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기호
사회학자. 말하지 못하는 이들의 말을 듣고기록하고 나누며 사회를 구축하는 역량에 대한방법론으로서의 페다고지에 관심이 많다.
사회학과 문화연구를 공부했으며 한국의교육과 청년을 중심으로 현대 사회에서 사람과사람 사이의 관계 변화와 그 의미에 대해주로 연구한다. 현재 청강문화산업대학교만화콘텐츠스쿨 교수로 일하고 있다. 펴낸책으로 『고통은 나눌 수 있는가」「나는 세상을리셋하고 싶습니다」「이것은 왜 청춘이 아니란말인가」 「공부 공부」 「단속사회」 「교사도학교가 두렵다」「아무도 남을 돌보지 마라「유튜브는 책을 집어삼킬 것인가』(공저) 공부중독」(공저) 등이 있다.- P-1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대도시를 살아가는 현대인,
너무 열심히 사는 사람들에게 생기는 문제들을진단하고 그에 적합한 해결책을 고민해왔다.
비정상일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속에 살아가는많은 사람을 만나 시시비비를 가려주고 있다.
현재 건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청소년과보호자를 상담하며 읽고, 쓰고, 가르치고 있다.
펴낸 책으로 꾸준히, 오래, 지치지 않
고「어른을 키우는 어른을 위한 심리학」「고민이고민입니다」「지금 독립하는 중입니다」「공부중독」(공저) 등이 있다.- P-1
근대 사회에서 교육의 약속은 명확했다. 가난하더라도재능이 있고 열심히 하면 교육을 통해 사회 이동을 할수 있다고 말이다. 이 약속에 따라 한국의 많은 가족은자신들이 가진 가용한 자원을 총동원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한국은 능력주의가 말하는 ‘능력‘의 의미가 무엇인지적나라하게 보여준 사회였다. 능력이란 ‘자신이 가용할수 있는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총동원할 수 있는역량‘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런 능력주의가 만든 신화가가장 강력하게 작동하며 힘을 발휘한 사회가 한국이었다.- P-1
그러다 비상계엄 사태에서 고위 관료들이 보인 민낯은그 공부가-모든 것이 공부의 문제는 아니지만-사람을비겁하게도 만든다는 점을 드러냈다. 공부에는 이것이내가 감당할 수 있는 일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과정이포함되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없다. 즉 한국의 공부에는자신의 그릇과 역량을 파악하는 자기 객관화와 성찰이 빠져있는 것이다. 그러니 공부를 할수록 자기에 대해 알아가는것이 아니라 자기를 망각하고, 나아가 망상에 빠졌다가자기의 그릇이 드러나는 순간이 오면 감당하지 못하니사유가 마비되고 행동이 비겁해지는 것이다.- P-1
물론 이것은 공부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지금한국의 공부는 한편에서는 다른 재능이나 역량에 비해과대평가되어 이런 유치하고 비겁한 존재를 양산하고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교육을 통한 ‘약속‘을 제대로지키지 못한다며 교육 자체가 무능해졌다고 맹렬히비난받고 있다. 교육이 ‘무능한 유능력자‘를 양산하는것만이 아니라 교육 자체가 ‘무능한 유능력‘으로 낙인찍혀있는 것이다.- P-1
반면 중산층 이상의 계층에게 한국의 능력주의는 실패한약속이다. 의사와 변호사를 포함하여 많은 전문직은자신들이 들인 노력에 비해 주어지는 보상은 적다고 여긴다.
경제적 보상을 비롯하여 노동 조건이나 사회적 존중과인식 등 모든 면에서 박탈감을 느낀다. 오히려 능력주의를제한하는 수많은 규제와 ‘평등‘ 조치들이 한국 사회를통제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트린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능력주의의 수혜자이지만 정작 이들은 자신을 능력주의의실패에 따른 피해자라고 인식한다. 따라서 이들에게 퍼져있는 것도 피해 서사다.- P-1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상속계급사회(inheritocracy)의청년들은 ‘해서 뭐 하나‘ 같은 열패감에 사로잡혀 있어요.
