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에는 보수주의란 무엇인가를 다룬 책을 읽었으니, 이번 달에는 균형을 맞춰보자(?)는 심산으로 이 책을 골라봤다. 제목이 뭔가 말랑말랑하지만, 아무튼 ‘좌파’라는 단어가 들어가니까.
그런데 책은 예상과 달리 본격적인 정치철학 책도, 그렇다고 정치판 인근에서 살아온 사람의 경험이 담긴 것도 아니다. 물론 책 말미에 작가가 당시 매력을 느꼈던 이낙연이라는 정치인(그 시절엔 제법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감정을 느꼈으리라. 물론 그 후의 갈지자 행보로 실망한 사람도 적지 않았을 테지만)에 관한 한 두 개의 에피소드가 나오긴 하지만, 주되 내용이라고 하기엔 주변적 소재일 뿐이다.

책은 작가가 “손 여사”라고 부르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주로 다루고 있다. 5남매의 셋째로 태어난 저자는 유일하게 결혼도 하지 않고 살고 있는데, 그게 어머니를 비롯한 부모님의 큰 걱정을 사고 있다(나도 충분히 어떤 느낌인지 안다). 때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말과 행동을 하기도 하시고, 요 근래에는 이상한 유튜브 채널에 빠져서 정치적인 편향성을 강하게 띠기도 하는 듯하다.
반면 딸 쪽인 작가 역시 딱히 사상적으로 투철한 “좌파”는 아닌 것 같다. 이명박 시절 대학을 다니던 작가는 강제적인 학과 통폐합을 경험하면서 권위적 행정에 대한 반감을 갖게 되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겪은 부당한 대우(성추행을 포함한)로 인해 이런 경향이 좀 더 강해진 듯하다.
당연히 정치적인 주제로는 대화가 길게 이어지지 않는다. 실제로 책에도 몇 번인가 등장하는 정치적 대화는 금세 끊어지고 만다. 하지만 그렇게 정치적 견해가 다르다고 하더라도 어머니와 딸의 관계가 끊어질 수는 없는 법이니까. 어쩌면 책은 우리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이 가정에서 경험하는 그런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을 뿐이다. 물론 의외로 가까운 관계에서도 좀처럼 진짜 관계를 맺지 못하는 경우도 많지만, 작가의 경우는 그 정도는 아닌 듯.

책 제목에 나오는 “좌파 고양이”란, 고양이가 좌파라는 말이 아니라 좌파인 딸이 키우는 고양이는 맡아줄 수 없다는, 조금은 심술이 섞인 어머니의 말에서 나온 표현이다. 결혼도 안 한 딸이 갑자기 한 달간 프랑스를 다녀와야 하니 고양이 좀 맡아 돌봐달라고 하니 하는 말이다. (이 또한 어떤 감정인지는 충분히 이해가 된다.)
사실 전체를 이끌어 가는 내용은 아니지만, 제목은 잘 붙였다. 덕분에 내가 손에 들게 되었으니까. 정치적 성향이 조금은 다른 엄마와 딸이 투덕거리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