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딸들이라면 누구나 생각하지 않을까. 엄마와 나는 애증의 관계라고.
나도 그렇게 생각했고, 여전히 그럴지도 모른다.
이 책은 곽용호라는 이름을 가진 대한민국의 여성과 그의 엄마인 곽문영의 이야기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드라마 각본 작가로 유명한 엄마인 곽문영의 그늘 밑에서 곽용호는 자신의 색을 잃어버린 채 자란다. 성인이 된 용호는 이렇다할 직장에 취직하지 못한 채 자존감을 잃어가는 것과 동시에, 자신의 커리어에 욕심을 내고 가정을 등한시하는 엄마를 혐오하게 된다. 어느 곳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잠길 즈음, 드라마 집필을 앞두고 엄마 곽문영이 홀연히 사라진다. 증발했다고 표현하는 게 적절하다 싶을 정도로.
그렇게 용호는 자신의 옛 연인이자 친구인 함장현과 함께 엄마의 흔적을 찾기 시작한다.
이야기는 곽문영을 찾는 곽용호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 과정을 거쳐 용호가 만나게 되는 인물의 이야기로 서술된다. 이야기 속에서 점차 색을 찾아가고, 그토록 이해하고 싶지 않았던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용호의 모습에서 나는 무언가 마음의 위안을 얻었다. 이 감정의 실체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 같다.
각자의 가정에 저마다의 사정이 있듯, 성공한 이의 완벽해 보이는 인생은 겉으로 보기에 행복해 보이지만 실체는 알 수 없다. 곽용호와 곽문영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는 이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엄마의 흔적을 좇으며 엄마를 이해하게 되는, 주변의 인물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용호의 모습을 보며 읽는 내내 어딘가 턱 막혔던 숨이 조금이나마 풀리는 위안을 느꼈다. 가벼운 힐링이 아닌 관계에 대해 생각하며 끝은 위안을 받을 수 있는 책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감히 추천하고 싶다.
p. 130
아마도 사람들은 자라고 닳으며 안경을 하나씩 끼게 되는 게 아닐까. 안경은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곳만을 감각하게 만들어주며 안경의 도수가 높아질수록 더더욱 그 바깥의 것은 인지할 수 없게 된다. 도수 높은 안경을 쓰면 으레 시력은 더 퇴화하게 마련이니. 안경 없이는 언제나 뿌옇게 보이는 세상만을 마주하고 결국 답답함에 다시 눈에 도수를 얹는다. 그리고, 반복한다. 세상을 잘못 감각하기를. 다른 사람이 선명하게 보는 것은 두꺼운 테에 가려지거나 혹은 테 밖의 뭉개진 시야에 머물러 버리고, 다른 사람이 흐리게 보는 것에는 가장 날카롭고 기민하게 감각하며 반응하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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