남들보다 일찍 시작하지 못해서 이미 늦었다는 마음, 그리고물려받을 자산이 없으니 해봤자 벽을 넘을 수 없다는열패감이 결합해 분노로 표출되고 있어요.- P-1
여전히 공부는 ‘능력‘ 있고 더 많은 성과를 낸 사람에게사회적 사다리를 올라가거나 문화 자본을 획득하는 도구일뿐만 아니라, 만능감을 보존하는 유용한 수단이에요.
한편에서는 피해의식이 확산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공부는 여전히 만능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만능감과피해의식이 결합해 엄청난 상승 작용이 일어나고 있어요.
자신은 굉장히 만능한 존재인데 다른 한편에서는 끝없이빼앗기고 있고, 언제 빼앗길지 모르는 피해자가 되고 있다고생각하지요.- P-1
호그렇지요. 확신하려는 경향이 강해질수록 자기 주장의허점을 인정하기가 더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하지만인간은 늘 불안할 수밖에 없어요. 근대 사회 주체의 핵심은불안이에요. 틀릴지도 모르기 때문에, 아는 게 온전하지않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인간은 불안합니다. 확신하는동시에 불안해야 해요. 지현 선생님이 계시는 의료계도 그럴테고요, 저도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칠 때 늘 불안합니다.
제가 하는 말에 오류나 잘못된 것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불안은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인간을계속 공부하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P-1
그런 점에서 제가 일상적인 수준에서 이해하는 망상을설명하자면, 망상은 ‘상식적인 수준으로 설명하고 설득해도교정되지 않는 잘못된 믿음‘이라고 정의할 수 있어요. 이맥락에서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이 어떻게 망상으로 불릴만한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문화적으로나 상식적으로나합리적인 근거에 기반해서 대부분의 사람이 이해할 정도로설명하고 설득해도 도저히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인것이지요. 이 망상의 인식 체계에서는 자신에게 벌어지는불가해한 일들을 명료하고 간단하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불안이 줄어듭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일들이더 이상 불확실하거나 복잡하게 느껴지지 않으니까요.
이처럼 모든 것이 단순하게 설명된다고 느끼는 상태에서는망상에서 벗어나기가 더욱 어렵습니다. 시스템의 오류를아무리 말해도 받아들이지 않아요. 근본부터 뜯어고칠엄두가 나지 않으니까요.- P-1
또한 10년 전과 비교해서 두드러지는 현상은 과거에는공부의 영역에 속하지 않던 것들이 이제 공부 영역으로들어왔어요. 삶을 통해 시도하고 실패하면서 확장해야할 영역이 체계적 훈련의 범위에 들어온 겁니다. - P-1
그런데 사람들이 한국의 제도나 공교육에 요구하는 것을보다 보면, 교육이 천재를 만들어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요.
그러지 못하면 ‘당신이 시키는 대로 다 했고, 나는 너무열심히 했는데, 그러면 천재까지는 아니더라도 탁월해져야하는데 왜 그러지를 못해‘ 같은 억하심정을 가집니다.
교육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교육의 결과에 대한 망상을만들어내고 있어요.- P-1
[공부 중독」에서 양극화된 두 그룹을이야기했어요. 한 그룹은 정규 교육과정에서 일찌감치 떨어져 나와 지적교양과 사회적 상식 수준이 확연히낮아진 사람들이에요. 저는 ‘외로운늑대‘에 비유하곤 해요. 약간의 우울이깔려 있고 거친 성정을 가졌는데 자세히들여다보면 고립된 채 외로워하고 있지요.
학교를 일찍 그만둔 데다 가정에서도사회화의 경험을 하지 못해서 감정 표현을어려워하고 관계 맺기에도 서툴어요.
어쩌면 사회적 능력이 무엇보다 더 중요할수 있는데도 불구하고요.
다른 한 그룹은 오직 공부 머리만비대하게 키운 사람들입니다. 이 그룹은주로 ‘~한 다음에 놀아‘ 같은 말을들으면서 자랐어요. 무척이나 ‘바람직한‘
학창 시절을 보냈으나 이 그룹 역시외로운 늑대와는 다른 의미로 사회화경험을 하지 못했어요. 학력의 우위가다른 결함을 덮고 열외로 해주었기 때문에이들의 문제는 학창 시절에 잘 드러나지않아요. - P-1
하지만 과학은 한계를 계속 발견해나가는 과정이잖아요.
