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처음으로 다 읽은 책이 이 책이라는 게 기쁘다.
문지혁 작가의 <한국어 시리즈>는 읽으면 읽을수록 주인공 지혁의 심정이 와닿았다. 소설 속 지혁의 생활과 비슷한 곳 근처에도 안 가봤지만 그의 진심에 수없이 공감했다. 그리고 읽는 내내 이야기 속 '지혁'이 궁금했다.
'문지혁'을 검색했다. 여러 책이 있었지만 눈에 들어온 책은 <소설 쓰고 앉아 있네>였다.
그는 무명이 길었으며, 등단도 오랫동안 못했다. 그럼에도 그는 성년이 된 이래로 소설가가 아닌 자기를 생각해 본 적도 없는 듯했다.
나는 MBTI에서 'S'가 자주 나오는 매우 현실적인 인간으로, 장려상도 못 받는 글쓰기 실력은 취미로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어른이 됐다. 직업은 작가 근처에도 안 가는 것으로 하고 있다.
우리가 뭐가 비슷해서 내가 이럴까?
처음으로 소설을 쓰던 작년 여름밤이 떠오른다. 문장이 쌓일 때마다 다른 세상으로 가는 문을 여는 느낌이었던 그 순간, 어딘가에 살고 있을 한 소설가의 마음과 내 마음이 비슷할지도 모른다고 스치듯 생각했다.
초고를 완성하고 며칠은 정말 뿌듯했다. 하지만 내 소설의 초고가 '진짜' 소설의 초고인지 자신이 없었다. 그런데도 버리고 싶지 않았다. 좀 더 제대로 퇴고하고 싶었다. 그래서 작법서 <소설 쓰고 앉아 있네>를 선택했다.
책은 작가 특유의 겸손과 자조적인 유머를 섞어 '소설 쓰고 앉아 있는' 시간의 시작과 끝을 소개한다. 아주 현실적으로, 가끔은 침습 수준의 예리함으로 그 시간을 들여다본다. 어떤 마음으로 시작하는가, 어떤 방법으로 쓰는가, 왜 쓰는가.
그가 말한 소설의 '스펙트럼'에 언젠가는 나도 진입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미약하게 생겼다. 동시에 직업이 되기 상당히 어려운(직업이란 '노동+임금'이니까) 소설 쓰는 일의 현실이 더 자세하게 보였다.
그는 에필로그에서 우리가 마주 앉은 카페 테이블을 벗어나 내 뒷모습에 손을 흔든다. 그리고 진심을 전하지 못한 채 지하철을 타러 간다.
그래서 그는 소설을 쓴다. 그도 어쩌면 나처럼 깊숙한 곳에서 꺼지지 않는 무언가를 전하고 싶은 사람인지도 모른다.
책의 말미에 그는 내게 다정하게 말했다.
당신의 소설을 기다리겠다고.
https://blog.naver.com/fpahs77/224375308840
저는 계속 쓸 겁니다. 소설을 쓸 거예요. 언제까지나, 소설을 쓰는 사람으로 남을 거라고요.- P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