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노란 가방의 작은 책꽂이
  • 공백을 채워라
  • 히라노 게이치로
  • 14,220원 (10%790)
  • 2018-07-05
  • : 427

머리를 식히기 위해 늘 찾는 작가가 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그 주인공. 이번에도 동네 도서관에 가서 가볍게 그의 책을 빌려왔다(아니 빌려온 줄 알았다). 작가가 이번에도 꽤 흥미로운 주제를 물었구만 하는 생각으로 책을 덮고 나서 리뷰를 쓰려고 봤는데, 엇? 히가시노 게이고가 아닌데? 히라노 게이치로, 작가 이름이 다르다. 이렇게 ‘히’와 ‘게’로 나를 혼동시킨 건가 싶지만... 뭐 김성훈이라고 분명히 썼는데 내 이름으로 착각하는 건 전적으로 읽은 사람의 잘못이다.


작가의 이름이 히가시노 게이고든, 히라노 게이치로든 중요한 건 이야기가 재미있다는 점일 것이다. (작가 이름도 제대로 몰랐으니) 당연히 정보가 전혀 없이 펴든 소설은 매우 일상적인 장면으로 시작한다. 주인공은 병원에서 진료 순서를 기다리는 환자다. 그런데 의사와의 대화가 좀 이상하다. 그리고 작가는 단도직입적으로 첫 수를 찔러 들어온다. 주인공은 죽었다가 살아난 사람이다. 그것도 3년 만에.





자 이렇게 되면 소설의 장르가 또 궁금해진다. 이건 미스터리, 혹은 호러인가? 하지만 안심하자. 전혀 그런 분위기로는 흘러가지 않는다. 물론 죽을 당시의 기억이 없었던 주인공은, 자신이 자살한 것 같다는 주변 사람들의 말을 극구 부정하면서 어떻게 죽음에 이르렀는지를 나름 추적해 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소설의 좀 더 중요한 무대는 주인공 데쓰오의 집이다. 지난 3년 동안 홀로 아들을 키우며 살아온 아내 지카와의 관계. 일찍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대신해 주인공을 키워온 어머니, 그리고 지카와 그녀의 부모님(주인공의 장인 장모) 사이의 관계까지. 그러니까 작가는 죽음이라는 것이 그 당사자 주변의 여러 관계들에 큰 영향을 준다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지카는 남편의 죽음(자살)이 자신 때문은 아닐까 하는 죄책감을 마음속에 큰 돌처럼 안고 살아가고 있었다. 일찍 남편을 잃은 데쓰오의 어머니는 또 다시 아들마저 잃고서 (티를 내지는 않지만) 큰 충격을 안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건 며느리인 지카와의 관계를 삐걱거리게 만들었고. 사람은 살아서 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주변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존재인 것 같다.


전국(아니 전 세계)에서 다시 살아난 사람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그들이 모여서 협력단체를 만들고, 당연히 그들을 의심스럽게 보고 나아가 혐오하는 이들까지 출현하면서 잠시 장르가 사회물로 가나 싶었지만, 작가는 다시 주인공의 심리에 집중한다. 적어도 외부적인 위협은 그리 심각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는 자신의 죽음의 진실과, 그의 정신을 계속해서 헤집는 경비원 사에키(그의 말은 글로 읽는 데도 구역질이 날 정도다)와의 만남, 그리고 마지막에 갑자기 나타난 또 다른 반전.





결말부의 시간은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흐르는 것 같다. 갑자기 살아난 사람들은 갑자기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주인공은 자신의 과거와 현재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기 시작한다. 죽음이라는 건 우리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무엇인 것이다.


이제까지 자신의 죽음에 관해 누군가의 탓을 하려고(원인을 찾으려고) 애썼던 테츠오는 비로소 자신이 왜 그런 결정을 했을까를 진심으로 후회한다. 다시 살아와 보니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더욱 실감했달까. 우리는 언제나 그런 식으로 뒤늦은 후회를 반복하는 것 같다.


기발한 소재를 재로 삼아 우리의 (평범해 보이는) 삶의 의미를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괜찮은 작품을 써냈다. 이 작가도 기억해 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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