이 방식으로는 무엇이 안 되는지, 왜 안 되는지를 배워가는게 중요합니다. 제 고등학교 동기가 포스텍에서 발표한 석사논문의 결론이 ‘이런 연구는 더 이상 안 해도 된다‘였어요.
연구를 해서 결론을 내려보니 안 해도 되는 연구였던거예요. 하지만 이런 과정이 과학적으로는 굉장히 의미있어요. 사회적인 성공으로 볼 수는 없겠지만 문제를규명하고 해결하는 데 있어서의 성공이니까요.- P-1
여전히 대한민국은 정답에집착하는 사회예요. 학생들은 공부에 정답이 있다고 믿고 그정답을 찾는 게 공부라고 생각합니다. 공부를 잘하면 정답을찾을 수 있고, 이를 쉽게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렇게정답을 찾아서 적용했으니 다른 사람들은 받아들여야한다는 논리지요. 이렇게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는 일인데왜 토론을 하고 있냐는 말에서 굉장한 특권 의식을 엿볼수 있어요. 자신은 전문가로서 정답을 알고 있고 당신은비전문가이니 정답을 모른다는 겁니다.- P-1
문리라는 단어를 보면 배움의 본질이 무엇인지 알 수있어요. 배움은 이치를 ‘읽는‘ 역량을 키우는 과정이에요.
문과는 인문(人文)을 공부하고, 인문학은 사람의 무늬를읽는 학문입니다. 고대 중국에서 거북 등딱지에 열을 가해서만들어지는 무늬를 보고 운을 점친 것처럼 (이를 기록하기위해 생겨난 상형문자가 갑골문이지요) 사람에게도 무늬가있다고 본 것이지요. 실제로도 그렇잖아요. 손의 거칡을보고 누군가의 직업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색이 어떤지,
어디가 유독 거친지, 어디에 굳은살이 있는지 무늬를보면 알 수 있어요. 나아가 무늬만 보고는 드러나지 않는이야기를 읽는 것이 인문학의 핵심이에요..- P-1
그렇지만 정답이 존재해야만 공부를 평가할 수 있는것은 아니에요. 경영학과라면 경영학과에서 뽑고자 하는인재상이 있고 그 인재상이 가져야 할 자원이 있지요. 그자질들을 충분히 겸비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문제를 내야 할겁니다. 아니면 면접에서 물어볼 수도 있고요. 하지만 50만명에 육박하는 수험생이 응시하는 수능은 그래서는 안 돼요.
주관식, 특히 서술형 문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프랑스의바칼로레아를 운운하지요. 한국 사회에서 바칼로레아의채점 방식을 인정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요? 논술 시험은학생의 숨통을 틔우는 정도로만 시행하는 게 최선이겠지요.- P-1
일본과 미국의 미술 교육에서의 큰 차이를 간접 경험한적이 있어요. 제 딸이 일본에서 미대를 다녔어요. 그학교에서는 1학년 때 자기 전공과 상관없는 목공이나 철공작업도 해야 해요. 교양 수업으로 듣는 게 아니라 전공수업처럼 무언가를 만들어야 하는데, 자유 주제가 아니라전교생이 똑같은 것을 만들어요. 정말 무의미할 정도로사포질과 대패질을 반복해야 해요. 같은 학년의 학생 전체가만든 똑같은 목공품을 교정에 수백 개 늘어놓은 것을보았는데 장관이더군요.
비슷한 나이에 미국 미대를 간 아이들은 선생으로부터하고 싶은 걸 자유롭게 하라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말을들어요. 그래서 자기 이야기를 가진 학생들이 두각을드러냅니다. 남들이 볼 때 완성도는 떨어질지 모르지만자신이 이것을 왜 만들었는지 잘 설명하는 친구들이 주목을받아요.
