만들었다. 하나님을 만나는 가장 좋은 통로인 ‘성경’을 나에게 돌려준다고 했다. 나는 성경을 제대로 갖고 있지 않았기에 돌려받았다 말하긴 부끄럽지만, ‘나의 사랑하는 책’을 매일 아침, 저녁으로 읽고 계시던 엄마의 모습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이제는 그렇게 지켜보기만 하던 신앙인이 아닌 내가 직접 하나님의 꿀송이 같은 말씀을 경험해보고 싶어졌다. 성경 한 구절, 한 구절이 온 신경세포 곳곳에 심길 때까지.
초등학교 교사인 저자는 오랫동안 독서모임을 지도하고, 성경 공부 모임과 큐티 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나의 모습처럼 그저 ‘어린 시절부터 무덤덤하게 습관적으로 교회를 다녔다. 성경말씀을 읽던 중 하나님을 만나면서 책벌레가 되었고, 이제는 어떤 책보다도 마음을 움직이고 삶을 변화시키는 것은 책 밖에 없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삶을 통해 신앙을 교육하려는 마음도 가지고 있다.
책은 4장의 챕터와 장 표시가 없는 한 장의 챕터로 구성되어 있다. ‘1장 - 우리는 왜 성경을 빼앗겼는가? 2장 - 성경, 하나님이 들려주신 언약 이야기, 3장 - 성경, 이렇게 읽어라, 4장 - 공동체에 서로 말씀을 나누라’와 ‘책벌레 선생님과 함께 성경 읽기’이다. 챕터만 놓고 보았을 때는 그냥 단순하게 성경 말씀을 읽게 도와주는 책이구나, 빠르게 읽어가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책을 펼치고 서문을 읽고 첫 장을 보면서, 이 책이 ‘쉽지만 쉽지 않은, 정독하지 않을 수 없는’ 책임을 알게 되었다. 우리가 성경과 멀어지게 만드는 사탄의 전략을 소개하는 1장에서 내가 사탄에게 당하며 하나님을 잃어가고 있었음을, 그리고 이것이 나의 죄였음을 고백하게 되었다.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는 공동체에 마음을 쏟지 못했던 건 나 자신이었는데, 환경을 탓하며 성경을 읽지 않았고, 그렇게 하나님을 멀리하고 있었다.
‘언약’을 기준으로 구약과 신약을 함께 소개하는 2장도 정독하며 읽었다. 하나님과 맺은 언약의 시작을 알려주는 모세오경과 복음 공동체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보여주는 사복음서를 묶어 ‘언약 공동체를 형성하는 이야기’로 소개했다. 언약이 이어지는 역사를 보여주는 ‘역사서와 사도행전'도 좋았다. ‘언약 공동체에 들려주신 이야기’인 시가서와 서신서는 그저 어렵게만 느껴졌던 시가서와 서신서가 우리 삶의 이야기이자 공동체가 함께 읽어나가야 할 책이라는 걸 깨닫게 해주었다. ‘언약 공동체에 대한 심판과 회복’이라는 주제로 묶음 선지서와 예언, 요한 계시록에서는 하나님을 멀리한 공동체에게 내리시는 심판과 그러나 언제나 회복케 하시는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을 기억할 수 있었다.
성경을 읽는 법을 알려주는 다음 장을 읽으며 ‘세포 하나하나를 전율케 하는’ 하나님의 말씀을 제대로 만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되었다. 하나님을 알기 원했지만 어찌할 바를 몰랐던 내게 성경을 통해 만나주시겠다는 주님의 음성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래서 ‘하나님이 누군신지 더 잘 알게 되’어, ‘기쁘게 그분을 섬기게 되’기를 소망하게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직접 읽고 묵상하는 것이다. 하나님은 각자에게 다르게 역사하시는 분이므로 나에게도 다가와 그 음성 들려주실 하나님을 기대한다.
