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국교회의 극우정치세력화를 비판하는 책 분야의 대표주자(?)라고 할 만한 야다북스에서 또 다른 책이 한 권 나왔다. 전에 관계자분을 만나서 잠깐 대화를 하기도 했는데, 어디까지 가려고 하는지 흥미롭게 지켜보게 되는 출판사랄까.
이번 책은 ‘단어’에 집중한다. 총 여섯 개의 챕터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각 신앙과 윤리, 예언과 선동, 정교분리, 자유와 평등, 국민저항권, 극우 기독교와 근본주의 같은 단어들을 중심으로 사회와 교계를 아울러 분석한다.
대체로 어느 정도 내용이 예측이 되는 장들 가운데 특별히 눈에 들어온 두 개의 주제가 있다. 최종원 교수가 정교분리의 역사적 맥락을 정리하는 3장과 김동춘 교수가 극우 기독교의 신학적 배경을 분석하는 6장이이다.

최종원 교수는 미국 헌법에 언급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정교분리’가 실은 국교의 부인에 가까웠으며, 이는 종교의 자유를 보정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설명한다. 결국 이 조항은 국가에 종교에 개입하지 말고, 나아가 종교(단체)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해야만 한다는 책임을 지운다.
결론부에서 저자는 심지어 극우 기독교의 발언이라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동일한 기준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한국 교회가 제대로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이 최종적인 주장이지만, 이제까지 야다북스에서 나온 책들의 논조와는 살짝 다른 결처럼 느껴져서 재미있었다.
이 부분은 최근 읽었던 오스 기니스의 책 『정치와 종교, 그 위험한 관계에 대하여』에서 좀 더 깊이 소개되고 있는데, 그 책의 결론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한다. 진실이 언제나 우리의 구미에 완전히 맞지는 않을 수 있다. 그렇다고 그걸 따르지 않는다면 우리 또한 당파성에 매몰된 극단적인 무리로 분류될 수밖에.

6장에서도 꽤 흥미로운 분석이 등장한다. 우리는 보통 극우 기독교가 대체로 신학적인 근본주의자들인 것처럼 인식해 왔다. 보수적 신학이 보수적 정치관을 낳고, 그들은 쉽게 극우로 넘어간다는 간단한 그림이다. 하지만 김동춘 교수는 이런 그림이 얼마나 단순하고 왜곡된 그림인지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우선 이미 한국교회의 신학적 자유주의화는 상당부분 진행되었으며, 개인의 자융적인 선택을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대신 교리적 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여기는 시대가 되었다고 진단한다. 이른바 극우 기독교가 확산이 근본주의적 신앙의 증거와 매칭되지 않고 있다는 것. 저자는 근본주의적 신학보다는, 기득권 세력과 결탁해 정치권력 획득을 추구하고 있는 ‘세속주의 기독교’가 문제의 핵심에 있다고 본다. 흥미로운 분석이다.
저자는 이런 세속주의적 경향이 보수적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만이 아니라 진보 자유주의에서도 확산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럼에도 주로 진보적 신학을 갖고 있는 비판자들은 모든 문제를 근본주의 신학과 묶어 폐기하면 될 것처럼 주장한다. 번짓수를 잘못 찾은 비판이고, 당연히 그런 비판으로는 좋은 결과를 얻기 힘들다.
챕터 후반부에는 아브라함 카이퍼의 영역주권론을 붙들고서 기독교 국가를 건설하거나, 최소한 기독교가 정치적 힘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의 오류를 비판적으로 검토한다. 이 부분은 앞서 3장에서 논의했던 종교의 자유 영역과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이 역시 앞서 언급했던 오스 기니스의 책에서 어느 정도 논의된다.

이번 책은 피상적인 비판을 넘어, 문제 안으로 조금 더 깊이 들어간 느낌을 준다. 보통의 예상과 달리 실제는 경계선이 울퉁불퉁하고, 종종 여러 가지 문제가 중첩되어 있어서 복잡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낙인찍기나 정체성 정치 같은 도구들이 언제나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갈등을 악화시키는 이유다. 소위 부수적인 피해들이 생각보다 훨씬 크기 때문.
사안의 복잡함을 이해하지 못하면, 언제나 가장 단순한 답을 붙잡기 마련이다. 내 반대쪽에 서 있는 사람들이 문제이고, 그들의 입을 막고 제거(혹은 공론장에서 배제)하는 것이 효과적인 대안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신앙언어의 오남용은 ‘그들’뿐만 아니라 ‘우리’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음을 기억하지 않는다면, 어떤 해결책이든 그리 효과가 오래 가지는 못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조금은 확장된 듯한 이번 책의 일부 내용들이 조금 더 눈에 들어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