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도 책에 밑줄을 치거나 표시하는 적이 많다. 요새는 책이 더러워지는 게 조금 걸려 정말 밑줄이 필요할 때만 표시하기로 하고 자제했었다. 이 책은 나의 그런 다짐을 모두 헛되게 만든 책이다. 서평단에 선정돼 책을 소유할 수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기도 했지만, ‘역시 책은 표시해야 맛이지!’하게 했던 귀한 책이었다.
인간 행동 연구 전문가인 웬디 우드는 이 책 『해빗』을 통해 인간 행동을 관찰하고 탐구한 내용을 자신의 연구 단계에 따라 기술했다. 30년에 걸친 그의 연구를 토대로 무엇이 우리를 지속하게 하는지, 습관이 어떻게 일상에 뿌리내리는지, 습관이 어떻게 삶을 변화시키는지 밝혔다. 뇌과학과 행동심리학, 인지심리학 등 다양한 선행 연구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습관에 관한 다양한 방법(실험 및 추적 등)의 연구를 통해 이 책을 완성했다. 그는 우리가 주로 알고 있는 대로 무언가를 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의지력이 아니라고 말한다. 상황을 설계하고, 그 행동을 자동화하여 습관으로 만든다면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고 말한다.
늘 ‘의지력이 부족해, 집중력이 부족해, 나는 왜 이 모양일까’하며 자책하던 사람들에게 이 책은 꽤 단비 같은 책이 될 것이다. 가혹한 환경에 나를 밀어넣어 왜 먹었느냐고, 왜 운동하지 않았느냐고 몰아세우던 자신의 행동을 멈추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무언가를 성취하는 사람들은 상황을 설계해서 그저 그 행동을 자동화하여 그 일을 반복하고, 마법처럼 보상이 없을 때에도 그 일을 하면서 그 일을 이뤘다고 말한다. 무언가를 이루는 것은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대로 의지력이 아니라, 상황에 맞춰 행동하는 습관을 따를 때 가능하다고 이 책은 계속해서 말하는 것이다.
감사하게도 이 책은 나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 책을 읽는 동안 서평단이라는 상황을 설정하고, 할지 말지 생각하지 않고 책을 읽을 환경을 만들었더니, 이렇게 하나의 서평을 완성할 수 있었다. 더불어 최근 들어 나는 무엇도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살짝 빠지게 된 적이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내가 얻고자 하는 또 다른 습관을 형성하기 위해 생각을 멈추고, 반복할 때 사회도 더 좋아져 가고 무언가를 하는 나의 실력도 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교회 청년부에 좋은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든다면 점점 더 아름다워져 갈 수 있겠다는 확신도 들었다.
내가 가진 좋은 습관도 발견하게 되었다. 나는 이미 습관이 된 많은 일상을 통해 내 삶을 유지하고 있었고, 그것이 나를 절망에 빠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지탱하고 보호해 주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중 내가 인스타그램에 설교노트를 올리는 습관이 내가 가진 좋은 습관을 통해 형성될 수 있었다는 것도 깨달았다. 나는 설교 때마다 휴대폰으로 설교 내용을 적는다. 그것은 5년 이상 지속된 습관이고, 그걸 나는 그저 휴대폰에만 저장해 왔다. 설교 정리라는 기존 습관에 새로운 반응(습관)을 더하는 ‘덮어쓰기 전략’을 통해 작년 말부터는 인스타그램에도 올릴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설교 노트를 쓸 수 있었던 것도, 내가 가진 좋은 습관 때문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예배를 습관화하고, 고민 없이 늘 예배하는 자리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예배를 통해 좋은 설교 내용을 간직하고 싶어졌고, 그게 설교 노트 작성으로 연결되었으며 인스타그램에도 꾸준히 올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해주었다.
예배 외에도 책 읽기나 요약하기, 시냇가에 심은 나무(IVP)를 이용한 묵상, 좋은 글귀나 말씀 수집하기, 기도하기, 감사노트 쓰기 등 나의 삶을 유익하게 하는 많은 습관들이 있었다. 이 습관들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내 아파할 때에 나의 삶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을 막고, 일상을 살아내게 함으로써 나를 지켜주었다.
내게는 좋은 습관이 없다고 자책하던 생각이 틀렸다는 걸 알게 되었다. 더불어 나의 좋은 습관들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나의 삶에 필요한 환경들을 만들어가고 싶어졌다. 글쓰기라는 창작활동을 위한 습관들도 만들고 싶다. 나쁜 습관을 고칠 수 있는 많은 방법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 기쁘다. 손톱을 뜯는 습관은 특히 바꾸고 싶은 습관인데, 어떤 행동을 다른 행동으로 변화시키는 ‘바꿔치기 전략’을 통해 이 습관을 바꿔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함께 읽어보고 싶은 책도 있다.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넛지』다. “어떤 선택을 금지하거나 그들의 경제적 이익을 크게 해치지 않고도 예측 가능한 방향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바꾸는” 넛지 전략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고 싶어졌다. 감사의 글에서 저자가 참고한 책 『그릿』(앤젤라 더크워스), 『오리지널스』(애덤 그랜트), 『컨테이저스 전략전 입소문』(조나 버거), 『스눕』(샘 고슬링), 『설득의 심리학』(로버트 치알디니), 『단어의 사생활』(제임스 W. 페니베이커)도 꼭 읽고 싶다.
『해빗』은 책이 나와 인스타나 서점에 진열되었을 때 관심을 갖고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내가 만들어가고 싶은 습관들, 없애고 싶은 습관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해 꼭 읽고 나를 변화시키고 싶었다. 이 책은 그런 내 기대에 대한 가능성을 바라보게 했고, 더불어 이미 가지고 있는 나의 아름다운 습관들에 대해 감사할 수 있게 해주었다. 해빗이라는 영어대문자로 타이포그라피를 한 표지도, 흰색과 검정색, 노란색을 사용하여 습관이라는 단어 자체에만 집중하게 했던 책의 색상 선택도 좋았다. 생각보다 어려웠던 책을 이렇게 덮기는 아쉬워 중요한 부분과 밑줄 친 부분들을 다시 읽어보려한다. 너무 많이 접어서 한쪽 귀퉁이가 두껍게 올라온 게 이상하게 보이기도 하지만 뭔가 뿌듯하다. 이 책을 읽는 습관을 들여 습관을 지속하지 못하는 상황이 올 때마다 다시금 지속할 수 있는 상황을 정리하고 안정되게 해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2020년을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꼭 이 책을 1독할 수 있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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