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드라마, 일본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서 우리나라에도 나름 알려져 있는 아베노 세이메이라는 인물이 있다. 이른바 “음양사”라고 불리는, 우리로 치면 무당쯤 되는 일을 하는데, 또 고위 관직에 있기도 한 조금은 이색적인 일을 하는 인물이다. 영화 속에서는 식신이라고 불리는 요괴를 부리고, 부적으로 저주를 내리기도 하고, 도술로 상대를 제압하기도 하는 반쯤은 신선 비슷한 느낌으로 등장하기도 하고.
이 책은 그 ‘음양사’가 누구인지, 어떤 일을 하고, 역사적으로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을 흥미 중심으로 정리해 놓았다. 도서관에 갔다가 다른 책을 빌리는 김에 잠시 머리를 식힐 겸 빌려온 책. 그래도 나름 역사 파트에 들어가는 책인지라, 문헌 자료에 기초해 정리한 내용이니, 일본 중세 문화를 공부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읽어볼 만하다.

가장 먼저 음양사는 공식 관료였다. 중무성에 속한 음양료라는 기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었던 것. 비슷한 직책은 중국에도, 우리나라에도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관(日官)’이라고 불렀다. 천문을 관측하고, 기상을 측정하고, 때로는 별자리 등을 통해서 일종의 운을 점치기도 했던. 점을 친다는 것을 빼면 대체로 그 당시의 과학기술관료에 가까웠는데, 또 이 점이라는 것도 약간의 우연성이 개입된다는 것을 빼면, 그 해석에 있어서는 결국 통계와 맞닿는 부분이 있기도 하다.
원래는 주금사라고 불리는, 말 그대로 주술을 전문으로 하는 좀 더 무당에 가까운 조직과 관리들도 있었다. 그러나 10세기 경 이들 주금사들이 하던 일을 점차 음양사가 흡수하게 되었다고 한다.
중세 일본은 말 그대로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끊임없이 권력다툼이 일어나고, 왕은 있었으나 실권을 가진 권신들이 국정을 주물렀다. 그런 시대에 관료로서 살아남으려면 어쩔 수 없이 어딘가에 줄을 서야 했을 것이고, 그건 음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권력다툼의 여파로 밀려나거나 목숨을 잃는 음양사들도, 반대로 권력의 지원을 받아 단숨에 최고 지위인 음양두까지 올라가는 일도 생긴다.
초반에 언급했던 세이메이 같은 인물이 그렇게 성공한 음양사인데, 그 후손들이 자기 가문의 명성을 높이기 위해 다분히 과장된 다양한 설화들을 만들어 냈다. 세이메이의 어머니가 하얀 여우가 변한 여자라든가, 그가 죽었다가 살아났다던가, 수많은 식신들을 부렸다던가 하는 전설들이 그것.

한편으로 왜 일본은 인근의 한반도나 중국 대륙과 달리 그렇게 음양사가 중요하게 여겨졌을까 하는 의문에, 저자는 흥미로운 설명을 제안한다. 기본적으로 헤이안 시대(8세기 말~12세기 말) 일본의 정치는 유교적 사고가 바탕이 되고 있었다. 그런데 유교에서 천재지변은 하늘이 통치자의 잘못을 벌하는 것으로 이해되었다. 이게 당대의 권신들에게 부담이었던 것.
그래서 그들은 천재지변을 귀신이나 원령의 저주 때문이라고 해석하는 음양사들이 필요했다. 저주는 음양사들이 나서서 제사를 하거나 다양한 조치를 취하면 해결될 일이니까. 그 책임을 최고권력자가 져야 할 필요가 사라진다는 것. 이런 이해관계 때문에 음양사라는 직책이 통치에 중요했다는 건데, 왕으로서의 책임감까지는 갖출 필요가 없었던 권신들이 선택할 만한 선택지였던 것 같다.
물론 이런 공식적인 음양사들은 권세 있는 사람들이나 불러서 부탁할 수 있었기에(정원도 20여 명 밖에 안 됐다고 한다), 민간에서는 비공식적인 음양사들도 활동했다고 한다. 승려이면서 음양사 노릇을 했던 일들도 있었고(법사음양사), 음양사가 하는 일들을 어깨너머로 보고 배운 하인들도 음양사 흉내를 내기 시작했다(창문사). 그러나 후자 쪽은 일종의 예능인으로, 주술성을 지닌 다양한 공연을 하면서 생계를 유지했다고.
음양사가 공식적으로 폐지된 것은 메이지 정부에서였다고 한다. 주술은 미개한 사교라고 여겼고, 또 다른 주요 업무인 달력 제작은 서양력을 가져오면서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여전히 다양한 형태로(일종의 미신이나 금기로) 오늘날에도 그 영향력은 희미하게나마 남아있다. 일단 신사문화가 생활 속 깊이 남아 있기도 하고, 다양한 운세뽑기 등등.

재미로 보기에 딱 좋지만, 이 책의 가장 큰 문제점은 판형은 작고, 글씨는 더 작다는 점이다. 기본 본문도 여느 책에 비해 1포인트 이상 작은데, 삽화와 함께 적힌 글씨는 그보다 또 작고, 삽화 영역에 들어가는 표라도 나오면 글씨는 더 작아진다. 깨알보다 작은 글씨들을 보고 있으면, 이제 슬슬 노안이 오는 나로서는 포기할 수밖에...
이 정도 내용을 담으려면 아예 판형을 키우던가, 페이지 수를 좀 더 늘려서 가독성을 좋게 했더라면 어땠을까 싶은데, 그러려면 책값이 또 올라가겠지. 근데 종이도 두꺼운 걸 쓴지라.. 적당히 타협이 안 됐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