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
  • 단단한 내가 되어가는 시간
  • 조이연
  • 17,820원 (10%990)
  • 2026-01-31

출판사로부터 책만을 제공받아 작성한 서평입니다.



좋은 글을 아무리 많이 읽어도 그 순간에는 “좋다”라는 감정만 남을 뿐, 그것이 마음 깊이 스며들어 삶의 태도나 행동으로 이어지기까지는 생각보다 어렵다는 생각을 자주 하게 된다. 그래서 요즘은 단순히 읽는 데서 그치기보다는, 손으로 직접 써 내려가며 문장을 몸에 익히고 싶어졌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더 단단한 내가 되어가고 싶다는 마음으로 필사책 <단단한 내가 되어가는 시간>을 읽게 되었다.


이 책에는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만드는 100개의 문장이 담겨 있다. 나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서부터 타인과의 관계, 그리고 인생을 살아가며 누구나 한 번쯤 마주하게 되는 불안과 상실, 선택의 순간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 지금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한 조언이기도 하고, 잠시 멈춰 서서 스스로에게 던져볼 질문처럼 느껴지는 문장들도 많아 위기나 혼란의 순간마다 다시 펼쳐보기에 좋은 책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이 책이 특히 좋았던 이유는 필사를 위한 구성에 있다. 문장을 따라 쓰는 공간뿐 아니라, 그 문장을 읽고 난 뒤 나의 생각과 다짐을 정리할 수 있는 여백이 함께 마련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사유의 시간을 갖게 된다. 단순히 베껴 쓰는 필사가 아니라, 문장을 매개로 나 자신과 대화를 나누는 경험에 가깝다. 문장을 한 줄 쓰고 멈춰서서 생각하다 보면, 미처 정리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천천히 드러나는 순간도 있었다.


또 요즘 나오는 필사책들처럼 이 책 역시 제본 방식이 좋아 책등이 잘 펼쳐진다. 책의 어느 부분을 펼쳐도 180도로 자연스럽게 열려 필사하는 동안 손에 힘이 덜 들어간다. 사소해 보일 수 있지만, 오래 쓰는 책일수록 이런 물리적인 편안함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느끼게 된다.


책을 읽으며 특히 오래 머물게 된 문장들은 지금의 나와 맞닿아 있는 내용들이었다. 내가 고민하고 있는 문제, 마음속에서 쉽게 정리되지 않던 감정과 연결되는 문장들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졌다. 그런 문장들을 천천히 써 내려가며, 왜 이 문장이 유독 마음에 걸리는지, 지금의 내가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었다.


요즘 나는 열 살이 된 반려견 토리와의 이별을 조금씩 떠올리게 되면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질수록, 언젠가 맞이해야 할 이별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책에 담긴 이별에 관한 한 문장은 상처를 두려워해 마음을 닫아버리면, 이후에 찾아올 기쁨 또한 들어올 수 없다고 말한다. 아픔을 감수하면서도 다시 마음을 여는 용기가 곧 사랑의 본질이라는 이 문장을 필사하며, 내가 두려워했던 감정의 정체를 조금은 마주할 수 있었다. 이별이 무서운 이유는 사랑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조용히 받아들이는 시간이 되었다.


한편으로는 요즘 주변을 돌아보면, 정신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불안에 사로잡혀 무언가에 기대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순간들 속에서, 이 책은 불안이란 결국 어떤 사건 자체보다도 그것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에서 비롯된 감정임을 짚어준다. 그렇기에 불안을 완전히 없애려 애쓰기보다는, 그 감정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다루는 힘을 기르는 것이 필요하다는 메시지가 오래 남았다.


<단단한 내가 되어가는 시간>은 지금의 나에게 정답을 제시해주는 책이라기보다,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곁에서 조용히 도와주는 책에 가깝다. 지금은 와닿지 않는 문장일지라도, 시간이 지나 또 다른 상황에 놓였을 때 다시 읽으면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힘든 순간마다 이 책을 꺼내어 한 문장씩 써 내려가며 마음을 정리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을 기르고 싶다. 그렇게 이 책은, 단단한 내가 되어가는 시간을 함께 걸어가는 동반자 같은 존재로 남을 것 같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