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학문을 하는 사람은 반드시 맨 먼저 뜻부터 세워야 한다. 그리해서 자기도 성인(聖人)이되리라고 마음먹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만일 조금이라도 자기 스스로 하지 못한다고 물러서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된다.
사람의 성품이란 본래 착해서 옛날과 지금의 차이나, 지혜롭고 어리석은 차이가 없게 마련이다. 그런데 어찌 성인만이 혼자서 성인이 되고 나는 혼자서 성인이 되지 못하겠는가? 그것은다름이 아니다. 곧 뜻이 제대로 서지 못하고, 아는 것이 분명하지 못하고, 또 행실이 착실하지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뜻을 세우고 아는 것을 분명하게 하고 행실을 착실하게 하는 일들은 모두 나 지산에 있는 것이니 어찌 이것을 다른 사람에게서 구하겠는가?
뜻을 세우는 것이 가장 귀하다고 말하는 것은, 즉 이 뜻을 가지고 부지런히 공부하면서도 오히려 내가 따라가지 못할까 두려워하여 조금도 뒤로 물러서지 말라는 것이다. 만일 그렇지 않고 혹시라도 뜻이 정성스럽고 착실하지 못한 채 그대로 우물쭈물 세월만 보내고 있으면 자기몸이 죽을 때까지 또는 이 세상이 다할 때까지 무엇을 성취할 수 있겠는가?
나무는 먹줄을 튕겨서 자르면 반듯해지고 칼날은 숫돌에 갈면 예리해진다. 학문이나 도덕에뜻을 두는 자가 넓게 배우고 또 날마다 때때로 자기의 언행에 대해서 반성하고 보면 지혜가더욱 더욱 밝아져서 자기 행동에 실수가 없어질 것이다.
사람이 비록 학문에 뜻을 두었다고 해도 용맹스럽게 앞으로 나아가고 전진해서 무슨 일을 이루지 못하면 옛날의 습관이 그 뜻을 막아 흐려 버리고 만다.
사람이 학문을 하려고 뜻을 세웠으면서도 앞으로 진보해 나가지 못하는 원인은 묵고 썩어 빠진 옛 습관을 개혁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하여 여기에 자기 마음에 해가 되어구습을 개혁하지 못하게 하는 요소 여덟 가지를 열거해 설명했다. 이 여덟 가지 습관을 고치기를 마치 날카로운 칼날로 물건을 쳐서 끊듯이 이 근원을 잘라 버려 마음속에 터럭만큼도 남은 줄거리가 없도록 하라고 가르치고 있다.
자기 몸이 역경에 처해 있으면 그 몸의 주위는 모두 약이라,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절조와 행실이 저절로 닦인다. 이와 반대로 일이 순조로우면 눈앞에 있는 것이 모두 칼과 창이라, 기름을 녹이고 뼈가 깎여도 자기는 그것을 모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