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나이이다 보니, 도서관에서 건강 관련 책들이 있으면 가끔 뽑아 보게 된다. 이 책 역시 반납을 하러 갔다가 제목이 눈길을 끌어 골라봤다. 제목부터 다분히 어그로를 끄는 것으로 보아, 기존에 널리 알려진 일반적인 의학 상식이 잘못되었고, 일종의 대안의료를 제시하려는 책이라는 느낌이었고, 내용 역시 그랬다.
이런 책은 일단 저자가 얼마나 신뢰할 만한가가 중요한데, 이력을 보니 브라운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버지니아 대학교 의과대학에서 의학 학위를 취득했다고 한다. 이 정도면 조금은 신뢰를 하며 책장을 읽어나가도 될까?

이 양반이 이 책의 저자
두툼한 책이었지만, 논점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선 저자는 (예측처럼) 암, 당뇨, 고혈압 같은 대표적인 성인병들에 대한 현대의학의 처방에 의문을 제기한다. 오늘날 치료보다는 약물을 통한 관리적 차원에서 다루어지곤 하는 그런 처방은 과연 우리를 실제로 건강하게 만들고 있을까?
저자는 식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탄수화물(특히 정제 탄수화물)을 줄이고, 지방과 단백질을 섭취를 늘려라. 단, 이 때 지방은 다양한 씨앗들에서 나오는 식물성 기름(여기에는 염증을 유발하는 오메가6 지방산이 가득 들어있다)이 아닌, 버터나 우지, 코코넛 기름, 올리브유, 아보카도 기름 같은 것들을 사용하라. 또, 설탕의 섭취를 줄여라, 아니 끊어라. 굳이 단맛을 원한다면 알룰로스가 대체제로 적합하다.
그리고 이른바 간헐적 단식이라고 불리는, 음식 섭취 제한 시간을 늘리는 방법이 의외로 건강에 이롭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책 초반에 굉장히 흥미로운 사례가 하나 나오는데, 1965년 204kg이나 나갔던 한 남성이 무려 382일 동안 단식을 진행했다는 것.(이 기간 비타민과 차, 탄산수와 커피만 섭취했다고 한다) 그 결과 125kg을 감량했고, 혈당수치는 낮아졌지만 의외로 건강에는 크게 무리가 없었다고 한다.

요컨대 우리가 먹는 것만 제대로 조절해도 다양한 대사질환에 걸릴 확률을 낮출 수 있고, 이미 그런 질병을 가지고 있는 경우에도 상태를 호전시킬 수 있다는 말이다.(물론 신체운동과 두뇌운동, 좋은 수면의 질 유지, 스트레스 조절 등도 언급되긴 한다) 오히려 너무 간단해 보여서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또 그 기제를 설명하는 내용을 읽어 보면 영 엉뚱해 보이기만 하는 건 아니다.
과식이라든지, 늦은 시간의 음식 섭취, 당류가 잔뜩 들어간 음식을 피할 것 같은 조언들은 현대 의학에서도 동일하게 권장되는 것이고, 간헐적 단식이라는 부분도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면도 있다. 종일 앉아 있는 시간이 대부분인 나도, 늘어가는 체중을 어떻게든 해야겠다는 위기감이 드는 요즘, 우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사이에만 뭘 먹기로 해 본다. 부디 좀 도움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