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한 교회의 담임을 맡고 있는 저자가 한 주간 동해안길을 따라 걸으며 했던 생각과 기도를 정리해 엮었다. 무슨 유려한 문장과 신학적으로 잘 짜인 기도문은 아니지만, 그 때문인지 더욱 편안하게 와 닿는다.
다른 모든 직업과 마찬가지로, 목회자들 역시 일을 하며 소진되곤 한다. 여유가 있는 상황에서는 안식년(때로는 안식월)을 보내며 재충전의 시간을 갖기도 하지만, 적지 않은 목회자은 그럴 기회를 갖지 못한다. 이 책에 실려 있는 (기도하며) 홀로 걷기가 좋은 한 가지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몸은 고되겠지만, 본회퍼의 말처럼, 홀로 있을 수 없는 사람은 함께 할 수도 없는 법이니 말이다.
책 전반에 깔려 있는 저자의 겸손한 태도가 인상적이다. 서문에 실려 있는, 책 한 권을 낼 때마다 나무에게 미안한 일이라는 구절은 이를 잘 보여준다. 다른 본문들에서도 저자가 걸으며 만났던 광경과 사람들 속에서 따뜻한 정서를 읽어내는 내용이 많고, 가끔은 번뜩이는 영적 통찰도 보인다.

모든 게 빨리빨리 변하고 진행되는 세상에서, 조금은 느리게 걸어간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지나치게 빠른 속도는 많은 것을 놓치게 만든다. 그리고 이 때 놓치는 것들 중에는 생각보다 중요한 것들이 많다. 이를 테면 사람이라든지, 인간다움 같은 것들.
가끔은 우리도 조금 느긋하게 걸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꼭 일주일씩 시간을 내지는 못하더라도, 한 달에 하루쯤은 조금 여유를 내보는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