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학식을 사랑하는 사람과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을 혼동하는 오랜 착각을 정리하고 그 둘은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로 하자. 학식 있는 사람은 주로 앉아서 홀로 집중하는 열성가이고, 책을 통해 자신이 갈망하는 특정한 진실의 알갱이를 발견하고자 한다. 만일 그가 독서에 대한 열정에 압도된다면, 그가 거둘 수확은 줄어들고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갈 것이다. 반면에 독서가는 처음부터 학식에 대한 열망을 억제해야 한다. 지식이 어쩔 수 없이 달라붙더라도, 지식을 추구하고 체계적으로 독서하며 전문가나 권위자가 되려 한다면 사심 없는 순수한 독서에 대한 인간적 열정이라고 여겨도 좋은 것이 파괴되기 십상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책벌레를 묘사하고 그를 조롱함으로써 미소를 떠올리게 하는 그림을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실내복 차림의 창백하고 수척한 사람이 떠오른다. 사색에 빠져 있고, 벽난로 시렁에서 주전자를 들어 올릴 힘도 없고, 얼굴을 붉히지 않고는 여자에게 말을 걸지 못하고, 매일의 뉴스를 모르고, 그러면서도 중고 서적상의 도서 목록에는 정통하며 어둠침침한 서점에서 햇빛이 찬란한 시간을 보낸다. 물론 괴팍하고 단순하다는 면에서 재미있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다른 유형과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참된 독서가는 본질적으로 젊기 때문이다. 그는 호기심이 강하고, 아이디어가 풍부하며, 열린 마음으로 이야기하기를 좋아한다. 그에게 독서는 세상을 등지고 연구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활기찬 야외 산책에 가깝다. 그는 대로에서 터벅터벅 걷고, 공기가 너무 희박해서 숨 쉬기 힘들 때까지 점점 더 높이 언덕을 오른다. 그에게 독서는 앉아서 하는 일이 아니다.
서재에서의 시간
런던 거리 헤매기
버지니아 울프 산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