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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가방의 작은 책꽂이
  • 센서티브
  • 일자 샌드
  • 16,200원 (10%900)
  • 2017-02-15
  • : 10,360

내가 기억하는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 시절) 생활기록부에는 “내성적”이라는 내용이 들어있었다. 어디 나서는 걸 그리 좋아하지도 않아서, 학교를 다니는 내내 무슨 “장” 같은 건, 딱 한 번 그것도 부회장이라는 뭘 하는 지도 알 수 없는 미심쩍은 감투를 한 번 쓴 적이 있을 뿐이었다.(고등학교 때는 동아리 부단장이라는 걸 했었는데... 그 시절은 굉장히 이례적인 시기라..)


뭐 그렇다고 해서 사람들 앞에 서면 말도 못하고 그런 정도는 아니었고, 발표라든지 하는 영역에서는 그리 부담 없이 나서서 대체로 좋은 성적을 받았었다. 다만 사람들을 만나는 일에 다른 사람들보다 좀 더 많은 에너지가 사용되고, 피곤하게 느껴지니 굳이 일부러 어울리는 자리를 만들거나 나가지 않았을 뿐이다. 다른 친구들과 뛰어 놀기보다는 그냥 보고 싶은 책을 읽는 게 편했다.


쉬는 날이라고 어디 밖에 나가는 사람들, 기분 전환을 위해 드라이브를 하는 사람들, 쉬면서 사람들을 만난다는 사람들이 잘 이해가 안 되긴 한다. 이 모든 일을 할 때 에너지가 급격히 소모되는 느낌이었으니까. 반복해 말하지만, 그렇다고 대인 기피까지는 아니고 굳이 말하면 성향에 관한 것 정도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시귀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이것도 나이를 먹으면서, 또 일을 하면서 조금은 변하기도 하는 것 같긴 하지만)




이 책은 상황이 좀 더 심각(?)한, 혹은 “증상”이라고 불릴 만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책에서는 내성적이니 내향적이니 하는 표현보다는 “매우 민감한(highly sensitive)”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정확히 말하면 이 둘은 애초에 같은 게 아닌데, “매우 민감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약 30%가) 외향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고 한다.


저자는 이들의 민감성 때문에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어려움에 깊이 공감을 한다. 가장 주된 문제는 이들이 지나치게 높은 이상적 목표를 세우고, 거기에 미치지 못하는 자신에 대해 자주 죄책감과 강한 실망을 한다는 부분이다. 이는 부정적인 자아상을 형성하게 만들고, 전반적으로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꼭 부정적인 면만 있는 건 아닌데, 이들의 민감성은 삶의 작은 부분에서도 큰 감동과 기쁨을 얻을 수 있게 하는 특성이 되기도 한다. 느리지만 신중하기도 하고, 도덕적인 면에서도 높은 지향을 가지기도 한다(물론 이 부분이 고통이 될 수도 있지만).


흥미로운 건 저자가 이들을 가리키면서 자주 “우리”라는 표현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저자는 그들과 동질감을 느끼고 있으면서, 그들의 문제가 꼭 “나쁜 일”이 아닐 수 있으며, 적절한 훈련을 통해서 그 민감함을 어느 정도 누그러뜨릴 수도 있다고 말한다. 사실 이 저자의 책이 대체로 이런 느낌이다. “그래 괜찮아. 우리 할 수 있어.” 뭐 크게 도덕적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아닌 이상, 이런 식의 격려가 도움이 되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책 말미에 자신의 민감도를 측정할 수 있는 몇 개의 질문들이 있다. 응답에 따라 점수를 부여해서 간단하게 더하고 빼는 건데, -52부터 140까지의 범위 중 높을수록 더 민감하다는 내용이다. 저자는 60점 이상이면 매우 민감한 사람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하는데... 내 점수는... 93, 아, 나 매우 민감한 사람이었던 건가?


나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데는 학습이 필요하다. 특히 성향이 많이 다른 경우 더더욱 그렇고. 사람은 기본적으로 나 중심으로, 나와 비교해서 다른 이들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기 마련이다. 이 책은 “매우 민감한” 사람들에게 공감과 조언을 주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우리 주변의 “매우 민감한” 이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우리, 서로 이해하며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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