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슈퍼호스트》책의 작가 박희종은 희곡을 쓰면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13편의 뮤지컬을 만들며 무대에서 활동했고, 직장생활과 연예기획사 등 다양한 경험을 거쳐 다시 소설가의 길을 걷고 있는 작가다. 여러 작품을 발표해 왔으며, 그의 작품에는 일상적인 공간이나 익숙한 소재에 미스터리와 스릴러를 더하는 특징이 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작품 《슈퍼호스트》 역시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공유 숙박 플랫폼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미스터리와 스릴러의 긴장감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소설 속에 등장하는 다크웹이라는 소재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불법 촬영이나 사생활 침해 문제를 떠올리게 한다는 점에서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왔다. 공유 숙박 플랫폼 역시 익명성을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누군가의 일상적인 공간이 범죄의 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는 설정이 낯설지만은 않았다. 평범하게 이용하는 숙박 공간 뒤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 작품 전체에 불안감을 더하는 요소였다.
주인공 도윤은 숙박 플랫폼을 통해 자주 방문하던 ‘나른’이라는 숙소를 다시 찾는다. 익숙한 곳이기에 별다른 의심 없이 이용하던 중 이상한 흔적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서 여러 여자들의 이름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이름 가운데 과거에 사귀었던 소은재의 이름까지 발견하게 된다.
은재는 도윤에게 단순히 헤어진 연인이 아니었다. 특별한 의미를 지닌 사람이었기에 도윤은 그녀의 이름이 왜 자신이 자주 찾던 숙소에서 발견되었는지 알아보기 시작한다. 그렇게 은재의 행방을 찾는 과정에서 과거의 이야기가 하나씩 드러나고, 여러 인물들의 관계가 복잡하게 얽히기 시작한다.
특히 박현수라는 인물은 은재의 방을 뒤진 스토커로 몰리게 되고, 은재를 눈여겨보고 있던 선배 강준영까지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더욱 복잡해진다. 한 여자를 중심으로 세 명의 남자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은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 사람은 그녀의 행방을 찾고, 한 사람은 다시 그녀를 찾아오며, 또 다른 한 사람은 그녀를 가까이에서 지켜본다. 서로 다른 시선이 한 사람에게 모이면서 이야기는 점점 사건의 중심으로 흘러간다.
그러던 중 숙박업소에서 다크웹을 통해 살인이 생중계되는 사건이 벌어진다.
처음에는 단순히 한 여자의 이름을 발견하고 그 사람이 잘 지내고 있는지 확인하려 했던 이야기가 어느 순간 다크웹을 통한 살인 사건으로까지 연결된다. 그래서 이 작품은 단순히 ‘범인이 누구인가’를 찾아가는 미스터리라기보다, 사건을 따라가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를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이 계속 흔들리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입었던 사람이 다시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는 사람이 되고, 자신이 당한 일을 이유로 또 다른 가해를 정당화하는 순간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는 흐려진다. 처음에는 분명해 보였던 선과 악의 위치가 사건이 진행될수록 뒤집히면서, 독자 역시 자신이 내렸던 판단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이 부분이 《슈퍼호스트》에서 생각해볼 만한 지점이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박희종 작가가 희곡을 써온 작가답게 이야기를 장면처럼 만들어간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글을 읽는다는 느낌보다는 하나의 장면이 눈앞에 펼쳐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었고, 인물들이 움직이고 사건이 벌어지는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리며 읽게 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무대에서 이야기를 만들어온 작가의 경험이 소설의 서사에도 녹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이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복수’라는 설정이다.
사건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복수극이라는 요소가 더해지면서 단순한 미스터리 이상의 긴장감을 만들어낸다. 다크웹을 통해 사건을 생중계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복수를 실행한다는 설정은 다소 극단적이지만, 한편으로는 독자가 가지고 있던 감정을 건드리면서 권선징악적인 결말을 기대하게 만든다. 여기에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까지 더해지면서 마지막까지 사건의 방향을 따라가게 하는 힘이 있었다.
특히 흥미로운 것은 복수의 대상과 복수를 실행하는 사람이 단순하게 구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건을 따라가다 보면 누군가를 가해자라고 생각했던 시선이 바뀌기도 하고, 피해자라고 생각했던 인물에게서 예상하지 못했던 모습이 드러나기도 한다. 그렇게 진실이 하나씩 밝혀질수록 독자가 처음 세워두었던 판단 역시 계속 흔들린다.
책을 다 읽고 나서 생각해본 《슈퍼호스트》라는 제목은 단순히 공유 숙박 공간을 제공하는 ‘호스트’를 의미하는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숙박 공간이라는 하나의 무대 안에서 사람들은 게스트와 호스트의 역할을 오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공간을 누가 만들었고, 누가 그 안에서 주도권을 가지고 있는가이다. 처음에는 누가 호스트이고 누가 게스트인지 분명해 보이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그 관계는 뒤집힌다.
손님으로 들어온 사람이 오히려 판을 움직이는 사람이 될 수도 있고, 공간을 제공하는 사람이 사실은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판 위에서 움직이는 존재일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슈퍼호스트’라는 제목은 결국 이 이야기를 움직이는 진짜 주인이 누구인지를 묻는 말처럼 느껴졌다.
책의 소제목인 ‘슈퍼게스트’ 역시 단순히 숙박 공간을 이용하는 손님이 아니라, 그 공간 안에서 자신의 목적을 가지고 움직이며 기존의 질서를 흔드는 존재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였다. 마지막의 ‘로그아웃’ 역시 단순히 온라인 공간에서 빠져나온다는 의미만은 아니었다. 누가 이 판에서 빠져나갈 수 있고, 누가 끝까지 그 안에 갇히게 되는지를 보여주는 말처럼 느껴졌다.
처음에는 자신이 다른 사람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이 어느 순간 누군가에게 관찰당하고, 자신이 판을 움직이고 있다고 믿었던 사람이 사실은 다른 사람이 만들어놓은 판 위에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처럼, 작품 속에서는 주도권이 계속 뒤집힌다. 이런 관계의 역전이 제목과 결말을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슈퍼호스트》는 익숙한 공유 숙박이라는 공간에 다크웹, 살인, 스토킹, 복수라는 소재를 결합해 평범해 보이는 공간에서도 얼마든지 낯선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단순히 범인을 찾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와 가해자의 경계, 그리고 복수가 과연 정의가 될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까지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이 작품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누가 선이고 누가 악인지 쉽게 구분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피해자였던 사람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해자가 될 수 있고, 자신이 옳다고 믿는 복수 역시 또 다른 폭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슈퍼호스트》는 단순한 미스터리 스릴러라기보다, 한 사건을 통해 사람들의 관계와 욕망, 그리고 복수라는 감정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누가 호스트이고 누가 게스트인지, 누가 이 판을 만들었고 누가 그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지. 《슈퍼호스트》는 마지막까지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독자를 사건의 판 안으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책을 덮고 나서야 다시 생각하게 된다.
과연 이 판의 진짜 ‘슈퍼호스트’는 누구였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