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번인가 논어를 읽어본 기억이 있다. 물론 한자를 다 읽고 이해할 수는 없으니, 우리말로 해설된 책들이다. 전주에 여행을 간 김에 헌책방에서 구입한 이 책도 그런 논어의 우리말 번역서다. 그런데 제목이 독특하다. “군자를 버린 논어”라니, 군자는 논어의 핵심 단어가 아닌가. 그걸 빼고 논어 읽기가 가능해?
언뜻 안티 논어, 혹은 논어 비틀기로 느껴지기도 하는 제목이지만, 실은 그런 것들과는 상관없다. 역자는 논어가 지나치게 어렵게만 번역되어 심각한 내용으로 받아들여지는 상황에서 탈피하고자, 현대어로 번역하는 재미있는 시도를 했다. 물론 그렇다고 대충 번역한 것은 아니고, 역자는 조선왕조실록 현대화 사업에 참여할 정도로 실력이 인정받은 인물.

책 전반에 걸쳐 현대적 번역이 눈에 띤다. 수레는 자동차로, ‘인(仁)’이라는 개념은 ‘사람다움’으로, 문제의 ‘군자’는 ‘지성인’ 등으로 번역된다. 말투도 ~니라 같은 예스러운 어미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요(대중 앞에서), 또는 예사 낮춤(제자들에게) 등으로 바뀌어 있다.
예를 들어 논어에서 내가 좋아하는 구절 중 하나인 이인편 8절은 “아침에 내가 참답게 살 길을 깨달았다면 저녁에 죽어도 괜찮지 뭐.”라고 번역되어 있다. 정말 가까운 제자들과만 있을 때, 스스럼없이 풀어놓는 속마음이라는 느낌이다.
역자는 모든 항목은 아니지만 일부 항목들에는 역자가 나름의 주석을 달아놓았는데, 관련된 역사적 배경이라든지, 또른 단순히 자신의 감회 등을 적어놓았다. 대체로 읽을 만했는데, 일부 내용은 지나치게 개인적인 감상들이 가볍게 적혀 있다. 그런 건 일기장에 적었더라면 더 좋았겠다 싶었지만. 대표적인 구절이 양화편의 “여자와 소인은 다루기 힘들다”는 구절인데, 역자는 시대착오적인 내용이라는 일방적인 투정(?)을 적어놓고 넘어간다.

성경 또한 매우 자주 새로 번역되는 책 가운데 하나다. 요새 읽고 있는 번역은 유진 피터슨의 “메시지 성경”인데, 성경 전체를 현대어로 번역하기 위해 노력을 한 책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딱 메시지 성경이 떠올랐다. 비슷한 취지니까.
리뷰를 쓰다가 “공자의 말들”이라는 제목으로 개정판이 나왔다는 소식을 알게 되었다. 목차를 보니 일부 부록의 순서가 뒤에서 앞으로 옮겨진 것 같다. 논어를 케케묵은 옛날 성인들의 말씀으로 두고 멀리하는 것보다는 이런 식으로 좀 더 쉽고 가까이 두고 읽고 새겨보는 건 좋은 일인 듯하다. 저자도 머리말에서 언급하듯이, 사실 논어의 내용은 의외로 상식적인 내용들이 많다. 문제는 상식적인 교훈을 기적으로 여겨지게 만드는 세상이었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