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요즘 엄마 농장에 따라가며 내가 직접 심은 작물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지켜보게 되었는데, 그 과정이 참 신기하고도 놀랍게 느껴졌다. 씨앗 하나를 심었을 뿐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싹이 트고, 점점 자라나는 모습을 보면 생명이라는 것이 얼마나 경이로운지 새삼 깨닫게 된다. 나에게도 이렇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경험이라면, 이를 연구하고 평생을 바쳐온 사람들은 얼마나 더 깊은 의미와 보람을 느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경험 속에서 읽게 된 책이 바로 <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다. 이 책은 소설가 김탁환과 발아현미 과학자이자 농부인 이동현이 함께 집필한 책으로, 전라남도 곡성에서 농부로 살아가며 느낀 점과 생각들을 기록한 글을 담고 있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두 저자가 각자의 시선으로 농사의 삶을 풀어냈다는 점이다. 문학을 하는 작가와 실제 농사를 짓는 과학자가 함께 쓴 글이기 때문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감성과 이성이 균형을 이루는 느낌을 받게 된다. 또한 책은 1년을 12개월이 아닌 24절기를 기준으로 나누어 이야기를 전개한다. 평소 우리는 달력을 보면서도 춘분, 추분, 우수와 같은 절기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지나치지만, 이 책을 통해 절기가 단순한 표시가 아니라 농사의 흐름을 결정짓는 중요한 기준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절기마다 해야 할 일이 다르고, 그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이 농사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현미’에 대한 이야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현미를 하나의 별도 작물로 생각하지만, 사실은 같은 쌀을 어떻게 도정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뿐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먹는 백미는 쌀을 많이 깎아낸 것이고, 현미는 그보다 덜 깎은 상태라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같은 곡식이라는 사실이 요즘 사람들에게는 잘 모를수도 있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 아무 생각 없이 먹던 쌀에 대해서도 이렇게 깊이 있게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이 단순한 농사 이야기를 넘어 생활 속 인식까지 바꿔준다는 느낌을 받았다.
책을 따라 12개월, 24절기의 흐름을 살펴보면 농부의 삶은 결코 여유롭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땅을 고르고 씨앗을 뿌리는 일부터 시작해 모종을 키우고, 날씨와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돌보는 과정까지 이어진다. 그 속에서 다양한 동식물과 마주하며 자연의 일부로 살아가는 모습은 단순한 노동을 넘어선 하나의 삶의 방식처럼 느껴졌다. 또한 미실란에서 이루어지는 체험 활동을 통해 농사가 단순히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을 넘어서, 사람들에게 자연을 경험하게 하고 연결해주는 역할을 한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김탁환 작가는 소설가임에도 불구하고 직접 농사일을 경험하며 느낀 감정을 섬세하게 글로 풀어낸다. 덕분에 독자는 단순히 내용을 읽는 것을 넘어, 마치 함께 밭을 일구고 계절을 보내는 듯한 생생함을 느끼게 된다. 농사의 과정과 흐름이 구체적으로 그려지면서, 평소 쉽게 접하기 어려운 농부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단순히 농사의 과정을 기록한 글이 아니라, 자연과 함께한 시간과 그 속에서 발견한 가치들을 담아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빠르고 바쁜 일상 속에서 살아가는 우리에게 농부의 삶은 어쩌면 느리고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그 안에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다. 또한 농사는 혼자만의 일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직접 경험했던 작은 농장 일도 다시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작물을 심고 기르는 일이 아니라, 생명을 돌보고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는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도 이런 경험을 계속하게 된다면, 단순한 흥미를 넘어서 더 깊은 애정과 책임감을 느끼게 될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생각의 변화를 이끌어준 의미 있는 독서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