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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더님의 서재

네가 아직도 살아 있다면, 우리는 친구였을까? 나는 다른 아이들과 더 친했다. 그렇지만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시간은 그들과 나를 갈라놓았다. 그들과 다시 만나려면 전화 한 통이면 충분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중 아무도 재회의 환멸을 무릅쓰려 하지 않는다. 너의 침묵은 자명해졌다. 그렇지만 아직도 말할 수 있는 그들 역시 조용하다. 나는 이제 그렇게도 친했던 그들을 더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는, 예전에 나에게서 멀었고, 차가웠고, 어두웠던 너는, 지금 내 곁에서 빛난다. 의심이 들 때면 나는 네 의견을 묻는다. 너의 대답은, 다른 누가 줄 수 있는 어떤 대답보다도 나를 만족시킨다. 너는 어디에 있건 충실히 나와 함께한다. 사라진 자들은 그들이다. 너는 항상 존재한다.
너는 내가 원할 때 나에게 말하는 한 권의 책이다.
너의 죽음은 너의 삶을 썼다.


17.

에두아르 르베
자살- P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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