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허름한 두붓집벚꽃이 피기 전에 모두부를 시켜놓고나는 파도를 보네 어디로 갔을까해변의 젖은 발자국들을 보네
단풍나무 그늘강물은 수시로 가고 수없이 가는데 가는 물 위에 단풍나무 그늘은 남는다 흘러갈 수 없는 저 마음은 때때로 푸르렀다가 붉었다가 한다 속이 성긴 날이 오면 별을 쏟아내는 저그늘 어디로도 가지는 못하고 집도 없이 옛날도 없이 그저물속에 들어앉은 큰 돌 하나 안고 살아간다
나의 발가락은 서로 미워하지 않도록 태어났습니다
나의 오후는 두부 한모 사는 일로 가득합니다두부가 흔들거리면 나의 윤곽은 반듯해집니다멀리 가서 두부 한 모를 받아들고 돌아오는 길은두부가 비로소 두부가 되는 길입니다두부는 내게로 와서 드디어 말랑거립니다.
오늘 저녁에 나는 두부 한 모를 가진 사람입니다나의 생애와 두부의 생애로 이 밤이 물컹하며 지나갑니다
연필을 잘 깎아서 힘주어 쓰면까만 글자들로 들어가는 아침의 마음은종이 위에서 긁히고 번져도 저녁의 마음이 되지는 않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