성경을 읽을 때 필요한 지침들도 하나하나 소개하고 있다. 더 깊이 있게 성경을 읽어야 함도 깨달았다.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하고, 성경이 기록된 시간과 공간을 이해하고, 나의 관점이 아닌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고, 질문하며 읽고, 내용에 맞게 끊어 읽어야 한다. 그렇게 읽어가며 길러질 깊이와 넓이를 소망하게 되었고, 알고 닮아갈 하나님의 성품을 기대하며, 그렇게 내게 성경을 가까이 할 수 있게 도우시는 성령의 인도하심이 이미 함께 하시는 것 같다. 성경은 그냥 내가 읽기만 하면 역사한다고 생각했는데, 주님의 도우심이 필요함을 알고 겸손해져야함도 깨달았다.
4장은 ‘공동체에서 서로 말씀을 나누라’는 제목의 4장은 내게는 가장 어려울 것 같다. 많이 읽고 접하려 하지만 혼자 할 때가 많고, 나눌 이는 없다고 여겨졌는데, 스스로 모임에 참여하고 계속해서 하나님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관점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혼자 자랄 수 없는 포도나무에 붙어 함께 자라가는 그리스도인이므로 공동체 안에 속해 열매를 맺어가고 싶어졌다. 이 챕터를 읽으며 불편했던 내 마음은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큐티를 나눠주는 자매를 통해 편안해졌다. 어렵게만 느껴졌던 공동체 나눔이 오늘 이 아침에도 일어나고 있었구나 싶어져서 기뻤다.
5장이 아닌 ‘책벌레 선생님과 성경 함께 읽기’라는 이름의 챕터는 짧지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다. 서신서, 이야기, 시 등 다양한 형식을 가진 성경을 형식에 맞게 읽도록 소개하고 있다. 형식에 따라 중요한 말씀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는데, 이 부분에 따로 장 표시를 하지 않은 것은 ‘이 부분이 또 다른 한 권의 책이어서 그런 게 아니었을까’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다윗의 이야기나 포도원 주인의 비유와 같은 말씀은 알고는 있었지만, 깊이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내용을 분석하며 읽을 수 있게 도와주는 책 한권을 준비하고 계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아니시더라도 그런 책을 만들어 주시면 나처럼 말씀을 깊이 묵상하기 어려운 평신도들에게 너무 좋은 길잡이 책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 책의 뒷부분에는 ‘성경을 잃어버린 시대, 잃어버린 보화를 찾을 수 있는 지도가 여기 있다!’라고 쓰여 있다. 나는 지도를 모으는 취미를 가지고 있다. 여행지에 가면 그 곳의 지도를 꼭 사오고 그 지도를 보면서 추억에 잠기기도 했다. 가보지 못한 곳을 ‘언젠가는 꼭 가보리’ 하기도 했다. 지도를 아무리 많이 가지고 있어도 그 지역에 직접 가서 지도를 펼치지 않으면 지도가 소용이 없다. 이 책도 마찬가지이다. 이 책을 지도 삼아 하나님을 만날 수 있는 ‘성경’을 읽어야 한다. 너무 좋은 지도이지만, 하나님이 숨겨주신 보화를 찾으려면 성경을 읽는 데까지 나아가야 한다.
전도서 기자는 인생이 헛되지 않으려면 창조주를 기억하라고 말한다. 자끄 엘룰은 이렇게 말했다. “너의 창조자를 기억하라이지 그를 경배하라, 그를 섬기라, 그에게 복종하라가 아니다. ‘기억하다’이다.…하나님은 노발대발하여 우리를 찾아와 자신을 강요하거나 억지로 복종케 하지 않으신다. 그렇다 하나님은 숨어 계시며 안내하신다. 그분은 문 밖에 서서 두드리신다. 그 이상으로 행하지 않으신다. 기억하라.
하나님을 어떻게 믿어야 할지, 방황하고 반항했던 내게 하나님은 이렇게 또 조용히 찾아오셨다. 이제 그분을 더 깊이 만날 때다. 잠잠하게 하나님의 말씀 안으로 들어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