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이 책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다. 이른바 부유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인데, 그렇게 마련된 재원을 가지고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데 사용하자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책은 두 가지 주제를 동시에 말하려고 하는 건데, 하나는 부의 불평등한 분배 문제,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기후문제다.
문제는 이 두 가지 묵직한 주제를 다루기에, 책이 너무 작고 얇다는 점이다. 때문에 책 초반에 기후문제에 관한 내용이 잠시 언급되고는 이내 부의 불평등 문제, 그리고 부유세 도입의 당위와 그 부작용을 지적하는 목소리에 대한 반박으로 나머지 부분이 채워져 있다. 결과적으로 기후문제는 부유세를 강조하기 위한 하나의 이유로서만 잠깐 제안되는 느낌.
이건 이중의 의미로 조금은 실망스러운데, 하나는 모든 문제의 기반에 기후문제가 있다는 식의 기후환원주의의 오류를 강화할 수 있다는 부분이고, 다른 하나는 돈만 있으면 기후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사실 책에서 기후 문제가 생각보다 많이 등장하지 않는다. 그저 부자들이 상대적으로 얼마나 많은 탄소를 배출하는지, 기후에 영향을 끼치는지(예를 들면 1%의 부유층이 온실가스의 17%를 배출한다는 식의)를 지적하면서 그들에게 부유세를 걷어 기후문제 해결에 투입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논리를 이끌어 내는데, 사실 이런 식의 통계는 허점이 많을 수밖에 없다.
저자는 제프 베이조스가 11분 동안 우주를 여행하고 돌아오는데 3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발생했다고(로켓의 연료 연소에서 발생하는 화학반응을 추산한 것으로 보인다) 말하면서, 이는 하위계층 10억 명이 평생 배출하는 양과 같다고 조금은 선동적으로 설명하지만, 뭐 사실 그런 식이라면 전 세계의 관광수요의 항공기 운영을 당장에 금지시키는 것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 부자에게 세금을 걷는다고 그들이 덜 발생시키지도 않을 것이고.
또, 책은 부유세에 대한 저항을 가볍게 생각하는데, 일부 부자들이 자신들이 세금을 내는 것을 기꺼이 요청하고 있다는 것이 그 한 이유로 제시된다. 즉 부자라고 해서 모두 세금을 피해 달아나는 건 아니라는 논리다. 하지만 최근 아주 적은 부유세를 도입했다가 대규모 국외이탈을 초래했던 프랑스의 예를 보면 문제가 생각만큼 감단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사람들의 호의에 의지해서 제도를 설계할 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는 사회주의라는 아름다운 이상이 어떻게 처절하게 실패했는지를 보면 잘 알 수 있지 않던가.
물론 이를 방지하기 위한 국제적인 세금 제도에 관해서 언급하기도 하지만, 그 “국제적 공조”라는 것이 정말로 가능하기는 할까? 국제정치라는 건 사실 눈치게임과 비슷해서, 다들 자국의 이익부터 챙기려고 기회만 볼 뿐이 아니던가. 너무 비관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러시아의 불법적인 우크라이나 침략에도 누구 하나 직접 군대를 파견할 생각을 하지 않는 걸 보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소위 선진국들이 부유세를 합의해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세금도피처 기능을 하는 국가들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고, 그런 국가에 특정한 세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국제적인 압박과 불이익을 가하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하는 점도 우리는 물어야 할 것 같다.

전 세계적인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완전히 고착화되었고, 이 새로운 계급구조는 혈통으로(상속과 복잡한 계급 내 혼맥으로) 이어어지기에 향후에도 쉽게 달라질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문제는 부유세 같은 공격적인 명칭의 세금으로 간단히 해결될 것 같지는 않다.
기후위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도 역시 돈이 든다. 그런데 그 돈은 기후에 악영향을 끼치는 다양한 활동들을 통해서 벌어진다는 점이 딜레마다. 전반적인 경제규모의 축소가 동반되지 않는다면 이 문제 역시 해결이 난망해 보일 뿐이다. 관련 책들을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건, 우리는 어쩌면 마지막을 코앞에 두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는 느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