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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가방의 작은 책꽂이
  • 베데스다
  • 안동혁
  • 9,000원 (10%500)
  • 2026-03-27
  • : 520

지금으로부터 딱 10년 후 어느 교회의 담임목사직을 두고 공개 방송 오디션이 펼쳐진다. 흥미로운 설정이다. 참가자들은 서바이벌 게임 형태의 미션들을 수행하면서 다음 단계로 진출하기 위한 일종의 대결을 펼치고, 그 과정이 텔레비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져서 송출된다. 우리 눈에 익숙한 형식의 전개가 조금은 흥미롭게 펼쳐지지만, 그 과정에서 결국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건, 교회란 무엇인지, 목사란 어떤 사람인지 하는 본질에 관한 질문이다.


부제로 붙어 있는 ‘The Pastor Game’이라는 명칭은 몇 년 전 전 세계를 들썩이게 했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을 떠올리게 한다. 드라마 속에서 사람들은 말 그대로 탈락할 때마다 죽어나가면서 수 백 억의 상금을 위해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목사가 되는 일이 어디 그와 비슷하겠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지간한 규모의 교회에서 담임목사에게 제공하는 다양한 특전(?)들을 생각해 보면 오히려 1회성 상금보다 더 나을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불나방처럼 그런 보상에 뛰어드는 비정상적 목회자들도 수두룩한 게 사실이고.





다만 소설은 그런 문제를 직접 다루기보다는, 오디션에 참가한 이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미션에 대처해 가는 방식을 따라갈 뿐이다. 이 과정에서 특별히 억지스러운 빌런은 등장하지 않는다. 사실 이 부분은 이 작품의 약점과도 관련이 되어 있는데, 전반적으로 주인공을 제외한 등장인물들에 관한 개인서사가 부족하고, 때문에 인물들이 좀 평면적으로 느껴진다. 물론 이건 다른 말로 하면, 주인공 이야기에 집중하는 구성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만.


책 곳곳에 오늘날 교회에 관한 작가의 인식이 묻어 나온다. 내부와 외부인들의 기대와 신뢰를 진작 잃고, 최대종교의 위치를 내어주고 곧 소수종교의 길을 가게 될 것 같은 상황, 말 그대로 최하 수준의 기대치를 찍는다.


그런데 어쩌면 바로 거기에서 다시 교회가 일어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이른바 기본으로 돌아가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방법이다. C. S. 루이스는 “순전한 기독교”에서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을 깨달았따면 (시작 지점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오늘날 교회가 선택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은 여기에 있는 지도 모르겠다.(물론 그게 단순히 2천 년 전 교회가 하던 일을 문자적으로 반복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될 것이다.)





책의 볼륨이 작은데다가 내용도 재미가 있어서 금세 다 읽어버리게 된다. 물론 이제 막 첫 책을 쓴 작가인지라, 설정상의 아쉬움이라든지 하는 부분들이 눈에 몇몇 보이긴 한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주제의식에, 재미있는 이야기라면 손에 들어봐도 좋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기독교 안에서도 좋은 소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인데, 이런 책들도 괜찮은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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