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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가방의 작은 책꽂이
  • 존엄하고 초라한
  • 강미현
  • 13,050원 (10%↓720)
  • 2026-01-30
  • : 379

건축사로 일해 온 저자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도시, 이곳이 좀 더 친절한 곳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쓴 책이다. 단지 법적인 기준을 맞추는 것으로는 충분히 않다. 얕은 문턱 하나도 휠체어를 탄 장애인에게는 장벽처럼 느껴질 수 있고, 법적 기준을 맞춘 반지하방에서 사람들은 곰팡이와 싸우며 건강을 희생해야 한다.


얼마 전 한 유명한 장애인 유튜버가 KTX에서 내리는 과정에서 이를 도와주던 공익근무요원과 부딪힌 후, 이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렸다가 역풍을 맞는 사건이 있었다. 물론 해당 사건에서 그 유튜버는 자신의 분을 못 이겨 과한 대응을 한 것 같다. 하지만 그가 말하려고 했던 것, 그러니까 아주 작은 턱(심지어 그냥 사람의 발이라도)도 어떤 사람에게는 심각한 부상을 입힐 수 있는 위험한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사실 조차 “그저 별 것 아닌 것”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사실 고통이라는 건 나누어지지 않는다. 심정적인 위로는 할 수 있을지언정, 우리는 다른 사람의 고통을 정확히 우리의 것으로 경험할 수가 없다. 아니, 그에 앞서서 우리의 고통을 정확하게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다. 얼마 전에 뭘 잘못 먹고 식도 쪽에 통증이 생겨서 약국에 간 경험이 있는데, 내가 느끼고 있는 그 통증을 설명할 말이 도무지 떠오르지 않았다. 쓰라림도 아니고, 찌르는 것도 아니고, 쎄한 느낌이라는 설명은, 내가 들어도 두루뭉술하기 그지없었다.


고통이라는 게 그런 식이다. 당사자가 아니면 얼마나 큰 고통을 견디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우리는 나 자신 이외의 누군가가 될 수 없다. 때문에 타인의 고통을 알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일부러 시간을 들이고, 관심을 갖고 지켜보지 않으면, 근본적인 해결은 멀어진다.


저자가 이 책에서 지적하는 수많은 문제들은 그래서 더욱 중요하다. 좁은 고시원에 몸을 구겨 넣고 살 수밖에 없는 청년들, 반지하의 열악한 상황을 견디는 이들, “시설” 속 장애인들, 힘든 노동 사이의 짧은 휴식을 위해 화장실로 들어가야 하는 청소 노동자들,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제공받는 외국인 노동자들 등등. 누군가 애써 알려주지 않으면 일상 가운데서 좀처럼 마주칠 수 없는 이들의 이야기다.





책에 담긴 글들은 모두 어떤 공간과 건축물이라는 주제와 연관되어 있는데, 저자의 이력을 생각하면 확실히 자신이 하는 일을 (단지 밥벌이로만이 아니라) 좀 더 진지하게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다만 바로 그 공간과 건축물, 좀 더 쉬운 말로 부동산과 관련된 문제이기에 해결 또한 쉽지 않을 것 같다는 씁쓸한 예감이 들기도 한다. 전 국민이 부동산 투기에 목을 매고 있는 나라에서, 과연 효율을 포기하고 더불어 사는 삶을 선택할 수 있을까.


2025년을 기준으로 대한민국 가구의 자산의 3/4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그야말로 전 국민적 공포일 것이다. 어떻게든 거품을 일으켜서 자산을 증식하려고 눈이 벌게져 있는 사람들에게, 장애인 그룹홈이 (대출을 잔뜩 받아 산) 자기 집 근처에 들어오는 일 조차 피켓을 들고 반대하러 나서기에 충분한 일이다.


사실 가장 약한 사람이 살기에 편한 곳은, 모든 사람에게 편한 곳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추가적인 비용이 들 수는 있겠지만, 누군가가 겪는 불편함에 귀를 기울이는 사회에서 사는 것만큼 안심되는 일이 또 있을까. 각자도생만큼 비효율적인 삶의 방식도 없다. 우리는 당장 손에 쥔 것을 놓고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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