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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가방의 작은 책꽂이
  • 역사는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
  • 문예춘추 편집부
  • 12,600원 (10%700)
  • 2019-11-11
  • : 93

전에 이 책의 제목과 비슷한 제목을 가진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제목의 책이었는데, 문득 리뷰를 쓰려다 같은 출판사에서 낸 시리즈물인가 싶었지만, 웬걸 출판사 이름이 전혀 다르다. 물론 두 책 모두 일본인이 쓰거나 기획한 책이지만 별 상관은 없어 보인다.


그리고 검색하면서 알게 된 또 다른 사실 하나. “~는/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라는 제목을 가진 책이 무척이나 많다. 이 문장의 주어 자리에 들어가는 것들로 독서, 심리학, 시간, 집중력, 독학, 고집, 불안, 법, 심지어 복음까지 있다. 어지간히 무기가 고픈 시대인가 보다. 무기는 기본적으로 경쟁, 싸움을 위한 도구인데, 이렇게 여기저기서 무기를 찾으려고 하는 시대는 평온한 시대는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여하튼 이 책은 그 무기를 역사에서 찾는다. 역사가 어떻게 무기가 될 수 있을까? 흔히 말하는 “역사의 교훈” 같은 것을 이르는 듯하다. 다만 역사라는 건 그것을 보는 사람의 관점에 따라 그 해석이 크게 달라지곤 해서, 누가 그것을 읽느냐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모두 스물 세 명의 기고자들의 글을 엮은 이 책의 경우, 각각의 기고자들의 성향을 분석할 수는 없고, 이를 모아 낸 문예춘추라는 출판사(이자 월간지 이름)에 집중해야 할 것 같은데, 조금 찾아보니 일본의 유명한 우익 출판사라고 한다. 다만 모든 글에서 우익적인 성향이 드러나는 건 아니고, 사안을 ‘다르게 보기’나 잘 알려지지 않은 내용을 ‘부각하기’의 과정에서 다분히 일본 중심적으로 역사를 읽고 있다는 느낌은 종종 받게 된다.


예컨대 근현대를 다루는 파트에서 미국의 민주당의 역사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주제로 쓴 글을 보면, 과거 민주당이 노예제를 옹호하던 정당이었으나 교묘하게 과거를 숨기고 있다(!)면서 민주당 정권을 인종차별 정권이라는 식으로 강하게 비판한다. 그리고 그 말미에는 두 개의 원자폭탄을 배치한다. 문제는 여기 어디에도 일제가 당시에 저질렀던 전쟁범죄에 대한 이야기가 전혀 없다는 점. 물론 글의 논지가 미국 민주당에 대한 비판이긴 하지만, 일본은 미국 내에서 인종차별을 받고 원폭의 피해까지 입은 피해자로서만 서술된다. 전형적인 우익적 논설이다.


고대 로마 제국의 멸망을 다루는 글에서는 문제의 원인을 이민족의 수용에서 찾고, 이를 현대의 난민 문제와 연결시키는 시도도 보인다. 이 부분은 어느 정도 형식적, 내용적 유사성이 있긴 하지만, 중원을 지배한 수많은 이민족들이 결국 한족에 동화되었다는 점과 비교하면서 중국은 문화적 가치가 민중 전체에게 공유되었지만 로마는 그렇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리는 건 조금은 성급한 면이 있지 않나 싶다.


또 종교와 관련된 내용도 기본적으로 유물론에 기초해 접근을 하니 피상적인 고찰만 나올 뿐이다. 애초에 애정이 없는 대상에 관해 쓴 글은 재미있기도 어렵다. 로마가 예수의 처형 이후 그 제자들이 시작한 신앙운동(기독교)의 의미를 깨닫고, 기독교인과 유대교인의 대립을 조장하기 위해 은근 사도들의 활동을 지지한 것 같다는 주장은, 당시 아직 기독교와 유대교의 분화가 유대인들 내부에서도 확실히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생각해 볼 때 그다지 설득력 있는 주장이 아니다.





그래도 꽤 흥미로운 통찰도 보인다. 한 필자는 로마 교회와 과학 연구 사이의 긴장만이 아니라, 오히려 교회가 자연을 합리적으로 설명하는 데 집중해왔음을 근거로 실제로는 과학 연구에 상당한 진전을 가져왔다고 설명한다. 19세기 중후반 영국과 중국(청)의 관계에 대한 고찰에서는 두 나라의 관계를 단순히 자유 민주 vs 권위 독재, 혹은 제국 vs 저항 같은 이항 대립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여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날카롭게 지적하기도 한다.


특히 페르시아와 로마, 당, 이슬람 제 왕조들, 몽골 등의 번영을 이룬 대제국에서 공통점을 ‘소수파’의 지배로 보는 점이 흥미롭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지배층이 통치를 하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관용적’ 성격을 띨 수밖에 없었고, 피지배 계층에서도 신분이나 출신을 크게 따지지 않고 다양한 인물들을 관료로 끌어올려 사회 전체에 유익이 되었다는 것. 물론 지역적으로 예외도 있었지만, 다수파가 전부를 차지하는 제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급의 고착화와 부의 쏠림 현상이 일어나 사회적 불안이 조성될 수 있다는 점은 오늘날에도 기억해 둘 만한 부분이다.


모든 책이 그렇겠지만, 잘 걸러서 읽으면 나름 유익한 부분이 있을 책이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다양한 역사적 사건들에 관한 교양 지식을,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누어서 쓴 글이니 만큼 무게감도 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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