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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가방의 작은 책꽂이
  • 압축 소멸 사회
  • 이관후
  • 16,200원 (10%900)
  • 2024-12-10
  • : 1,453

대한민국은 유래 없는 압축성장을 거듭해 왔다. 그리고 마침내 이른바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게 되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제 우리가 소멸을 향해 맹렬하게 달려가고 있다고 말한다.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출생률이다. 두 사람이 결혼을 해서 0.7명의 아이를 낳는 상황은 당연히 오래 지속될 수 없다. 여기에 세계적인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로 무역수지 흑자를 장담할 수 없게 되었고, 에너지 전환 이슈 역시 우리 경제에 무리를 준다. 내부적으로는 부동산 거품과 가계 부채, 그리고 내수 경기도 좀처럼 크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역사적인 저출생과 더불어 기록적인 자살률은 우리 시대가 얼마나 큰 불안에 시달리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지표 중 하나다. 빠른 산업화를 위해 분배나 복지는 뒤로 미뤄졌고, IMF 사태 이후로는 신자유주의적 질서를 강하게 드라이브 걸면서 각자도생이, 정확히는 개인적인 무제한적 탐욕의 경쟁이 열렸다.





저자가 내놓는 해결책의 시작은 정치다. 정치가 제 역할을 할 때 이런 문제들을 하나씩 풀어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가 한창일 때를 배경으로 쓰인 이 책은, 당대의 정치 상황에 대해 그리 희망을 걸지 않는다. 여야 모두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고, 이른바 진보정당의 정통계보를 잇던 진보당은 원외정당으로 전락했다.


(책이 쓰일 때는 아직 일어나지 않았지만) 결국 친위 쿠데타로 자멸한 윤석열 정권은 말 그대로 최악의 이익 집단이었다. 아는 것이 없이 대통령까지 된 그가 할 수 있는 건, 수족인 검사들을 온 정부 기관에 보내서 감시하고 배후조종하는 방식뿐이었다. 앞서 말한 국가적 위기 상황 앞에서, 제대로 된 대책을 내 놓은 것은 없었고,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뿐이었다.(그 와중에 알뜰살뜰 뇌물을 받아 챙기는 영부인까지..)


저자는 정치가 복원되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한다. 그러나 책이 쓰인 지 몇 년이 지난 오늘, 과연 정권이 바뀐다고 해서 정치가 복원될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은 점점 더 커지기만 하는 것 같다. 어차피 대통령이 하는 일을 막고 발목 잡는 게 지상목표인 야당(혐오가 높아질수록 지지자들도 결집한다는 학습효과가 강하게 있다)은 이제 대놓고 음모론과 선동으로 정국을 대하고 있다. 박수는 양 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데, 아마 나라가 망한다고 해도 상대가 몰락한다면 기꺼이 그런 선택을 할 것 같은 썩은 정치인들이 여기에 참여할 것 같지는 않다.






그럼 결국 우리 앞에 남은 길은 소멸일까? 적어도 정치 회복이 가장 중요하다고 보는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그럴 것 같다. 이제 우리 사회는 혐오와 저주의 문화가 초등학생 레벨에까지 깊이 퍼져가고 있다. 자기들끼리 시시덕거리는 수준을 넘어, 온갖 포털(예컨대 네이버 댓글창은 이미 일베에 거의 점령된 상태다.) 사이트에서도, 심지어 고등학교 야구 경기 중 일베 구호를 외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 물론 언제나 시끄러운 쪽이 좀 더 크게 대표되는 면이 있긴 하다. 이 점에서 소망을 찾아야 할까.


압축 성장에 뒤따르는 압축 소멸 문제를 다룬 사회학 서적인 듯했으나, 책 중반 이후 주로 정치 상황에 관한 내용이 더 많이 다뤄진다. 다만 이런 종류의 책들이 언제나 당위는 강하게 주장하지만, 그래서 실제로 어떻게 할 수 있을 지에 관한 방법론은 딱히 보이지 않는다. 물론 이 역시 현실이라는 무거운 족쇄 때문이긴 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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