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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오예스님의 서재
  • 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
  • 아키코 부시
  • 15,120원 (10%840)
  • 2026-05-20
  • : 1,315
낡고 사소한 것들의 자리

“또 알겠는가. 이처럼 사소한 결함이나 흠결이 우리에게 은총이 되어줄지도.”

프롤로그의 이 문장부터 오래 마음에 남았다. 아키코 부시의 글은 덤덤한데도 이상하게 사람을 오래 붙잡아둔다. 작가는 그저 집과 사물, 기억과 일상에 대해 이야기할 뿐인데, 읽는 사람은 어느새 자신의 오래된 감각과 기억들을 함께 들여다보게 된다.

이 책에는 집과 추억, 사물과 시간 사이를 바라보는 섬세한 시선이 담겨 있다. 패밀리 다이닝 레스토랑에서 가족식사를 하다 문득 옆자리 가족이 완벽한 타인임을 깨닫는 순간, 동네 뒷산의 흑곰을 조심하라는 이웃의 쪽지를 보며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존재들을 떠올리는 장면들이 특히 인상 깊었다. 작고 사소한 풍경 속에서도 삶을 바라보는 깊은 통찰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짧은 글들이 이어지는 가벼운 분량의 책이지만, 페이지마다 공감과 질문, 긴 여운이 남는다. 읽는 내내 마음이 자꾸 간질거렸고, 때로는 울컥하면서도 오래 미소 짓게 되었다.

이번 책을 통해 아키코 부시는 다시 한번 평범한 일상을 낯설고도 다정하게 바라보게 만드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초여름 바람 끝에 남아 있는 풍경소리처럼, 조용한 여운을 오래 남기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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