저는 양쪽 다 적절한 교육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P-1
호한국의 학생들은 고도화하는 공부 방식에 너무 익숙하다보니 한 발 더 나아가는 걸 무서워합니다. 그래야 할 의미를잘 모르기도 하고요.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하다고 생각해요.
이런 학생들에게는 만남과 경험이 필요합니다. 자신이그동안 고도화해서 정답이라고 생각해온 것이 어떤 것을못하게 만드는지, 어떤 한계가 있는지 절실하게 마주하는경험이 필요해요.- P-1
제가 하는 수업으로 예를 들면, 저도 수업에서 제가 어떤아웃풋을 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아무리 열심히 준비한다고해도 학생들의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요. 만약제가 굉장히 도전적인 수업을 했는데 강의 평가를 포함한아웃풋이 나쁘다면 저에게 책임이 돌아오겠지요. 그러면이후로 필요한 실험적인 수업을 시도하지 않게 됩니다.
검증을 거친 가장 안전한 수업만 하겠지요. 앞에서 이야기한고도화된 수업만요.- P-1
이들이 이렇게 무능력한 동시에 무책임한 가장 큰 이유는공부를 가치 지향적으로 배운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가치와기술이 별개라고 생각하지요. 하지만 기술 안에는 이미가치가 배태되어 있어요. 그런데 이러한 인식이 전혀 없이,
가치에 책임을 지고 명령을 내리는 사람과 기술적으로집행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는 의식이 발달해 있어요. 명령에따라 기술을 집행하는 기술만을 고도로 익힌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지명을 한 게 아니라 발표했다는 궤변이만들어집니다.- P-1
이번 12.3 계엄에서 파면, 그리고 대통령 선거로이어지는 국면에서 재미있었던 것 중 하나가, 임지봉교수가 최상목 부총리에게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법조문에없다‘고 말한 장면이에요. 너무 당연하기 때문에 언어화할필요도, 법으로 규정화할 필요도 없는 상식적인 영역이있어요. 물론 이것도 조심스럽게 바라봐야 해요. 상식수준에서는 문제가 없더라도 제도를 운영하는 입장에서는상식이라는 기준이 너무 느슨하기 때문입니다. 기술적전문가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서 나와요. 비전문가들은 뭘그렇게까지 생각하냐면서 지나치지만 전문가의 관점에서볼 때는 더 촘촘하고 정교한 장치가 필요합니다.
그 정교한 장치가 없으면 제도 자체가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 P-1
문제는 이 말들이 ‘단어 (word)‘로만 작동하는 경우예요.
이럴 때 말은 애초의 의미, 입법 취지, 혹은 그 말의 본질인
‘언어 (language)‘를 배신합니다. 말은 많은데 말만 많고언어는 없이 정신을 배신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스웨덴의시인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는 「1979년 3월에」에서 "말로,
언어는 없고 말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지겨워 눈 덮인섬을 향한다"고 썼어요. 시인은 "언어, 말 없는 언어"를만납니다. 물론 그가 노래한 것은 언어와 말, 그리고인간이라는 존재의 숙명에 대해서이지만, 이 시구는 지금관료 기술자들이 법의 정신을 어떻게 기술적으로 배반하고있는지에 대해 적용해도 전혀 무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정신이 들어가 있는 것이 ‘언어‘라면 입에서 나오는대로 그냥 떠드는 게 ‘말‘입니다. 솔직히 말하면 이게 우리사회에서 많이 공부했다는 전문가들, 특히 법 기술자들의태도예요. 정신은 사라지고 분절화된 말만 남아 있어요.- P-1
법 기술자가 궤변을 늘어놓으면서 위기를 빠져나가려는현상을 보다 보면, 이제는 애초에 제도가 왜 존재했는지누구도 궁금해하지 않는 것 같아요. 문자 그대로의자의적 해석만 남아 있습니다. 왜 이런 규칙이나 법이명문화되었는지에 대한 맥락은 어디론가 사라져버렸어요.
