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에 생명이 없는 도로를 달리다무언가 울컥, 걸렸다무서운 마음이 들어 황급히 차를 세우고는사이드미러로 내가 밟은 것을 보았다돌이었다아니다그것은 물컹했다아니다그것은 딱딱했다아니다그것은 살아 있었다- P-1
나? 난 괜찮지 뭐. 요즘은 양쪽으로 찢어지고 있어. 어느 아침엔 양팔이 각자 다른 방에서 눈을 뜨는 것 같아.
하지만 이상과 현실이 튼튼한 동아줄로 매일 묶어주더라고. 다들 친절해. 병원에선 약을 세 알에서 다섯 알로, 다섯 알에서 여섯 알로 늘렸는데. 매일 저녁 단백질 보충을위해 계란을 먹어. 끔찍하지. 노랗게 고인 삶은 매번 볼때마다 충격적이더라고. 살겠다고 그걸 먹어. 나라고 별수 있겠어?- P-1
얼룩덜룩 흘러가는시간 속에서흔적만 남은 표면을 문지르며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어쩔 수 없어서좋았다고 읊조렸다-「칠칠맞게」 부분- P-1
하지만, 다 알면서도, 또다시,
대충 닦은 얼룩이어둠 속에 아로새겨진다여섯 개끝끝내 밤을 떠나지 못하는몇억 광년 전별빛처럼- P-1
우리는 이토록 다른 생의 디자인이제 그만버릴 때도 됐지- P-1
치사랑 없는 길목으로아이들이 모여든다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물줄기의 꼭대기를작은 손으로 짓누르며꺅꺅 비명을 지르고- P-1
끊어내야 살아지는 것도 있다고되지도 않는 충고랍시고 웅얼거리며리아 잡아와- P-1
마리모야, 마리모야 동그랗고 푸른 마리모야기쁨과 시간으로 쑥쑥 크는 마리모야너 그 유리병 속에서 나와나를 온통 살라먹고 발라먹어살과 영혼을 너의 푸른 이끼에 촘촘히 박아서구르자꾸나 마리모야- P-1
돌아오라돌아오라살아오라아이가 태어났다이후말없는 너에게입을 맞추며주문처럼 되뇌었다미안해 정말미안해미안해사랑해 정말- P-1
술을 끊으니 시가 안 써진다고 그걸실수를 하지 않으니 실수하는 자들을 보면서기함을 금할 수 없다닐지도 몰라 그림맨정신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사악한 축복이다-2054년 2월 5일 시인 강지혜의 일기장에서- P-1
영원히 기억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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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새워 울었다이 여자는 또다시 내 위로 쓰러졌다- P-1
셀피를 찍는 어린 코끼리뒤에서 다가오는 맹수의 이빨을평생 감각하면서- P-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