의사, 법조인, 언론인, 학자, 정치 관료 등 각각 직역의전문성은 갈수록 고도로 발전하고 있어요. 직역이 가진철학, 이론, 지식, 정보의 수준은 무척 깊어지는데, 그게일종의 벽으로 작용하고 있어요. 깨달음의 영역이 확장되는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그만큼 다른 영역과의 단절은깊어진달까요.- P-1
국가권력의 입장에서 본다면, 국가는 불신의 대상이기도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더 무장할 수 있는 기회를얻습니다. 이걸 국가가 마다하지 않겠지요. 지금 서구에서미국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이주민에 대한 공포, 그에대한 반응으로 법을 넘어서는 방식으로의 이주민 통제와추방이 대표적인 사례예요. 이처럼 파생적 공포는 불신에기초합니다. 개인의 무장을 부르고, 더 강력한 국가권력과공권력을 만들어내고, 이주민이나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등 특정 집단을 범죄시하여 사회로부터 격리하려고 합니다.- P-1
반면 지금의 부모 세대는 그전 세대보다 교육 수준이전반적으로 높아졌어요. 자녀가 읽는 책을 훤히 아는 경우가많아요. 알면 통제하고 싶어지고 그냥 두기 힘들어져요.
이를테면 초등학생 자녀가 전태일 열사의 평전을 읽고싶다고 하면 진보적인 부모는 장려할까요, 아직은 이르다고판단해 근심할까요? 이건 어떤 부모의 실제 사례이기도합니다. 자녀의 발달 단계, 책의 수준, 현 상황 등등을 너무많이 알다 보니 통제하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자신의통제 욕구를 인정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아요. 자유롭게소통하면서, 아이를 충분히 기다리면서, 폭력적이지 않은방식으로 양육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P-1
실제 삶에서는 이 괴리감이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 것같아요. 보통 조율할 줄 알거든요. 고수익을 내는 대치동학원 강사 중에 운동권 출신이 엄청 많잖아요. 자기 친구나후배가 진보 정치한다고 하면 엄청 도와주고, 거액 기부를하는 경우도 많고요. 그런 진보적 가치관이 있지만 아이양육에 있어서는 다른 태도를 보입니다. 그런데 이 모순을의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요. - P-1
부모를 부정하고 나면 텅 빈 공간이 남습니다. 이 공간을채우는 것이 친구나 유튜브예요. 그들 생각을 무조건으로신뢰하고 필터링 없이 받아들이는 경향이 보여요. ‘왜여자는 군대를 안 가지, 불공평해‘, 이런 말들은 옳고 그름을떠나서, 부모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겠지만 청소년의 발달과정에서 일어날 법한 일이기도 합니다.- P-1
브뤼노 라투르가 쓴 『존재양식의 탐구] 서론에 재미있는일화가 하나 나옵니다. 프랑스 사회에서 기후위기로 토론을하면 2000년대 초반까지는 다들 기후학자의 말을 심각하게받아들였다는 거예요. 그런데 2010년대에 접어들면서기업인들이 "왜 우리가 다른 사람들보다 당신을 더 믿어야합니까?" 하고 따지기 시작했대요. 라투르는 이 장면이너무나 상징적이었다고 회고합니다.
과거 우리는 화자가 전문직이거나 전문적인 훈련을받았는지에 따라 권위를 인정하고 정보를 신뢰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누구나 다 전문가인 척하거나 전문가의지식을 상대화하여 바라보고 있어요. 상대화하는 것까지는민주적 통제를 위해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전문 지식의 지위자체를 일체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상식과 전문 지식 사이의 경계가 무너집ㄴ다...- P-1
신경학자 게랄트 휘터는 『존엄하게 산다는 것』에서 이상위 의식이자 패턴을 ‘관(觀)‘이라고 말합니다. 가치관,
인생관, 세계관...... 그것들을 다 포괄하는 것으로서의관이에요. 이 관을 형성하는 것이 바로 상위 의식으로서의영성의 역할입니다. 모든 것을 통합하기 위해 모든 것을초월해 있는 것이 영성이니까요. 그래서 많은 종교에서는명상을 강조합니다. 일체의 활동에서 물러나 이 모든 것을바라보게 하는 거예요. 한나 아렌트의 개념을 쓴다면
‘활동하는 삶 (vita activa)‘만큼이나 필요한 것이 ‘관조하는삶 (vita contemplativa)‘인 것입니다.-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